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착한암 ‘갑상선’…방치하면 ‘재발·전이’ 가능성

[데일리포스트=황선영 기자] 50대 직장인 김OO씨는 최근 음식 먹기가 여간 곤욕스럽지 않다. 조금 덩어리가 있다 싶은 음식을 목에 넘기려면 목에 무언가 걸린 것처럼 ‘컥~컥!’하고 마른기침을 연신해대니 말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수시로 음식물이 식도에 걸려 호흡곤란을 겪는 사례가 요즘 들어 부쩍 늘어났다. 음식물은 물론 목소리까지 쉰 소리가 나오면서 불안해진 김씨가 찾은 가정의학과. 간단한 진료를 마친 의사가 대학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을 것을 권한다.

한파가 기승을 부리는 겨울철이지만 병원 의사의 소견에 등줄기로 식은땀이 흘러내린다.

‘갑상선암’ 예약 후 내원한 대학 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가 내뱉은 말에 가슴이 철렁 거렸다. 교수는 ‘암’치고는 그리 심한 편은 아니기 때문에 너무 걱정 말라는 위로에도 당장 눈앞이 어지럽고 불안감에 온몸이 떨린다.

음식을 먹을 때 마다 무언가 걸린 것처럼 이물감이 느껴지고 자신도 모르게 쉰 목소리가 나오는 것을 알면서도 수 개월간 방치했던 자신이 원망스러운 김씨는 2주 후 갑상선암 수술에 들어간다.



병원에서 진단을 받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암’이라고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김씨. 김씨의 사례와 같이 갑상선암은 흔히 ‘착한 암’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통증도 없고 별다른 증상도 느낄 수 없다.

문제는 이처럼 착한 암으로 꼽히는 갑상선 암이라는 녀석이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남녀를 통 틀어 암발생률 1위를 기록하고 있을 만큼 흔한 암으로 꼽히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자료를 보면 갑상선암 진료 인원은 지난 2014년 30만 3006명에서 2017년 현재까지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성별 통계를 살펴보면 남성(16.7%) 대비 여성(83.3%)의 발병률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갑상선암은 국내 암발생률 1위를 기록할 만큼 흔한 병이다. 갑상선암은 진행속도가 일반 암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느리고 수술 이후 예후도 좋아 거북이암, 혹은 착한 암으로도 불린다. 때문에 암이 발견되더라도 굳이 수술을 권하지도 않고 환자 역시 심각한 증상을 느끼지 못해 수술을 미루는 경우도 많다.

문제는 착한 암으로 분류되고 있는 갑상선암 역시 암은 암이다. 실제로 당초 갑상선암 환자에서 근처 림프절 침범이 빈번하고 이를 방치하면 드물기는 하지만 뼈나 폐로 원격 전이되기 때문에 수술적 치료가 요구된다.

 

강동경희대병원 송정윤(사진)외과 교수는 “미세한 암이더라도 종양이 신경 가까이 붙어 있거나 임파선 전이가 있다면 서둘러 수술을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미세유두암이라도 20%대 재발률을 보이고 다른 장기로 전이된다면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송 교수의 주장처럼 한국 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의 갑상선학회는 갑상선암으로 진단되면 수술을 원칙으로 인정하고 있다.



갑상선암은 대부분 특별한 증상 없이 발견된다. 검진 시 전체 인구의 약 절반 이상이 갑상선 결절이 발견되며 이 중 5~10%가 갑상선암으로 진단되고 있다.

갑상선암은 암덩어리가 4~5cm 이상 커지면서 주변 구조물을 압박하거나 크기는 작지만 주변 조직을 침범하는 증상이 나타났다. 갑상선암 증상은 목에서 혹이 만져지는 경우가 많은데 60세 이상 30세 미만의 남성인 경우 혹이 만져지면 갑상선암을 의심하고 검사를 받아야 한다.

앞서 김씨의 사례처럼 대부분 갑상선암은 평소 통증은 없다가 급성 통증이 동반되는 경우 출혈 또는 염증과 같은 양성 질환으로 발전한다. 또 김씨 처럼 쉰 목소리가 나오는 이른바 ‘되돌이 후두신경’ 주변에서 갑상선암이 발생돼 성대 마비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이처럼 평소 뚜렷한 증상과 위험도가 낮은 갑상선암은 흉터 없이 손쉬운 수술을 통해 제거할 수 있다.

수술은 목에 상처를 내지 않고 수술하는 내시경 로봇 수술법인데 수술 부위를 개봉하지 않고 겨드랑이 등의 부위에 터널을 만들고 내시경 수술 장비를 삽입한 뒤 화면을 통해 환부를 보며 종양을 떼는 수술이다.

갑상선암을 사전 예방하기 위해 무엇보다 기본적인 생활수칙을 잘 지키면 된다. 갑상선암 환자의 수술적 치료를 강조하고 나선 송 교수는 “갑상선암 환자는 김과 미역 다시마 등 요오드가 첨가된 해조류를 피해야 한다는 주장은 와전된 것”이라며 “균형 잡힌 식단으로 섭취하고 긍정적 마음과 적절한 운동은 갑상선암 예방 뿐 아니라 수술 후 환자에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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