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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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apan-Focus]⑩ 2017 노벨문학상 수상자 ‘가즈오 이시구로’

[Japan-Focus]⑩ 2017 노벨문학상 수상자 ‘가즈오 이시구로’

[데일리포스트=김정은 일본 전문 기자]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일본 출신의 영국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63)가 선정됐다.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5일(현지시간) “그는 대단히 성실한 작가로 세계와 연결돼 있다는 우리의 환상 아래 심연을 밝혀냈다”는 격찬과 함께 2017년 117회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수상 후 가즈오 이시구로는 “장난이라고 생각했다. 끊임없이 울리기 시작한 전화와 자택 앞 취재진을 보고서야 겨우 실감이 났다”며 “굉장한 영광이다. 내가 위대한 작가들이 걸어온 길을 따른다는 뜻이기 때문이고 그것은 아주 멋진 찬사다”라고 노벨문학상 수상에 대한 감격과 겸손한 소감을 밝혔다.

◆ 예상치 못한 수상, “가즈오 이시구로는 누구?”

영국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2007년 도리스 레싱 이후 10년 만으로 영국 언론은 자국에서 수상자가 나온 것을 기뻐하며 일제히 속보로 이시구로의 수상 소식을 전했다.

그의 수상은 사실 예견된 것은 아니었다. 매년 영국 유명 도박사이트 래드브록스는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자 명단과 각각의 예상 순위를 발표하는데 올해는 케냐 응구기 와 티옹오, 일본 무라카미 하루키, 캐나다 마거릿 애트우드, 한국 고은 등의 수상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유력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던 탓에 그의 수상은 지난해 미국 포크가수 밥 딜런에 이은 또 하나의 이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택에서 BBC의 취재에 응한 이시구로는 “밥 딜런 다음으로 수상하다니 너무 멋지네요. 팬이에요”라며 스스로를 낮추는 영국식 유머(British Humour)를 구사하기도 했다.

가즈오 이시구로는 1954년 일본 나가사키에서 태어나 해양학자인 아버지를 따라 1960년 영국으로 가족이 이민을 떠났다. 부모 모두 일본인이지만 영국의 전형적인 중산층 가정의 자녀로 성장했으며 1980년대 초 영국 국적을 취득했다. 86년에 영국인과 결혼해 부인과 딸과 함께 런던 북부에서 거주하고 있다.

온라인상에서 이시구로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가 확산되면서 일각에서 그의 정체성이 이슈로 부상하기도 했지만 그는 모든 작품을 영어로 집필한 ‘영국 소설가’다. 이름과 외모 탓에 일본 작가로 종종 오해받는 이시구로는 민족과 언어를 넘어서 인간의 보편적 정서에 호소하는 작가로 평가받기를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그의 유년시절부터 시작된 ‘이방인’이라는 내재된 정서는 작품세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이번 수상 후 인터뷰에서 이시구로는 “영국에서 살면서 일본 가정에서 자란 나는 주변 영국인과는 다른 관점에서 세상을 볼 수 있었다. 이는 내 작품 세계에 빠뜨릴 수없는 요소였다”고 언급했다.

◆ 日 가즈오 이시구로 열풍, ‘남아 있는 나날’ 등 베스트셀러

비록 영국작가지만 일본계 출신이기 때문에 일본 전역도 그의 수상을 기뻐하고 있다. 매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후보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일본 국민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이번에도 고베를 마시자 그 아쉬움을 가즈오 이시구로의 태생을 강조하며 달래는 모양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일본에도 많은 팬이 있다. 함께 축하하고 싶다“는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특히 일본 언론들은 1면 톱기사로 이시구로의 수상소식을 타진하며 인터뷰 내용과 과거 일본과의 인연 등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NHK는 지난 5일 이시구로가 6년 전 일본을 방문했을 때 “어린 시절에 있었던 일본에서의 기억이 되살아나는 것 같다. 다른 나라에 가는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라며 일본에 대한 남다른 감회를 언급한 장면을 소개하기도 했다.

산케이 신문은 2015년 일본 방문 당시 이시구로가 한 인터뷰를 통해 “영국으로 건너간 어린 시절과 달리 20대에는 일본에 대한 기억이 내 안에서 점점 희미해져 갔다. 지금 되돌아보면 소설을 쓰는 것은 내 안의 일본을 저장하는 것이었다”는 발언을 비중 있게 다뤘다.

