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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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a Focus]⑩ 현대 중국과 법가(法家)…‘의법치국’과 ‘시따따’ 上

[데일리포스트=김혜경기자] “모든 시민들이 법 앞에 평등하도록 하고, 인권을 존중하며, 시민들이 법에 따라 더 많은 권리와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

이 말은 어느 서방국가 지도자의 입에서 나온 말이 아니다. 2012년 중국 공산당 권력의 핵으로 떠오른 시진핑 주석이 언급했다면 믿겠는가?

지난해 ‘신시대 중국특색 사회주의’라는 구호를 걸고 시 주석 집권 2기가 시작된 현재까지 중국을 이해하기 위한 핵심 키워드는 ‘법(法)’이다. 법에 따라 국가를 통치한다는 ‘의법치국(依法治国)’은 시진핑 정권의 국정 과제 ‘중국몽’을 실현시키기 위해 반드시 행해야하는 수단이다.

혹자는 중국과 법치국가라는 용어는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일당독재체제를 기반으로 검열과 인권탄압을 밥 먹듯이 하는 국가에서 무슨 법치냐고 반문하는 것도 당연하다. 서양의 사법제도와 삼권분립이 제일 먼저 연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진핑식 의법치국은 서구의 제도와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공산당의 지도 아래 행해지는 ‘중국 특색의 법치체제’를 구축하겠다는 뜻이다.

앞서 언급된 문장에서 평등과 인권, 자유 등의 단어보다 ‘법 앞에’, ‘법에 따라’라는 수식어를 더 눈여겨봐야 할 이유다. 핵심은 ‘법(法)’이 아닌 ‘치(治)’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으며 ‘치’를 행하는 주체는 독립된 기관이 아닌 ‘당’이라는 것이다.

상앙과 신불해, 한비자 등 법가로 분류되는 중국 고대 사상가들의 이론에 비춰봤을 때 중국의 전통적인 사법문화는 개인의 권리 수호가 아닌 통치 질서의 공고화라는 목적에 더 가까웠다. 시진핑 시대 법치 또한 사법기관의 독립 등 개혁의 의미보다는 전통적 가치를 이용해 사회를 바로 잡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공직자 기강 확립의 의미로 시 주석 집권 1기 동안 진행된 부정부패척결이 대표적이다. “호랑이(고위직 관리)든 파리(하위직)든 함께 잡아야 한다”는 시 주석의 말에 따라 이른바 ‘늙은 호랑이’로 분류된 원로급 고위공직자를 포함해 관리들의 목이 여럿 날아갔다.

인민일보 등 현지 관영언론에 따르면 각종 부패비리로 처벌받은 공산당원은 119만명으로 집계됐다. 이중에는 저우융캉 전 정치국 상무위원, 보시라이 전 충칭시 당서기 겸 정치국 위원, 궈보슝과 쉬차이허우 전 중앙군사위 부주석 겸 정치국원, 링지화 전 정협 부주석 겸 당 통일전성부장 등 거물도 포함됐다.

일각에서는 시 주석이 반부패 척결을 당 내부 정적을 제거하기 위한 일종의 견제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중국 내 정치적 상황으로 미뤄봤을 때 이같은 분석은 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왜 대다수 중국인들이 반부패정책과 시 주석에 대해 열광적인 지지를 보내는지에 대한 설명으로는 조금 부족하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법의 칼날을 휘두르는 엄격한 국가 지도자 시 주석이 아닌 푸근한 옆집 아저씨 시진핑이라는 이미지를 상기시켜볼 필요가 있다.

시 주석의 호칭인 ‘시따따(习大大)’는 주석 취임 2년간 중국 언론과 인터넷에서 가장 화두가 된 유행어였다. 시 주석의 고향에서는 자신의 아버지 혹은 중년의 남성을 ‘따따(大大)’라고 부르는 습관이 있다고 한다.

시 주석의 서민 이미지는 ‘시진핑 아저씨’ 정도로 해석되는 시따따에서 비롯된 것이다. 시 주석에 대한 중국인들의 기대와 믿음, 애정이 호칭으로 발현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국 정서에 맞게 고전 경전들에서 인용된 화법과 의도가 어떠하든 언행일치를 보여준 태도는 중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 것이라 판단된다.

이같은 이미지를 지닌 시 주석의 반부패 강공 드라이브는 ‘선’이자 도덕적 정당성을 얻었을 것이며 대척점에 있는 척결 대상들은 사회에 해를 끼치는 ‘악’의 무리로 치부됐을 것.

고위간부들까지 망설임없이 낙마시키는 시 주석의 단호함에 일부 중국인들은 묘한 카타르시스까지 느끼지 않았을까? 중국 공산당이 약 100년 동안이나 지위를 공고히 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아래로부터의’ 지지다.

법치를 통해 중국 공산당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사회 정의 구현이 아닌 사회 통합과 안정이다. 반부패척결에 있어 당의 정당성을 약화시킬만한 요소들은 원천 봉쇄하고, 다수의 인민들이 현 정권을 지지할 만한 부정부패만 제한적으로 들춰내는 것이 핵심이다.

“정치 지도자들이 이렇게 썩었다니 못살겠다. 갈아엎자”가 아닌 “역시 시 주석은 다르군. 부패 무리들과 싸우느라 고생하겠지. 우리라도 지지해주자”와 같은 여론이 형성되도록 만든다.

시진핑 정권은 국가 통합이라는 목표 아래 사회 통제를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15년 이후 약 3년간 1만여개가 넘는 인터넷 사이트를 폐쇄하고, 1000만개 이상의 소셜미디어 웨이보 계정을 삭제한 바 있다.

개헌을 통해 반부패운동의 타겟이 당원이 아닌 일반인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시 주석 집권 2기 반부패정책을 총괄할 ‘국가감찰위원회’가 만들어질 법적 근거가 조만간 마련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당국은 이르면 이달 내로 개최될 19기 중앙위원회 2차 전체회의에서 헌법 개정에 대한 논의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부패정책의 사상적 토대인 ‘중국식 법치’는 당과 개인에게 적용되는 법이 다르지만 이같은 본질을 숨기는 것이 핵심이다. 해당 공식이 깨질 경우 반부패가 반독재 혹은 반체제 운동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회통합을 위해 내세운 법치가 중산층의 성장과 의식 고취로 오히려 공산당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것.

중국식 법치체제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 법치와 함께 국가 권력의 민낯을 숨길 수 있는 ‘시따따’와 같은 장치의 발전도 오래전부터 정교하게 만들어져 왔다. 그 기원은 고대왕조 한나라와 전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상앙의 저서로 알려진 ‘상군서’에는 현대 중국 공산당의 통치 이데올로기와 비교할만한 대목들이 꽤 있다.

“법력은 민의 생명이며 통치의 근본이고 민의 쟁란을 대비하는 수단이다. (중략) 지금 법력이 불명하니 그 법문이 정해지지 않고 있다. 성인은 반드시 법령을 제정하고 관사(官師)를 두는데 관사를 두는 것은 천하(를 위해) 사(師)를 두고 명분을 정하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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