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문? 도대체 그 사과의 대상이 누굽니까?

[데일리포스트=송협 기자] “상처는 아르바이트생들이 받았는데, 도대체 누구한테 사과를 하려고 거창하게 사과문까지 올렸는지 모르겠습니다. 역시 이랜드는 아르바이트생을 사람취급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저 사용하다 버릴 수 있는 소모품일 뿐입니다. 저 사과문은 그들에게 돈을 주는 고객들에게 하는 것이지요.” (애슐리 OO점 아르바이트생)

국내 재계순위 36위, 2015년 자산총액 6조3700억원, 소규모 보세의류매장 ‘잉글란드’를 기반으로 유명 패션 브랜드와 유통(백화점, 할인점), 레저(호텔), 푸드(외식프랜차이즈), 건설 등 굵직굵직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이랜드그룹(회장 박성수)이 파트타임 근로자(아르바이트) 4만명의 임금을 체불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 거대한 몸집에 흠집을 내고 있습니다.

지난 19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파크(외식프랜차이즈)가 운영하는 애슐리와 자연별곡 등은 4만명이 넘는 파트타임 근로자들의 임금과 수당 83억 7200만원을 체불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랜드그룹 계열 이랜드파크가 파트타임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자행한 임금 체불 행위는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이랜드파크의 근로기준법 위반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고용노동부가 애슐리 매장 15곳과 자연별곡, 피자몰 등 21개 프랜차이즈 브랜드 직영점 360곳에 대한 현장 조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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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이랜드파크 프랜차이즈 브랜드 매장에서 일을 하고도 임금과 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한 파트타임 근로자(아르바이트생)는 총 4만4360명에 달했습니다.

임금 체불을 당한 파트타임 근로자들은 근로기준법상 정해진 시간보다 일찍 귀가 할 경우 ‘조퇴처리’ 방식으로 휴업수당 31억6900만원을 지급 받지 못했습니다. 또 근로시간 초과 근무할 경우 지급 받아야 할 연장수당 23억500만원과 연차수당 20억6800만원, 야간수당 4억800만원, 체불임금 4억2200만원 등 총 83억7200만원을 착취당했습니다.

애슐리OO점에서 근무했다는 대학생 유모(22)씨는 “최저시급 6030원을 받으면서 정말 힘들게 일했는데 솔직히 다른 알바 보다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한 것이 분했다.”면서 “무엇보다 애슐리의 계산 방식은 상상을 초월했다. 5시간 근무를 하면 항상 4시나 4시30분쯤 헤드(관리자)가 조기퇴근을 시켰다. 그리고 급여 정산 때 조기 퇴근한 30분 금액을 제하고 지급했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는 또 “무엇보다 사람을 더 짜증나게 하는 것은 매장 오픈 전 예배와 함께 찬송가를 부르는 것. 물론 전체 매장에서 오픈 전 예배와 찬송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랜드가 기독교 기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나 혼자만의 불만은 아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데일리포스트>가 인천지역 애슐리 매장 한 곳을 취재를 해봤습니다. 정직원 뿐 아니라 파트타임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앞서 타 매장 파트타임 근로자가 지적한 오픈 전 예배와 찬송을 강요에 대해 일부 지점을 제외하고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한 매장 파트타임 근로자 K씨는 “이곳 매장은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예배나 찬송을 강요하지 않고 있다”면서 “심지어 관리자들도 하지(예배, 찬송)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이랜드그룹이 기독교적인 성향이 높은 기업인 것은 사실이지만 타인의 종교적 자유를 박탈하지 않고 있다”면서 “계열사 뿐 아니라 본사 역시 예배나 찬송가를 강요할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이랜드그룹은 지난 10월 5일 ‘애슐리 사업부 임직원 일동’으로 ‘사과문’을 게재했습니다. 최근 애슐리 파트타임 근무와 관련된 지적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전한 것인데요. 본 사과문을 접한 전직 애슐리 파트타임 근로자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르고 있습니다.

물의를 빚어 죄송하다면서 사과문을 게재한 한 이랜드그룹이 누구에게 사과를 한 것이냐는 지적입니다. 내용을 살펴봤습니다. 사과문의 말미를 보니 “언제나 애슐리를 사랑해주시는 고객여러분께 심려 끼쳐 드린 점 깊이 사과드리옵고 더욱 사랑 받는 애슐리로 거듭 나겠습니다”라는 요지의 사과문입니다.

최악의 시급을 받고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파트타임 근로자들의 공분을 십분 이해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대체 누구에게 사과를 하는 것인지 당최 납득할 수 없다”며 K씨는 울분을 토해냈습니다.

“저희 이랜드그룹 취업의 조건은 ‘전공무관’이며 ‘스펙’을 전혀 따지지 않습니다. 자신의 강점과 자신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를 우선 합니다. 청년 학생들이 이랜드그룹을 선호하는 이유입니다” (이랜드그룹 인사 담당자)

지난 9월 23일 국회 잔디마당에서 펼쳐진 정부와 국회가 공동으로 주관한 ‘2016 취업박람회’ 행사에서 유난히 취업 지원자가 많았던 이랜드그룹 인사 담당자가 <데일리포스트>와의 인터뷰 중 강조한 내용의 일부입니다.

누구나 꿈꾸는 직장, 일하고 싶은 직장, 청년 취업준비생들의 로망인 이 회사의 인사정책, 가히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나오는데요. 물론 4만명에 이르는 아르바이트생들의 임금 84억원을 무차별하게 체불했다는 고용노동부의 발표가 있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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