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김혜경 기자] “오늘은 우리 친구들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들에게 특히 더 가슴 아픈 날입니다. 총격범은 사람들이 친구를 맺고, 살아가기 위해 찾는 나이트클럽을 노렸습니다. 공격 받은 장소는 단순한 클럽이 아닙니다. 이곳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 의식을 고양하고 그들의 생각을 말하며 시민권을 주장하던 연대와 자율의 공간입니다”


12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 주 올랜도에 위치한 게이클럽 ‘펄스(Pulse)’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에 대해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같은 내용의 추모회견을 발표했습니다. 최소 50명이 사망한 이번 참사에 대해 현장 목격자들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전 세계는 충격에 빠졌습니다.


현재 미 연방 수사당국은 용의자가 아프가니스탄계 미국인인 오마르 마틴(29)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해당 사건을 수사 중에 있지만 용의자의 결정적 범행 동기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결론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테러 타겟 장소가 지역에서 유명한 게이 클럽이었다는 점과 용의자가 평소 성 소수자에 대한 혐오감을 드러냈다는 것 등으로 미뤄봤을 때 특정 집단에 대한 증오 범죄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AFP통신에 따르면 용의자의 아버지인 미르 세디크은 이날 NBC방송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과거 아들이 길거리에서 애정 표현을 하는 남성 2명을 보고 격분했던 일화를 공개하면서 동성애 혐오가 범행 동기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나섰습니다.


세디크는 “당시 우리는 음악이 시끄러운 마이애미 시내에 있었는데 아들은 두 명의 남성이 키스하는 것을 보고 매우 화가 나 흥분했었다”며 “이번 일은 종교와는 어떤 상관도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용의자는 범행을 저지르기 전 911에 전화해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에 충성 서약을 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IS와 직접적으로 연계돼 있다는 증거는 아직 발견되지 않아 스스로 실행한 테러일 가능성에 무게가 쏠리고 있습니다.


또 무슬림 전체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하며 IS가 평소 성 소수자에 대한 공개 처형과 학대를 일삼아 왔기 때문에 IS라는 특정 집단의 ‘호모 포비아’적인 행태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지난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는 성소수자에 대한 IS의 잔학상이 폭로된 바 있습니다.


한편 로스앤젤레스 인근 산타모니카에서도 같은 날 성 소수자들을 겨냥한 총격범죄를 계획한 것으로 의심되는 용의자가 경찰에 검거되면서 여론은 들끓고 있습니다. 용의자가 붙잡힌 시각은 해당 지역 성 소수자 퍼레이드 행사가 열리기 직전이었기 때문에 올랜도 총기 참사가 맞물리면서 더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이번 참사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추모 물결이 이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다양한 목소리들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네티즌들은 “성 소수자가 가장 안전해야 할 곳에서 학살이 일어났다”, “본인의 성 정체성이 오히려 나를 위협하고 있다”, “귀한 생명들이 별 다른 이유없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총기의 희생자가 됐다”, “이번 사건에서 무슬림을 지우는 것도 문제지만 무슬림만을 부각시키는 것도 문제”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사진=미국 타임(Time)지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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