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분양일정 지연되면 청약 악영향”

보증심사 덫에 걸린 현대건설 ‘디에이치 아너힐즈’

[데일리포스트=송협 기자] 정부가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보증심사를 강화하는 모양새입니다. 낡고 노후화돼 흉물스런 재건축 아파트 분양가격을 놓고 최고가 분양가를 요구하는 조합과 고분양가는 용인할 수 없다는 보증심사 기관이 첨예한 신경전을 펼치는 것이 참으로 점입가경입니다.

분양가를 놓고 팽팽한 샅바싸움에 나선 개포주공3단지 조합과 보증심사 기관인 주택도시보증공사(이하 HUG)간 갈등 내용입니다. 상품성을 고려할 때 3.34600만원은 높은 분양가격이 아니다(개포주공3단지 조합), 주변시세 보다 너무 비싼 분양가, 자칫 미분양 리스크가 우려돼 재심사 하겠다(HUG)

앞서 언급한 조합이 상품성을 강조하며 제시한 3.3㎡당 분양가 4600만원은 최초 제시했던 3.3㎡당 5166만원에서 한발 뒤로 뺀 금액입니다. 일반 서민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이 엄청난 분양가를 제시했다가 관할 강남구청과 보증심사 기관인 HUG로부터 거절당한 조합은 4600만원으로 낮춰 재심을 받고 있습니다.

문제는 조합이 2차로 제시한 3.3㎡당 4600만원도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입장입니다. HUG측은 고분양가로 인해 미분양 리스크가 우려될 수 있어 보증심사를 강화한다면서 지금까지 보분양승인 카드만 만지작거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HUG 관계자는 조합측이 추가로 제시한 가격이 낮다고 주장하지만 주변시세를 고려하면 여전히 높다면서 자칫 미분양 리스크도 우려되고 서류 자체도 미흡해 면밀히 살피느라 심사 결과가 지연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개포라는 탁월한 입지, 그리고 고급 인프라, 여기에 상품성을 고려한 프리미엄까지 고루 갖췄다고 자부하고 있는 개포주공3단지 조합은 지지부진 답이 없는 분양심사에 속이 타들어가고 있습니다.

대주보

이 단지가 비록 지금 낡고 곧 쓰러질 것 같은 흉물덩이지만 최근 분양이 완료된 단지(개포주공2단지)와 비교해볼 때 시세가 오르면서 관리처분이 이뤄져 3.3㎡당 400만원 이상 격차를 보이고 있어 미래 가치를 감안하면 고분양가를 운운하는 HUG의 판단이 잘못됐다는 시각입니다.

개포주공3단지 조합원 김OO씨는 개포주공3단지 분양가격이 높다고 하는데 단지의 상품성, 입지, 인프라, 향후 투자성을 고려한다면 어째서 고분양가라 할 수 있냐?”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분양을 앞두고 조합과 HUG간 갈등이 심화되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민간 건설사가 있습니다. 1320가구에 이르는 개포주공3단지 시공을 맡은 국내 1위 건설업체 현대건설인데요.

현대건설은 그동안 사용했던 유명 브랜드 ‘힐스테이트’ 대신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수주를 겨냥해 만든 프리미엄 브랜드 ‘The H(디에이치)’를 야심차게 내세워 공급을 예정하고 있지만 고분양가 논란에 발목이 잡혀 브랜드 론칭에 차질이 생겨 진통을 겪고 있습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분양가격이 낮아지면 ‘The H(디 에이치)’라는 브랜드 가치가 실추될까 그게 걱정이다.”면서 “일각에서 조합과 시공사가 분양가를 높이려 한다는데 회사는 단순 도급만 하기 때문에 분양가를 논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고 일축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분양가격이 높다는 이유를 내세워 보증 승인이 힘들다며 차일피일 시간을 끌고 있는 HUG의 자세도 문제다. 서류가 일부 미비하고 분양가가 높아 추가심사가 요구된다는 것인데 앞서 조합이 제시한 평균 4457만원, 최고 5166만원이던 분양가를 낮추지 않았냐?”고 반문하기도 했습니다.

HUG가 보증심사를 지연할수록 해당 사업장은 물론 주변 시세에도 악영향도 우려된다는 시각도 팽배합니다.

리얼투데이 양지영 리서치 실장은 분양심사 승인이 지연되면 아무래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만약 분양승인이 지속적으로 반려된다면 단지는 물론 주변까지 피해를 볼 수 있고 무엇보다 휴가시즌인 만큼 악재가 청약 결과에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다면 고분양가 논란이 되고 있는 이 단지가 조합이나 시공사 현대건설이 주장하는 것처럼 향후 투자가치가 보장될 수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양 실장은 “만약 이 아파트를 내년에 팔겠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분명 고분양가일 수 있다. 반면 중장기적으로 보면 개포라는 입지는 분명 대기수요가 풍부한 지역이고 고급 인프라도 갖출 수 있는 만큼 프리미엄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개포주공3단지를 재건축하는 ‘디에이치 아너힐즈’는 지난 8일 견본주택을 개관하고 1만5000명의 내방객들을 끌어 들이는 세몰이에 나섰지만 실제로 공식적인 분양일정은 미정 상태입니다.

하지만 상품성을 강조하면서 높은 분양가를 제시하고 나선 조합과 고분양가를 이유로 보증심사를 미적대고 있는 HUG간 첨예한 신경전 탓에 견본주택을 방문한 수요자들은 알맹이 없는 유닛만 구경하고 나온 셈입니다.

한편, 현대건설이 개포주공 3단지를 재건축해 공급 예정인 ‘디에이치 아너힐즈’ 아파트는 총 공급량만 1320가구에 이르며 이중 일반분양 69가구를 제외한 나머지 1251가구가 조합원 물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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