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가상화폐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가상화폐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비트코인 (BTC)은 11월부터 폭락이 이어져 16개월 만에 연내 최저점으로 급락했다. 마지노선으로 불린 6000달러를 깨고 4000달러마저 붕괴되며 끝없는 추락이 이어지고 있다.

장기 하락장이 투자자 패닉과 공황매도 불렀다  

상승장은 2017년 말부터 올 초에 걸쳐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어떤 금융시장도 불과 한 달 동안 1만 달러 이상 상승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일각에서는 비트코인이 지금에서야 적정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지적한다.

사실 불과 몇 개월 만에 1만 9000달러에서 4000달러 밑으로 폭락하는 사태를 예상하기란 어려웠다. 과거에도 상승장 이후 적게는 30% 많게는 75%까지 하락한 적이 있지만 이번 하락폭은 그 변동성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이미 최대치를 뛰어넘었다. 많은 투자자들이 7500달러를 하한가의 지지선으로 예상했지만 이제 새로운 지지선은 3000달러라는 견해도 나온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지난 1년간의 지속적인 하락장이 가상화폐 투자자들의 ‘공황 매도(panic selling, capitulation)’로 이어졌다고 지적한다. 공황 매도(Capitulation)는 지속적 가격 하락이 투자자의 패닉으로 이어져 수익 실현 가능성을 포기하고 대량 매도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비트코인캐시 하드포크도 하락장 기폭제  

또 일부 투자자들은 비트코인캐시(BCH)의 네트워크 프로토콜 업그레이드(이하 하드포크) 사건도 하락의 주요인이라고 보고 있다. 하드포크는 기존 블록체인 오류 등을 수정하는 일종의 업그레이드로 이 과정에서 개발 주도 세력들이 벌인 치열한 권력 다툼이 가상화폐 시장 전반을 뒤흔들었다.

하드포크는 기존 시스템과 분리되는 형태이기 때문에 시스템 간 호환이 불가능하고 새로 탄생한 시스템으로 또 다른 가상화폐가 탄생한다.



헤지펀드 이키가이의 설립자인 트레비스 클링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과정으로 만일 채굴 컴퓨터 자원이 줄어든다면 본질적으로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덜 안전해지고, (비트코인 캐시와 똑같이 관리되는) 비트코인의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달 20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도 잦은 하드포크가 비트코인의 가치만 떨어트릴 뿐이라고 언급했다. 비트코인이 하드포크로 새로운 가상화폐를 생성한다는 것은 시장공급을 늘리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최근 각국의 규제로 가상화폐의 수요 자체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공급을 늘리면 큰 가격 변동성과 하락만을 부른다는 지적이다.

회의적 VS. 희망적...비트코인의 미래는?

비트코인은 과연 반등할 수 있을까? 안타깝지만 그 누구도 비트코인의 미래를 단언하지는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도 낙관론자와 비관론자가 공존한다. 새로운 시장, 새로운 화폐가 만들어낸 이 기현상을 두고 가격의 향방을 예측하기는 실로 어렵다.

일각에서는 기관투자가들이 앞장서 일부러 가격 하락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설령 기관투자자들이 매수에 나서고 있다 하더라도 새로운 투자자산인 가상화폐에 대한 단순한 관심인지 아니면 장기적인 투자 관점에서 사 모으고 있는지 확실치 않다. 또 기관 투자자가 비트코인을 모으고 있다는 것을 정량적으로 입증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연초대비 75% 넘게 떨어진 지금이 매수 적기라는 의견을 내놓는다. 블록체인 스타트업 시빅의 비니 린햄 창립자는 “낮은 가격에 비트코인을 매수하려는 투자자들이 다수 존재하는 만큼 3000달러 이하로는 하락하지 않을”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비관론자들도 만만치 않다. 1년이나 계속되는 약세장 속에 결국은 가치가 사라질 것이란 극히 암울한 전망도 나왔다.

남아있는 호재는 비트코인의 ETF 승인 결정과 비트코인 선물시장 출범으로 이는 수급 측면에서 큰 호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가 여전한 상황이어서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최근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FT) 승인 결정을 내년으로 미뤘다. 4개월째 승인 결정이 늦춰지면서 가상화폐를 둘러싼 투자심리는 한층 위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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