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세계 최초로 로봇이 시민권을 획득했다. 로봇 인권의 법제화를 둘러싼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내려진 갑작스런 결정에 비판과 의문의 목소리가 높다.

'소피아(Sophia)'라는 이름의 이 로봇은 여성과 비슷한 모습을 가졌으며 60여개 이상의 감정표현을 전달할 수 있다. 소피아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서 개최된 투자회의(Future Investment Initiative, FII) 행사에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FII는 정상급 국제 비즈니스 리더와 국가 공무원, 투자자들을 연결하는 글로벌 투자 이벤트다.

소피아는 홍콩에 본사를 둔 핸슨 로보틱스(Hanson Robotics)가 제작한 인공지능 로봇이다. 단상에 오른 소피아는 "나는 독특한 특례를 얻은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역사상 로봇이 시민권을 획득한 것은 처음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소피아는 자연스런 입모양과 다양하고 섬세한 표정을 선보였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광범위한 분야에서 남성의 여성 지배를 허용하는 '후견인 제도‘로 국제사회 인권기관의 줄기찬 비판을 받아왔다. 여성은 결혼·학업·취업·여행 등 다양한 활동에 후견인 남성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공공장소에 갈 때에도 남성 동행이 필요하다.

그러나 소피아는 사우디 여성들이 착용해야하는 히잡을 착용하지 않고 동행한 남성도 없어 일각에서는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우디 여성의 현실을 반영해 소피아의 얼굴을 검게 가린 사진을 온라인상에 게시하는 사람도 있다.
저작권자 © 데일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