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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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①‘루앙프라방’과의 첫 만남

[데일리포스트=황태수 여행 전문 칼럼니스트] 지난 2009년쯤으로 기억한다. 소스라칠 만큼 추웠던 그날 밤, 퇴근 길 몸을 녹이고자 황급히 찾았던 작은 서점 책들로 빼곡하게 채워진 그곳에서 난 ‘루앙프라방’과의 첫 인연을 맺었다.

‘목요일의 루앙프라방’

마치 영화 속 마법과 같이 손을 뻗어 책장을 조심스레 넘겨본 난 조금은 투박스럽고 틀에 맞지 않는 거친 사진과 함께 어지럽히게 나열된 글들에 빠져들고 있었다. 그렇게 난 아무도 찾지 않을 것만 같은 그 투박스런 그 책 ‘목요일의 루앙프라방’과의 첫 만남을 가졌다.

조금은 건조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내게 그건 분명 사건이었다. 마치 이상의 세계를 탐험하는 영화 ‘인디애나 존스’와 같은 몽상의 자아를 불러일으켜는 내 인생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나선 사건 말이다.

문든 떠나고 싶었다. 가슴 한켠을 요동치게 만드는 나의 호기심은 결국 나를 루앙프라방으로의 여행을 도발하게 만드는 촉매제로 자극하고 나섰다.

‘루앙프라방’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그 어떤 모습인지 알 수 없으면서 심지어 루앙프라방이 어느 국가에 속한 도시인지도 모르면서 돌팔매질 하듯 두근대는 가슴은 이미 루앙프라방의 한 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착각에 빠졌다.

그렇게 시작되고 인연인 된 그 곳, 루앙프라방, 난 그곳을 향해 어느새 몸을 싣고 있다. 긴장감에 떨리면서도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짜릿함에 나는 이미 성급해지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방비앵도 들리세요?

거길 왜 들여야 해요?

카약도 타고, 튜빙도 즐기고, 블루라군도 가 보고, 서양 애들하고 놀고 싶고, 놀거리 많잖아요.

왜 그래야 되는데요? 전 그냥 루앙프라방인데…

‘난 그냥 루앙프라방인데…’ 이말 한마디로 주변의 시끄러운 잡소리를 잠재울 수 있었다. 왜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 허나 분명한 것은 여행 이야기를 풀어 나가기 전 루앙프라방이 전해 줄 매력은 말 그대로 수천 가지라고 먼저 말하고 싶다.

그들이 주는 매력은 받아들이는 사람으로 하여금 묘한 감정적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묘한 능력이 존재하기 때문만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있다.

그렇게 시작된 루앙프라방과의 만남을 위해 난 라오스의 국적기 라오항공에 몸을 구겨 넣었다. 그렇게 무료하고 건조한 삶의 연속인 황태수의 루앙프라방으로의 여행은 이렇게 시작됐다.

#미소가 아름다운 나라.

세계에서 국민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국가.

죽기 전 꼭 한번은 가야할 곳, 루앙프라방을 경험한 여행가들의 미사여구다. 하지만 내게 있어 가장 심장을 뛰게 했던 표현은 딱 하나였다.

저에게 찾아온 잠시 동안의 꿈을 달게 꾸겠습니다

2009년 그해 겨울 늦은 저녁쯤으로 기억되던 나의 첫 루앙프라방 여행기, 비엔티엔에서 이륙한 라오항공 국내선은 어슴푸레 해넘이가 시작된 루앙프라방 공항에 내려앉았다. 해는 이미 뉘엿거리기 시작됐지만 한국의 차디찬 아침 공기를 맞으며 시작했던 여행의 종착점은 열대의 습한 열기로 후끈 하고 코끝을 달궜다.

라오스, 그것도 루앙프라방을 처음 찾은 낯선 여행자를 제일 처음 반기는 라오인은 ‘툭툭(TukTuk)’이 기사다. 구릿빛 피부에 깡마른 몸매의 툭툭이 기사는 넉살 좋은 미소를 던지며 이방인에게 오늘 못 채운 하루 일당을 톡톡히 뽑아낼 요량으로 달려들고 있는 것 같다.

“툭툭! 툭툭!”

“조마 베이커리 사요 나가 게스트하우스…얼마?”라고 선제적으로 공격에 나서자 툭툭이 기사는 “써티 싸우전~”이라며 해맑게 웃음을 던진다.

