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김혜경 기자] 지난달 말부터 홍익대학교 정문 앞에 세워져 논란을 일으킨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손가락’ 조형물이 1일 오전 결국 누군가에 의해 파손된 채로 발견됐습니다. ‘일베 상징’ 조형물을 두고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입장과 ‘일베 우상화’에 불과하다는 의견으로 나눠 갑론을박을 벌이던 세간은 조형물이 부서지자 논쟁이 더 격화되는 모양새입니다.


극우성향의 인터넷커뮤니티로 알려진 ‘일베’가 최근 이처럼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으로 활동 영역을 확대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며칠간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이번 사건은 지난달 30일 오후 SNS를 통해 ‘우리 학교(홍익대)가 일베 학교도 아니고 수치스럽다’는 글과 함께 해당 조형물이 담긴 사진이 게재되면서 시작됐습니다. 그 후 ‘일베 조형물’에는 날계란 세례와 함께 ‘너에게는 예술과 표현이 우리에게는 폭력’ 등의 내용이 담긴 항의성 메모들이 붙여지는 등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해당 조형물은 홍익대 조소과 4학년에 재학 중인 홍기하 씨가 제작한 야외 전시 작품으로, 지난달 30일부터 6월 20일까지 전시될 예정이었습니다. 논란이 불거지자 홍씨는 지난달 31일 SNS를 통해 “사회에 만연하지만 실체가 없는 일베를 보여줌으로써 논란을 벌이는 것이 작품 의도”라면서 “나와 내 작품에 대한 마녀사냥식 비난 작품 훼손을 한다면 이것이 일베의 온라인 폭력과 다를 바가 무엇인가 생각해볼 지점이 있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어떻든 유동인구가 많은 홍대 주변 특성상 관광객과 행인들이 정문 앞에 세워진 조형물 손가락 모양을 따라하는 등 일베의 트레이드 마크인 '일베 손가락'은 대중들에게?더 많이 알려지는 결과를 낳았습니다.??일베가 현실 세계로 나오는데 일조를 한 셈입니다.


앞서?일베 회원들은 온라인의 경계를 넘어서 오프라인으로 활동 반경을 넓혀 왔습니다. 광화문 광장에 마련된 세월호 참사 유족 단식장 옆에서 폭식 투쟁을 한다며 음식을 먹고, 지난달 ‘여성혐오’ 살인 사건 희생자의 넋을 기리기 위한 강남역 추모 공간에 핑크색 코끼리 탈을 쓰고 등장하거나 추모 메모를 일부러 훼손하는 등 이슈가 있는 곳에 이들은 나타났습니다.


일베가 행한 일련의 사건들을 살펴보면 일반인으로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지만 대중의 관심을 끄는 곳에 표현의 자유를 앞세워 맥락없이 혐오를 유발하며 튀어나온다는 특징이?있습니다. 이들이 손가락질을 받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같은 행위를 감행하는 이유는 바로 매를 맞음으로써 논란을 증폭시키는 전형적인 노이즈 마케팅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속으로는 쾌재를 부르고 있으면서 말이죠. 일베의 활동 목적이 정치세력화에 방점이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면서 그들이?현실 세계로 영역을 확대하는 것에?대해 걱정어린 시선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사진=홍익대 정문 앞에 세워진 일베 손가락 조형물. 페이스북·트위터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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