인도 e커머스 규제강화로 아마존·월마트 직격탄

[데일리포스트=황선영 기자] 13억 인구대국 인도는 글로벌 IT 기업들의 ‘기회의 땅’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이 경제 민주주의를 내세우며 강력한 규제책으로 구글과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과 같은 글로벌 IT 기업들의 진출을 막고 있는 반면 인도는 그동안 비교적 온건한 태도를 견지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인도 정부가 외국 기업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선언하면서 세계 최대의 전자상거래 공룡 아마존과 미국 월마트 산하의 인도 전자상거래 업체 '플립카트(Flipkart)'의 사이트에서 갑자기 수천 개에 달하는 상품이 사라지는 등 직격탄을 맞고 있다.



온라인 상거래 규제 나선 인도...아마존 난색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는 인도에서 2월 1일부터 시행된 새로운 외국 자본 규제의 영향 때문이다. 인도는 소규모 소매점 등 자국 업체의 보호와 정부 통제권 강화를 내세우며 외자 규제를 한층 강화했다.

인도는 외국 기업의 전자상거래 사업을 금해 왔지만 2016년 지방 출점과 소비자를 중개하는 마켓 플레이스 사업에 한해 이를 허용했다. 이후 아마존은 마켓 플레이스 사업과 함께 마켓플레이스 셀러들을 위한 물류 서비스 FBA(Fulfillment By Amazon)를 인도에서 전개해왔다.

상품을 구입해 직접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마켓 플레이스 수수료, 전자 상거래 인프라, 창고·물류 네트워크 서비스를 소매점에 제공하고 그 대가로 얻는 수익은 허용된 셈이다.

아마존은 이와 함께 자사가 출자한 인도 업체의 자회사 제품을 자사 마켓 플레이스를 통해 판매해 왔다. 하지만 새로운 규정은 이러한 행위를 ‘회피책’으로 여겨 막았으며 외국 전자상거래 업체가 소매(셀러)와 독점 판매 계약을 맺는 것 역시 금지했다.

새로운 규칙이 시행된 2월 1일 아침 아마존 사이트에서 인공지능(AI) 스피커인 ‘아마존 에코(Amazon Echo)’를 비롯해 ▲아마존베이직스(AmazonBasics) ▲솔리모(Solimo) ▲프레스토(Presto) 등 PB(자체 브랜드) 상품이 일제히 사라졌다. 이들 상품은 아마존의 인도 출자 기업이 구매해 자사 사이트에 출품하는 형태로 판매해 왔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현재 이들 제품은 아마존 인도 사이트에서 판매중이다. 이와 관련해 WSJ은 아마존이 서둘러 다른 소매업자와 협상해 출품을 요청한 결과라고 전했다. 하지만 아마존의 인도 자회사가 출품했던 제품은 사이트에서 자취를 완전히 감춘 상태다.

플립카트 인수한 월마트도 사업 차질 불가피

전자상거래 규제 도입 여파는 인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플립카트도 피하지 못했다. 이 회사는 인도 기업이지만 지난해 8월 미국 최대 소매업체인 월마트가 160억 달러를 투입, 77%의 플립카트 지분을 사들였다. 업계 최대 M&A로 세간의 화제를 모은 플립카트 역시 이제는 인도 정부의 외자 규제 대상이다.

파이낸셜 타임즈 등 외신은 아마존과 플립카트가 운영하는 온라인 사이트가 인도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를 넘어서자 이를 우려한 인도 정부가 규제를 통해 제동을 건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전자상거래 시장이 성장 한계에 부딪히면서 새로운 돌파구로 부상한 인도. 그간 아마존과 월마트는 인도에 대규모 투자를 해 왔지만 앞으로 인도 시장에서의 비즈니스에 적지 않은 차질이 발생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테크노팩어드바이저스는 “최근 몇 개월 동안 아마존과 월마트는 25~30%에 달하는 고성장을 기록했지만 이번 규제를 계기로 향후 몇 달간 성장률은 15%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보도에 따르면 인도 규제 강화로 아마존 글로벌 매출이 둔화세로 돌아선다면 이 회사의 올해 1분기 매출은 560억~600억 달러 정도로 예상된다. 이는 미 시장조사업체 ‘팩트셋(FactSet)’의 전망치를 밑도는 수준으로 투자자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앞으로 아마존과 월마트가 인도 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규제 완화를 모색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실현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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