“노! 트웬티 싸우전”

나의 견고한 방어에 그는 의외로 한국어로 반격하고 나섰다. “안돼~트웬티 파이브 싸우전”

됐다 요놈아. 그리고는 곧바로 뒤돌아 공항 내 택시 부스로 발길을 옮긴다.

“사요 나가 게스트 하우스 얼마?”

“트웬티 싸우전”

“콜~오케이, 고 나우~”

그렇게 낯설고 어색한 곳에서 나의 첫 전쟁같은 흥정은 대략적으로 성공한 듯 했다.

20분 남짓 동남아의 습한 열기를 흡입하며 달렸을까? 조마 베이커리를 살짝 지나 어느 골목 앞에 멈춰선 미니버스 택시.

“1분만 걸어가면 사요 나가”라는 택시 기사의 말에 “땡큐”로 화답하며 내렸는데 영 기분이 개운치 않다. 미리 습득한 정보에서 찾은 목적지 보다 전에 내려준 듯한 기분이 엄습해 왔다.

구릿빛 거리는 아직 열기로 이글거리고 있다. 동남아 열대 지역이 그렇듯 루앙프라방의 저녁 역시 습한 열대야로 후끈하다.

백팩에 캐리어를 이끈 이방인은 어쩔 수 없이 좁은 골목을 돌고 돌아 흡사 미로를 맴돌 듯 감각을 통해 루앙프라방의 숙소 사요나가를 찾아냈다.

“와…첫날부터 익사이팅하네. 굳이 방비엥에서 액티비티 다위는 안해도 됐네.”를 읊조릴 만큼의 사건이 또 터진 것이다.

열기 가득한 낯선 거리를 터벅거리며 어렵게 찾은 나의 루앙프라방의 숙소 사요나가에서 필자가 예약한 방을 다른 사람에게 내줬다고 한다.

안 그래도 후끈한 날씨에 열 받는데 얘가 불을 끼얹네 할 때쯤. 호텔 직원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면서 따라오라고 손짓 한다.

그렇게 따라 올라간 방 C03호의 문이 열리는 순간 지금까지 굳어버렸던 필자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쏘리…대신 업그레이드 해 줄께”라며 선심 쓰듯 제공해 준 방은 욕조와 단독 발코니까지 옵션으로 마련된 스페셜 룸이다. 필자는 당초 더블룸을 예약했다. 단독 발코니에 엑스트라 베드까지 시원하게 마련된 스페셜 룸, 그렇게 필자에게 난데없는 행운으로 시작된 루앙의 첫날이다.

자 이제부터 여독(旅毒)과 습열(습한열기)에 지친 몸을 달래보자. 나는 저녁식사를 제치고 서둘러 골목 입구에서 눈여겨봤던 슈퍼에서 ‘비어라오(라오스의 대표 맥주)’를 두병 챙겨 갈증에 메말랐던 목을 시원하게 적신다. 그렇게 루앙을 가슴에 품었다.

우연하게 마주친 ‘목요일의 루앙프라방’이라는 책을 마법처럼 마주하면서 홀연히 떠나온 라오스 루앙프라방의 여행을 이렇게 시작된다. 내일 뭐할지는 내일 눈뜨고 고민해도 늦지 않으니 이제 지친 몸을 눕혀야겠다.

[Prologue] ‘여행은 방랑’이라는 주제로 다음 카카오 브런치에 소개된 이 글은 글로벌 뉴스 미디어 채널 <데일리포스트>에 칼럼을 기고하게 된 여행 전문 칼럼니스트 황태수 작가입니다.

황 작가님의 솔직하고 담백한 여행지에서의 에피소드와 여행자들이 놓칠 수 있는 소박한 정보를 공유하고자 마련된 <데일리포스트>의 새로운 섹션 ‘뷰티플 마이 라이프’의 연재물입니다.

칼럼니스트 황태수 작가는 불혹을 넘긴 열혈남이며 취미는 회사 땡땡이 치고 여행다니는 사진쟁이, 그리고 6개월된 고양이(러시안블루) 뭉치의 충직한 집사이기도 합니다.

황 작가의 ‘여행은 방랑~’을 통해 우리가 경험하지 못했던 소박하고 진솔한 이야기와 포토를 즐겨보시기 바라며 많은 애독 부탁드립니다. -데일리포스트 SNS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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