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 “브리핑, 언론이 먼저냐? 유가족이 먼저냐?” 항의

[데일리포스트=송협 기자] “옥시 기자회견 한다고 기자들에게는 메일 보내고 정작 피해자들에게는 연락도 안했다. 이게 무슨 진정성 있는 사과냐?”(2016년 5월2일 옥시 피해 관련 기자회견장에서 피해 유가족)

지난해 5월 2일 ‘가습기 살균제 사태’의 주범인 옥시레킷벤키저가 최초 피해자 발생 이후 5년만에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뒤늦은 사과에 나섰다. 아타울라시드 사프달 옥시 대표가 단상에 올라 피해자 가족들에게 고개를 숙인 뒤 보상안을 발표했지만 사과에 대한 진정성 의문이 제기됐다.

피해 발생 5년이 지나 늑장 사과에 나선 옥시, 그러나 이날 기자회견은 피해자 가족은 뒷전으로 한 채 언론사 기자들에게만 기자회견 소식 메일만 보내면서 피해 유가족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은 바 있다.

지난 16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 미숙아로 입원하고 있던 영아 4명이 동시다발적으로 사망한 것과 관련 17일 오후 2시 30분께 정혜원 병원장을 중심으로 기자브리핑에 나선 병원측의 유가족을 대하는 태도 역시 가습기 피해 공식 기자회견에 나섰던 옥시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자신의 소중한 아이를 믿었던 유명 대학병원에서 잃고 실의에 빠져 있는 유가족들은 제쳐놓고 언론사 기자들을 모아놓고 “우린 이렇게 최선을 다 했는데 결과가 이렇게 돼서 안타깝고 유감이다.”며 온갖 핑계와 변명만 늘어놓고 있는 병원측에 유가족이 내 뱉은 한마디는 이 무책임한 병원을 향한 국민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자신을 사망한 신생아의 아버지라고 소개한 한 유가족은 “브리핑을 누구에게 먼저 알려줘야 하나? 유가족이냐? 언론사냐?”며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을 억누르며 던진 말이다.

유가족은 또 “지금 이대목동병원 브리핑 1순위는 언론사냐? 유가족이냐? 유가족에게 먼저 연락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날 출입기자들을 불러 모아놓고 신생아 사망사건 개요를 설명하고 있던 김한수 이대목동병원 홍보실장은 유가족을 뒷전으로 한 채 기자들 앞에서 변명 일색만 남발하다 참다 못한 유가족의 항의를 받고도 “사과말씀 드린다. 죄송하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는 수준에 그쳤다.

그랬다. 1년 전 가습기 살균제 피해 발생 5년만에 어렵사리 공개 사과에 나섰던 옥시가 피해자 가족들에 앞서 기자들만 떼를지어 모아놓고 변명만 일삼았던 것처럼 이대목동병원 역시 사건 발생 하루만에 유가족 보다 언론의 비위를 맞추기에 급급했던 것이다.

더욱이 브리핑에 참석한 기자들이 신생아 중환자실 병상이나 분류, 그리고 신생아 사망 당시 경찰에 신고한 상황에 대한 불리한 질문이 쏟아질 때마다 병원측은 추가적인 내용을 파악하고 보도자료를 배포하겠다며 회피적인 모습을 일관했다.

자신들이 사건개요를 통해 사망한 신생아들의 당시 상태나 살리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여부만 강조할 뿐 불리한 질문에는 입을 닫고 브리핑을 서둘러 끝마치려는 모습만 역력했다.

현장에 참석했던 모 일간지 기자는 “보도자료 배포를 하겠다면 왜 기자들을 불러 모았는지 알 수 없다.”면서 “병원측이 자신들의 문제점을 우회적으로 덮으려고 꼼수를 쓰는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미지=YTN뉴스 캡처>

 

이대목동병원에서 신생아 4명이 80분 차이를 두고 사망한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아이디 OO소년은 “신생아 4명이 80분 사이에 심정지가 와서 자연사할 확률은 로또 1등 보다 어려울 것 같은데 분명히 병원측의 과실이 있을 것 같다. 약물투여 오류 등 원인을 꼭 찾아내 엄벌하고 청청벽력과 같은 비보를 접한 부모들의 한을 풀어줘야 한다.”고 꼬집었다.

OOO솔이는 “도대체 아기를 몇 명이나 죽여놓고 유가족께 미안하고 국민께 죄송하고, 감사하다? 잘못해놓고 용서를 빌면 끝나냐?”라고 일갈했다.

또 다른 네티즌 OOO사랑은 “무엇보다 걱정되는 것은 부검을 비롯해 이것저것 시간 떼우다 의학적인 소견으로 볼 때 병원은 문제없다. 뭐 이렇게 나올까봐 걱정이다. 그 긴 시간 고통을 안고 살아야 할 유가족들이 너무 안타깝다.”고 우려했다.

한편 지난 16일 밤 신생아집중치료실 인큐베이터에서 이상 증세를 보여 심폐소생술에도 불구하고 신생아 4명이 사망한 이대목동병원은 지난 7월 신생아 중환자실에 근무하고 있던 간호사가 결핵 확진을 받아 논란이 된데 이어 9월에는 영아에게 수액을 투여하던 중 영아 부모가 벌레를 발견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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