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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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②루앙프라방…그 시간의 여유와 낭만의 공간

[데일리포스트=황태수 여행전문 칼럼니스트] 부끄러운 듯 조심스레 밝아오는 새벽부터 닭들이 울어대기 시작한다. 굵직한 금속성 소리가 묻어나는 것을 보니 여느 닭이 아닌 장닭의 느낌이다.

침대 머리맡 등불의 똑딱이 스위치를 켠다. 그리고 열심히 식사 중인 휴대폰의 시간을 무겁게 가라앉은 한쪽 눈을 들어 살짝 엿보니 새벽 4시 반이다.

“이 나라 닭들은 참 어지간히 부지런한가 보다.”

여명(黎明)도 채 오르지 않은 발코니에 나와 앉아 루앙프라방 여행의 첫날 아침을 본의 아니게 맞이하고 있다.

테이블 위 말간 컵은 지난 밤 마시다 남은 맥주의 잔여물이 마치 소의 오줌마냥 진득하게 남아있고 수북하게 차오른 재떨이는 간밤에 허공으로 뿜어 올린 무수한 입자들의 흔적으로 고스란히 남겨져 있다.

“그럼…한 놈 더 태워 없애야겠다.”라는 일념으로 밤새 까치집으로 변한 머리를 흔들곤 담배 한 대를 피워 문다.

‘꼬끼오~~!“

여전히 목청 터져라 울어 재끼고 있는 라오스의 부지런한 닭 놈들~

아침 공기가 제법 상쾌하다. 루앙프라방 공항 트랩에서 내릴 때 만 하더라도 습한 열기를 생각하면 아침공기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의외다. 상큼하다는 생각이 절도 날 만큼…

그렇게 담배를 한 대 다 빨아대고는 슬그머니 온기 젖은 침대를 찾아 남은 잠을 청해본다. 그놈의 닭이 울거나 말거나 아침이 시작됐거나 말거나.

그렇게 깊은 잠에 빠졌다고 생각했는데 눈을 뜨니 새벽 6시30분이다. 우습다 겨우 한국과 두 시간 시차가 있는 라오스에서도 출근 준비하는 시간에 기상이라니…이런 저주받은 몸뚱아리 같으니라고 푸념을 토해내며 무거운 하루를 그렇게 시작한다.

“아~이제 뭐 할까?”

“그래, 일단 리셉션 가서 진한 커피에 과일이나 주문하자”

블랙퍼스트 타임, 리셉션 테이블 두 곳에 서양인들이 마주하고 있고 또 다른 한 테이블은 한국 여자들이 앉아 간단한 아침 식사를 하고 있는 틈새에 파고들어 한 상 차지한다. 테이스터스 쵸이스 분말 커피에 뜨거운 물을 넣어 한잔 준비한다.

김이 모락거리는 커피 잔을 마주한 내게 매일 “아침?”하며 건조하게 질문하는 게스트 하우스 직원, ‘다만’이라는 이름의 친구다. 돌이켜보면 루앙프라방 여행기간 중 매일 마주했던 이 친구와 함께 담은 사진이 하나도 없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꼭 한 장 담아오고 싶다.

다만의 밝은 질문에 “응”하는 내게 내민 메뉴 체크 용지. 몇 가지 메뉴 중 오믈렛 & 베이컨, 열대과일에 체크를 하자 5분만에 나온 싱그러운 아침식사.

전쟁과 같은 분주한 하루를 시작하는 한국과 달리 여유로운 하루의 문을 여는 라오스인들 속에 묻힌 나. 유유히 흐르는 메콩강의 강물을 바라보며 식후연초에 불을 지펴 쌉쌀한 담배 연기를 한 가득 들이켜 본다.

비릿한 메콩강의 내음이 후각을 자극하며 한 웅큼 들어오는데 그 이상한 야릇함은 글로 표현하기 어렵다. 무슨 말인고 하니 그저 좋다는 말이다.

숙소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외출 준비에 나섰다. 오른쪽 어깨에 숄더백을 메고, 왼쪽 어깨에는 카메라로 무장했다. 거울 속 모습을 보니 완벽하다. 루앙프라방과의 탐색전이 시작된 것이다.

골목을 벗어나 메콩강을 거닐고 있다. 작은 골목가게 아침을 시작하는 여인, 새벽부터 손님을 맞이하고 있는 국숫집, 금발 머리가 하얗게 새어 버린 서양 할머니가 앉아 있는 카페테라스의 아침을 평온히 바라본다.

