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 사업 고집…탄탄한 자본력 바탕 업계 3위 점프 ‘초읽기’

[데일리포스트=송협 기자] “글쎄요. 금호건설 때와 분위기가 사뭇 다른 것 같다. 대우건설 인수에 대한 의지도 확고해 보이고. 호반건설이 인수할 것이라는 업계 관측이 만만치 않다. 중국 업체(엘리온)가 아닌 국내 기업이 인수하게 된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국익을 지키는 것 아닌가?”(OO건설사 관계자)

호반건설의 대우건설 인수에 대한 의지가 높다. 무엇보다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력과 노하우를 인정받고 있는 대우건설을 해외 기업이 아닌 우리 토종 기업이 인수하게 된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국익을 지키는 것 아니겠냐는 말에 공감대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해 시공능력평가순위 13위 범호남계 호반건설이 시공능력평가순위 3위인 업계 고래 대우건설 인수를 위해 단독으로 입찰에 나선 것을 놓고 곳곳에서 설왕설래가 심화되고 있다.

주택건설을 전문으로 시작한 중견 건설사 호반건설이 정작 주택공급은 뒷전으로 하고 기업 인수합병(M&A)사냥꾼을 자처하며 브랜드 가치만 키우며 몸집을 불리고 있다는 가시 돋힌 시각도 팽배하다.

호반건설에 대한 이 같은 곱지 않은 시선은 아무래도 최근 몇 년 새 M&A 시장에 물건이 나오면 빠지지 않고 입찰에 나서고 있는 호반건설의 입지가 그만큼 높아지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호반건설은 M&A시장의 ‘단골손님’을 자처했다. 주력은 주택사업임에도 불구하고 기업 인수합병으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호반건설은 주택시장 불황기가 장기화될 때면 주택공급이 전무할 만큼 사업 타당성을 꼼꼼히 따지며 몸을 사려왔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조금 더 해석하자면 주택 공급을 위해 부지를 선정할 경우 시장 상황과 분양성 등 사업성을 따져 아니다 싶으면 과감하게 사업을 포기하면서 안정적인 시장성이 담보될 때 과감한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이 호반건설의 전략이라는게 업계의 전언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호반건설은 불확실성한 시장에서 모험을 걸기보다 안정적인 M&A시장으로 눈을 돌려 몸집을 키우겠다는 선택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호반건설이 주력인 주택사업을 외면한 채 M&A를 바탕으로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호반건설의 생각은 다르다. 그간 주택공급에 치중됐던 회사의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다양한 사업군의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그간 주택전문 이미지를 탈피해 사업성 확장을 위한 모색을 위한 도전이라는 시각도 높다.

실제로 호반건설은 그간 M&A를 통해 다양한 사업군을 경험하면서 스킬을 키워왔다. 호반건설은 지난 2001년 스카이밸리CC 인수를 시작으로 KBC광주방송, 복합쇼핑몰 아브뉴프랑을 오픈했다. 물론 호반건설은 이들 기업의 인수 합병 이전부터 꾸준히 사업다각화를 위한 시뮬레이션을 착수했다.

그 외에도 지난 2016년 1월 울트라건설 인수전에 단독으로 입찰하고 나서 인수를 확정지었고 제주 퍼시픽랜드 역시 인수 합병에 성공했다. 물론 호반건설이 M&A 시장에 뛰어들었다가 유찰됐거나 본 입찰에 불참하는 사례도 더러 있다.

이를 놓고 호반건설을 바라보는 M&A시장은 호반건설이 입맛에 맞지 않는 인수전임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입질만 하며 물만 흐리는 진탕 짓을 일삼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M&A시장과 업계의 이 같은 부정적 시각은 지난 2015년 금호산업 인수전에 뛰어든 호반건설이 단독으로 본 입찰에 나섰지만 당시 시장의 예상 가격보다 밑도는 인수금액을 제시했다가 유찰되면서 호반건설이 금호산업을 인수 할 의향도 없으면서 홍보효과만 노린 것 아니냐는 평가에서 알 수 있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당시 금호산업이라는 대어(大漁)를 낚기 위해 호반건설이 단독 입찰에 나선 것을 놓고 M&A 시장에서 상당히 많은 관심을 보였던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일각의 주장처럼 호반건설이 기업 홍보효과를 위해 시장을 호도했다고 생각하는 업계 관계자는 많지 않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돌이켜보면 호반건설은 현재 단독 입찰에 나선 대우건설은 물론 금호산업 인수전 이전에도 다양한 기업들을 인수 합병 하면서 잘 키워나가고 있는 모범적 M&A로 인정받고 있다.”며 “이번 대우건설 역시 변수가 없다면 호반건설의 의지도 그렇고 충분히 인수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M&A 업계 관계자의 주장처럼 실제 호반건설은 자신이 인수합병에 나선 인수기업에 대해 점령군 인식을 주지 않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울트라건설이나 제주 퍼스트랜드 리조트 등 다수의 인수 기업 임직원들에게 가족과 같이 잘해주고 있다.”며 “회사 방침이 기존 기업 문화를 존중하자는게 방침이다.”고 말했다.

한편 호반건설은 지난 19일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지분 50.75% 매각을 위한 본 입찰에 단독으로 입찰제안서를 제출했다.

당초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호반건설과 치열한 경합을 예상했던 중국계 엘리언리소스그룹은 본 입찰에 불참하면서 이변이 없다면 대우건설은 국내 기업인 호반건설이 인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호반건설은 대우건설 인수를 위해 1조 6000억원 수준의 입찰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산업은행이 대우건설에 투입한 3조 2000억원의 절반 수준이지만 회사 경영의 지속가능성과 자금 조달의 현실성 등에 문제가 없다면 오는 26일 호반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26일 결과를 지켜봐야 알겠지만 만일 회사가 대우건설을 인수할 경우 기존 인수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점령군이 아닌 조속한 정상화를 위해 내실있는 회사가 됐으면 한다.”고 언급했다.

M&A시장의 관측과 같이 호반건설이 실제 대우건설 인수에 성공하면 건설업계 지각변동을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우선 호반건설은 기존 주택전문 기업에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 글로벌 기업으로 브랜드 네이밍 가치가 높아진다.

범호남계 출신의 주택전문 중견 건설사가 명실상부 국내 시평 순위 3위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 가치를 지켜온 대우건설의 막강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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