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사냥꾼 호반건설과 美 투자전문 TR아메리카 ‘유력’

[데일리포스트=송협 기자] 최근 대우건설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이 마감됐다. 매각 가격만 무려 2조원에 달하는 이 거대한 공룡을 차지하기 위해 국·내외 기업들이 앞 다퉈 입찰 제안서를 제출하고 나섰다.

올해 시공능력평가순위 3위, 그리고 시공능력평가액 8조 3000억원, 2016년 총 매출 11조원의 실적을 기록한 대우건설, 여기에 대한민국 경제를 요동치게 만들었던 ‘대우사태’의 험로에도 불구하고 ‘대우’라는 브랜드를 키워낸 그 가치만 따지더라도 매각가 2조원은 결코 높다할 수 없다.

그만큼 국내외적으로 신인도가 높은 대우건설을 인수하게 될 경우 현재 브랜드 가치는 물론 사업적인 측면에서도 높은 기대치가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우건설 인수를 위해 당초 지난 6일까지 나름 자본 여력이 있다는 국내외 업체들이 투자설명서를 챙겨갔지만 이 중 절반 이상은 말 그대로 ‘간’만 보였을 뿐 실제 최종 입찰사는 10개 정도에 불과했다.

과거 대우건설 입찰 소식에 너나없이 달려들었던 대형 건설사들은 단 한군데도 참여하지 않았다. 예비입찰을 마친 입찰기업은 미국 부동산투자기업인 ‘TR아메리카(TRAC)’를 비롯해 역시 미국 건축설계기업 에이컴(AECOM)’, 그리고 범호남계 기업인 호반건설 등이 뛰어들었다.



대우건설이라는 ‘대어(大漁)’를 낚기 위해 10개사가 예비 입찰을 마쳤지만 실제 본 입찰까지 나설 기업은 앞서 언급한 에이컴과 TRAC, 그리고 탄탄한 자본력을 앞세워 자신 보다 몸집 큰 주체 없는 건설사 사냥 전문인 호반건설 정도에 그칠 전망이다.

대우건설 M&A 과정에서 강력한 매입 의사를 밝힌 호반건설이 주목을 받고 있다. 범호남계 기업호반건설은 ‘베르디움’ 브랜드로 지난 2013년까지만 하더라도 시공능력평가순위 24위에 머물고 있던 중견건설사였다.

하지만 리스크 없는 사업수완을 바탕으로 쌓은 탄탄한 자본력을 앞세워 신규 사업 보다 M&A 전문 기업 사냥꾼으로 정평났다.

실제로 호반건설은 지난 2011년 연고인 광주지역 민영방송인 광주방송(KBC)를 인수한데 이어 2015년 워크아웃 중인 금호산업 인수전에도 뛰어 들었던 호반건설은 결국 지난해 토목전문기업 울트라건설 인수에 성공했다.

건설사 인수 뿐 아니라 호반건설의 M&A 종목은 다양하다. 지난 2001년 경기 여주 소재 골프클럽인 스카이밸리CC를 비롯해 2010년 하와이 ‘와이켈레CC’, 그리고 올해 2월에는 제주도 중문 관광단지 내 위치한 ‘퍼시픽랜드’ 지분 100%를 인수하면서 수익 다각화를 위한 경영을 펼치고 있다.

증권사 건설전문 애널리스트는 “대우건설 예비입찰에 참여한 국내외 전략적 투자자(SI) 10개사 중 인수 의지가 가장 높은 곳은 당연히 호반건설”이라면서 “대우건설이라는 공룡 기업을 인수하면서 추가될 밸류와 가치를 감안할 때 충분히 모험을 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또 “건설업이 주력인 만큼 대우건설 인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시너지를 제외하고서라 대우건설 인수를 통해 글로벌 대형건설사로 입지를 다질 수 있는 만큼 호반건설의 인수 의지는 강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대우건설 인수전에서 예비입찰자 10곳 중 치열한 경합을 펼칠 기업으로 국내 호반건설 외에 미국의 설계전문기업 에이컴과 TRAC를 꼽았다.

특히 미국의 부동산투자기업 TR아메리카(TRAC)는 호반건설과 함께 가장 적극적인 인수 행보를 보이고 있다.

TRAC를 설립한 문정민 회장은 재미교포 사업가로 지난 2009년 4조 2000억원에 이르는 풋백옵션을 제시하며 대우건설을 눈독 들였다가 그룹이 괴멸 위기에 놓였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 매각을 추진할 당시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했다가 고배를 마신 만큼 한치 양보 없는 설욕전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대우건설의 대주주 산업은행은 지난달 13일 BOA메릴린치와 미래에셋대우를 매각 주관사로 정하고 사모펀드 ‘KED밸류 제6호’를 통해 대우건설 지분 50.75% 매각을 예고한 가운데 지난 2011년 대우건설 지분을 3조 2000억원에 인수한 산업은행은 이번 매각 과정에서 1조원이 넘는 손실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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