한편 일본 동양경제신문은 6일 이시구로가 일본 태생이고 일부 소설에서 일본과 일본인을 다루기는 했으나 “영국에서는 어디까지나 영국인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영국 분위기를 전했다.

그의 대표작인 ‘남아 있는 나날’은 수상 직후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는 등 일본 내 저서 판매량도 급증하고 있다. 또 일본이 배경이고 일본인이 주인공인 그의 초기 작품 ‘창백한 언덕 풍경(1982년)’과 ‘부유하는 세상의 화가'(1986년)도 재조명되고 있다. 신주쿠의 한 서점은 당초 노벨상 수상이 유력시되던 무라카미 하루키 코너를 내리고 수상 발표 직후 이시구로 작가의 작품을 모은 코너를 급히 모아 전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 가즈오 이시구로의 작품세계

이시구로는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사실 영미권 문학계에서는 이미 선두주자로 꼽혀온 유명 작가이다.

그는 영국 켄트 대학에서 철학과 문학을 공부하고 이스트앵글리아 대학에서 문예창작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대영국작가사전에 따르면 이시구로 소설들은 기억들로 가득 차 있다. 왜곡될 수 있고 잊혀질 수 있으며 침묵될 수도 있는 기억의 여러 가능성을 다룬다. 그의 소설 속 주인공들은 회상을 통하여 과거를 이해하면서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상실감과 전쟁으로 인한 상실감 등을 극복하려 한다.

이시구로가 소설가로 첫 발을 내딛었던 것은 1982년으로 첫 소설 ‘창백한 언덕풍경’으로 위니프레드 홀트비 기념상을 받았다. 이 작품은 그의 졸업 작품이기도 하다. 영국에 거주하는 일본 출신 중년 여인 에츠코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나가사키 원폭 투하 이후 일본의 피폐한 상황 속에서 씩씩하게 살아가는 여성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두 번째 장편 ‘부유하는 세상의 화가’(1986)는 태평양전쟁 시절 일왕을 찬양하는 그림을 그리던 일본화가 마스지 오노를 통해 종전을 계기로 사회의 가치관이 크게 변화하는 모습을 표현했다. 이 작품으로 휘트브레드 상과 이탈리아 스칸노 상을 받으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의 대표작이자 세 번째 소설인 ‘남아 있는 나날’은 1989년 영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부커 상을 받았으며 20여 개국에서 출간된 베스트셀러다. 영국 귀족과 하인의 삶을 통해 가치관의 대혼란이 나타난 1930년대 영국의 격동기를 묘사한 작품으로 이를 통해 이시구로는 세계적인 명성과 영미권 문학 대표작가로 자리매김했다. 남아 있는 나날은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의 동명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그는 이후에도 가상 도시를 배경으로 현대인의 심리를 몽환적으로 그려낸 ‘위로받지 못한 사람들’(1995)로 첼튼햄 상을 받았다. ‘우리가 고아였을 때’(2000)는 그의 개인적인 모습이 가장 많이 담긴 사적인 소설이다. 고국은 영국이지만 상하이에서 태어나 정체성을 고민하는 탐정 크리스토퍼가 중일전쟁 속 요동치는 중국으로 건너가 부모의 행방을 찾는 내용을 담았는데 특히 어린 시절 이야기에 그의 모습이 투영돼 있다.

2005년 발표한 ‘나를 보내지 마’는 장기 이식 기증자가 되기 위해 길러진 복제 인간의 사랑과 슬픈 운명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에 의문을 제기한 작가의 대표작으로 2010년 영화화됐다. 이 작품은 ‘타임’의 ‘100대 영문 소설’ 및 ‘2005년 최고의 소설’로 선정되었고, 전미 도서협회 알렉스 상, 독일 코리네 상 등을 받았다.

이 작품 이후 10년 만인 2015년 발표한 ‘파묻힌 거인’이 가장 최근 발표한 소설로 고대 잉글랜드의 평원을 무대로 노부부가 몇 번이나 어려움에 직면하면서 여행을 계속하는 이야기를 그려냈다.

현대 영미권 문학을 이끌어 가는 거장으로 인정받고 있는 그의 독보적인 작품세계는 동양과 서양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은 특유의 낯설고 깊은 상실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시구로는 문학적 공로를 인정받아 1995년 대영제국 훈장, 1998년 프랑스 문예훈장을 받았으며 올해 노벨상 수상의 영예까지 누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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