메콩강을 마주한 채 향기 가득한 커피 한잔과 여유로움이 곳곳에서 묻어나는 루앙프라방의 고요한 아침이다.

나의 귀를 진동하는 ‘Jason Mraz’의 ‘I’m Yours’의 흥겨운 기타 리듬에 박자를 맞추듯 발을 가볍게 옮겨본다.

‘둥~둥’거리는 제이슨의 기타 소리 너머 툭툭이 기사와 슬로 보트 기사들이 엉켜있다.

“툭툭! 툭툭?” “보트!보트?”

씨익하고 웃어 보이며 ‘노우!’라고 단호히 답해 주고 나의 발걸음을 계속된다. 오토바이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작은 골목 입구를 지나 아무렇게나 널어져 건조되고 있는 빨래들도 지나고 야자수 밑동에 걸린 바삭하게 말라버린 신발을 지나고 있다.

이제 막 영업을 시작하려는 듯 가게 앞 입구를 빗자루로 쓸고 있는 마사지 샵 여직원과 가볍게 인사를 주고 받는다.

“싸바이디~”

그렇게 걷고 또 걸어 한국인 주인이 운영하는 빅트리 카페 테라스에도 아침이 시작되고 있다. 이곳에 체류하는 동안 유일한 나의 계획인 ‘빡우 동굴’과 ‘꽝시 폭포’ 투어 예약을 위한 ‘노바 투어’의 위치도 감이 잡혀가고 있다.

낯설지만 정감있는 이곳에서 한국에서 온 이방인은 마냥 걸었다. 한 바퀴 돌아 본 여행자 거리에는 제법 많은 서양인들이 분주히 아침을 맞는다. 조깅으로 아침을 여는 사람과 일찌감치 비어라오 한 병으로 아침을 여는 사람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참 색다르지만 보기좋은 모습들이다. 그 모습들에서 여행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자유로움을 체감하고 있는데 나를 바라보는 저들의 시각 역시 같을까? 라는 생각이 문득 뇌리를 스쳤다.

정오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루앙프라방의 아침 시간, 후끈하다. 챙겨 나온 물은 냉기를 잃고 “난 그냥 물이야~”라는 메아리가 들리는 듯 하다.

얼음을 갈아 쉐이킹 한 후르츠 셰이크 한잔을 주문하고 이동식 음료마켓(노점상)옆 인도에 아무렇게나 걸터앉아 시원하게 셰이크를 마시고 보니 어느새 이곳이 무릉도원이고 천상세계라는 착각에 빠진다.

“아마도 셰이크를 판매하고 있는 저 아주머니는 천사가 분명할거야” 말도 되지 않는 찬사를 보내면서 두손을 모아 “껍짜이(고맙습니다)”를 남겼다. 필자의 루앙프라방 여행기간 이곳은 갈증을 풀어주는 단골이 됐다.

그렇게 시작된 루앙프라방과 필자의 1회전은 그렇게 저물어 가고 있는 가운데 필자는 어떤 과제를 부여받은 듯 하루종일 걷고 또 걸었다.

아침을 시작하는 라오인과 모닝 인사를 나눴고 마주하는 프랑스 여행자들과 눈인사도 나눴다. 푸시산 입구 계단 머리에 앉아 미국 청년 ‘에드’가 건넨 얼음장처럼 시원한 물도 함께 나눠 마셨고 한낮 길거리 간이 매장 아보카도 치즈 샌드위치를 흡입하며 일본인 ‘시야’라는 단정한 아가씨와 짧은 대화도 주고받은 루앙프라방의 하루를 그렇게 보냈다.

필자에게 루앙프라방은 어디서나 여유와 자유로움이 가식없이 전해지고 느껴지는 곳이다. 이곳은 단지 시간과 시간의 흐름만 있을 뿐이다. 그 시간과 흐름 위에 나를 올려놓은 사람들만 보일 뿐 어느 누구 경쟁하듯 앞지르지 않는다.

사람이 한 두명 겨우 지날 것 같은 좁은 골목길, ‘웅~웅’거리는 이어폰을 귀에 꽂은 탓에 뒤 따르는 오토바이 엔진소리를 듣지 못하는 민폐를 끼쳤지만 이방인의 여행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양보하고 나선 라오인, 어느새 놀라 미안함에 길을 열어주면서 느끼는 라오인들의 여유,

그들은 루앙프라방의 첫날을 맞은 낯선 이방인에게 여유가 무엇인지 시간을 즐기는 방식이 무엇인지 생활의 단편으로 가르쳐주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아름다운 미소를 머금게 했던 루앙프라방의 시간은 ‘여유’로부터 시작되고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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