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송협 편집국장] “국민들에게 걱정과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다시한번 사과드리며 정경유착 근절과 투명성 강화, 씽크탱크 기능을 강화하겠다.”(24일 허창수 전경련 회장)

‘최순실 국정농단’과 보수단체 관제데모 자금 지원 의혹 등 정경유착의 근앙지로 지목받으며 국민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회장으로 유임된 GS허창수 회장의 말입니다.

얼핏 보면 전경련의 그간의 폐단을 끊고 개혁을 통해 국가와 국민을 위한 단체로 거듭나겠다는 각오의 변으로 들릴 수 있겠습니다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부나 정치권에 로비하고 경제적 강자의 시장패권을 더욱 공고히 다지겠다는 고도화된 화술(話術)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거대한 공룡 기업들이 대대손손 막대한 부를 창출하기 위한 ‘백년대계(百年大計)’를 꿈꾸며 짝을 지어 뭉친 단체가 바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입니다.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고 채우고 또 채운 공룡 기업들의 밥그릇, 꾸역꾸역 채워도 만족은 없습니다. 허기진 배를 채우려 온갖 부정하고 부패한 짓을 마다않는 이 단체가 대한민국을 요동치게 만든 최순실 국정농단의 실질적 자금책이었다는 것은 이제 모든 국민이 다 아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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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조특위 불려 나온 전경련 소속 대기업 수장들이 머리를 조아리며 박근혜 정부 주도의 최순실 살찌우는데 부역했던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면피의 구실을 찾아 헤매던 이 장사치들이 설립한 부정과 부패의 씨앗, 전경련 해체를 요구하는 국민들의 거센 요구에도 끝내 외면할 태세입니다.

전경련의 태동과 더불어 구심적 역할을 자임하던 삼성과 몇몇 기업이 국민들의 공분을 견디지 못하고 탈퇴수순을 밟았지만 오랜 세월 견고히 다져진 전경련은 여전히 자신들의 세(勢)를 과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 24일 전경련은 제36대 회장으로 허창수 GS회장을 추대했습니다. 지난 35대 전경련 회장을 역임한 허 회장이 또 다시 유임하게 됐습니다.

허 회장은 이날 취임사를 통해 전경련 개혁을 위한 3대 혁신 방향을 야심차게 발표하고 나섰습니다. 내용을 보면 가장 먼저 정경유착을 근절하겠다. 투명성을 강화하고 씽크 탱크 기능 강화를 제시하면서 국민들에게 걱정과 심려를 끼쳐 사과함과 동시에 ‘환골탈퇴’의 새로운 단체로 거듭날 것이라 천명한 바 있습니다.

참 촌극도 이런 촌극이 없습니다. 부정과 부패의 지휘봉을 흔들던 적폐기업과 그 총수들이 잔존하고 있는 전경련이 전혀 진정성을 느낄 수 없는 해괴망측한 궤변만 늘어놓고 혁신방향을 운운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최순실 국정농단과 정권의 입맛에 맞는 보수단체 주도의 관제데모에 물심양면 자금 지원을 아끼지 않도록 암묵적으로 승인해준 전임 회장을 유임한 것도 부족해 그와 머리를 맞대 부정한 정권과 정경유착이라는 비행(非行)을 일삼으며 국민이 속을 후벼 팠던 장사치 집단의 꼼수에 역겨움마저 쏟아질 지경입니다.

오래전부터 정권의 발밑에서 기생하며 비뚤어진 정권의 자양분을 통해 몸집을 불려왔던 전경련은 이제 전 국민의 시각에서 볼 때 단순한 정경유착의 진앙지가 아닌 적폐집단임에 분명합니다.

정권의 부역자로 자신과 자신이 일궈놓은 기업의 생존만을 위해 발버둥 친 허 회장의 유임은 분명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비리의 온상인 전경련의 해체를 요구하는 전 국민에 대한 정면 도전이며 농단입니다.

새털보다 가벼운 세치 혀를 굴려 전경련의 혁신방향을 떠들어대고 있지만 이는 국민을 상대로 ‘눈가리고 아웅’하는 꼼수요 실젤적인 경제적 강자인 재벌의 이익을 대변하면서 정부나 정치권에 로비하고 경제적 강자의 시장패권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결속을 도모하자는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이번 허창수 회장의 유임은 철저히 국민의 경제구조개혁 요구에 반대되는 것이며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전경련 공식 해체를 위한 국민적 저항에 대한 반격입니다.

중국 ‘사기(史記)’ ‘진이세기(秦二世紀)’에 보면 천하의 간신 ‘조고(趙高)’가 신하들을 앞에 두고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외쳤던 그 유명한 ‘지록위마(指鹿爲馬)’라는 글귀가 있습니다.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외친 환관 조고의 이 말은 윗사람과 아랫사람들을 농락하여 그 권세를 과시하는 것으로 유명한데요.

그간의 빗나간 행위에 대한 진정성 없는 반성 없이 국민의 해체 요구에 귀를 닫아걸고 ‘혁신방향’이라는 그럴싸한 명문을 앞세워 또 다시 국민들을 우롱하는 것은 환관 조고가 사슴을 가르켜 ‘말’이라고 외친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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