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국내에서 카메라 브랜드로 유명한 일본기업 올림푸스는 사실 뛰어난 광학기술을 바탕으로 산업내시경, 생물 현미경, 의료기기에 이르기까지 저력을 보이고 있는 정밀기기업체다.

특히 의료분야에서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세계 소화기 내시경 시장 점유율 70%이상을 점하고 있으며 전체 매출의 약 80%가 내시경과 외과장비와 같은 의료기기에서 발생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과 동남아 같은 신흥국의 의료 인프라 확대에 발맞춰 해당지역 의료기기 시장 진출에도 주력하고 있다. 2019년 신흥국 매출액 목표는 사업 전체의 20% 정도다.

◆ AI와 로봇 관련 제품 개발, M&A도 검토

이런 가운데 올림푸스 사사 히로유키(笹宏行) 사장이 지난 14일 니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인공지능(AI)과 로봇관련 의료 기기를 개발 중이며 규제동향과 수익성을 고려한 첨단 의료사업을 구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2020년 회계연도(2021년 3월 결산) 기준의 중기 경영계획과 관련해서도 “거의 예상대로 진행되고 있다”며 최종 매출 목표 1조1000억엔 달성에 자신감을 피력했다.



니케이신문과의 주요 인터뷰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Q: 의료 산업에서 IT와 로봇 활용이 확대되는 추세다. 올림푸스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A: 인공지능(AI)과 로봇 관련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다만 의료기기는 기술이 뒷받침된다고 해서 상용화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규제와 비용 대비 효과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내시경 사진을 통해 AI가 문제를 발견하는 시스템의 경우 AI 학습에 사용될 환자 사진, 즉 개인정보 문제가 존재한다. 또 섬세한 내시경 수술 로봇 도입이 과연 의학적으로 도움이 되는가, 비용 대비 효과가 검증이 되는가도 잘 생각해봐야 하는 문제다.

Q: 중기 경영계획 첫해인 지난해 매출(17년 3월 결산)이 전년대비 7% 감소한 7481억엔이었다. 현재 진행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나?
A: 모든 사업이 거의 예상대로다. 주요사업인 의료산업이 성장 영역인 것은 틀림없다. 특히 소화기 내시경 시장 점유율이 높은 제품의 성과가 뚜렷하다.

문제는 수술용 내시경 관련 제품인데 소니와 개발한 고화질 4K 내시경 시스템은 기술적으로 타사를 능가하는 제품으로 시장 점유율 확대의 첨병으로 기대하고 있다. 북미를 중심으로 한 업체를 고객 타깃으로 겨냥하고 있으며 판매처의 80%는 기존에는 타사제품을 이용하던 신규고객이다. 새로운 보급형 시스템 제품도 이번분기부터 도입이 본격화돼 (매출 감소에 대한) 회복은 빠를 것으로 본다.

* 편집자주: 수술용 내시경 시장은 독일 ‘칼 스톨츠’와 미국 ‘스트라이커’가 앞서고 있으며 올림푸스 점유율은 20% 정도에 그치고 있음

Q: 성장을 위해서는 M&A도 필요하지 않은가?
A: 단순한 양적 확대는 바람직하지 않다. 과거 경영방식은 치밀하지 못해 산하에 몇십개 회사가 있었지만 인수 후 적절한 투자를 하지 않고 알아서 하라며 방치하는 식이었다. 효과가 분산되는 M&A가 아닌 독자적인 경험과 기술력이 있는 곳을 노리고 있다. 의료분야를 중심이며 (산업용 검사 장비 등) 과학사업도 시야에 넣고 있다

* 편집자주: 세계의료 기기 산업은 대규모 M&A가 잇따라 연간 10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음. 아일랜드 메드트로닉의 경우 지난해 매출(17년 4월기준)은 297억 달러에 달함

Q: 카메라 사업은 지난해 7년만에 흑자 전환했다. 이에 대한 생각은?
올해 기대 매출을 다소 밑돌고 있지만 영업이익은 제대로 나오고 있다. 미러리스 카메라를 중심으로 고부가가치 제품을 효율적으로 판매할 예정이다. 카메라사업을 통해 배운 개발속도와 생산기술, 조달 노하우 등을 의료사업에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 내시경?현미경 생산에 IoT 도입

일본 일간지 ‘일간공업신문’ 7일 보도에 따르면 올림푸스는 이달 내시경과 현미경 생산 기술에 사물인터넷(IoT)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발표했다. 고급 기술을 가진 ‘장인의 기술’을 수치화해 기계화·자동화를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이를 통해 생산효율 향상과 젊은 기술자 육성에 활용해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등 해외 거점으로도 전개한다.

올림푸스는 ▲사람의 오감에 해당하는 센싱기술 ▲두뇌에 해당하는 데이터 처리 및 분석 기술▲손에 해당하는 액추에이션(actuation) 기술에 디지털 기술을 도입해 기술자의 암묵적인 지식을 기계화하고 자동화한다는 방침이다.

선행 사례로 현미경 대물렌즈를 정밀하게 자동조립하고 조정하는 기계를 개발했다. 기존 고급기술자가 수작업으로 해온 대물렌즈의 조립, 조정, 평가 작업을 수치화해 서브미크론(1만분의 1밀리미터) 단위로 미세 구동하는 조정장치를 통해 수작업이 아니면 불가능했던 고도의 조립을 자동화한 것이다.



올림푸스의 하야시 시게오(林繁雄) 제조부문장은 “기술력(생산기술)과 현장력(고급 기술자)을 함께 발전시켜 세계최고의 제조집단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올림푸스는 그간 타사와 차별화 할 수 있는 소재 및 가공법, 고도의 기술력과 생산력을 자사 경쟁력의 원천으로 삼아 꾸준히 발전해왔다. AI와 수술 로봇, IoT까지 4차 산업시대 첨병으로 여겨지는 신기술 도입에 주력하고 있는 새로운 도전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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