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김혜경 기자] 한중일 SNS 전문 미디어 <데일리포스트> 기자들이 제작하는 팟캐스트 ‘썰레발’ 7회 방송에서는 열악한 근무 환경 속에서도 몸을 아끼지 않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소방 공무원들의 이야기를 다뤄봤습니다.


2014년 기준 국민안전처 통계에 따르면 전체 소방공무원 중 국가직 신분을 보유한 소방공무원은 483명, 지방직 신분의 소방공무원은 3만9923명입니다. 일선 현장에서 재난 대응에 나서는 소방관들은 모두 지방공무원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지휘는 국민안전처가 하지만 인사권은 지방자치단체장이 행사하는 구조입니다.


소방관과 전문가들이 지난 수년 간 국가직 전환을 끊임없이 요구해온 이유가 이같은 조직 구조 때문입니다. 소방업무가 지방사무로 분류되면서 각 지자체의 재정 여건에 따라 인력 충원과 장비에서 차이가 심하게 벌어지는데 결국 이것이 일선 소방관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을 부추기는 원인이라는 것이죠.


소방관들은 부족한 인력으로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와 비교를 해보자면 일본의 소방공무원 1인당 담당인구수는 799명, 미국은 912명에 비해 한국의 경우 1314명이나 됩니다.


또 2007년 기준 3교대 근무를 실시하고 있는 비율은 전체 교대 근무인원 중 21%였지만? 2014년에는 전체의 86%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대다수 소방관들이 교대 인원이 부족하다는 입장이지만 인력 확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렇다보니 몸이 아픈데도 일해야 하고 법정 휴가도 눈치 보면서 써야하며, 초과 근무를 해도 수당도 제대로 못 받는 문제가 파생되고 있습니다.


소방관들이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장비를 구입한다는 말이 알려지면서 지난해 큰 파장을 일으킨 바 있습니다. 소방장갑, 방화복 지원 부족으로 개인이 직접 사비를 충당해 장비를 구매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또 직업 특성상 부상을 입는 경우가 빈번하지만 치료비조차 소방관 본인이 부담하고 있기도 합니다. 지난 2014년 9월 전국의 소방공무원 627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소방공무원 근무여건 개선에 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현장 활동 중 한 번 이상 부상을 당한 사람은 120명에 달했지만 치료비를 공무상 요양 처리, 즉 공상 처리한 사람은 21명에 불과했습니다.


고진영 전 소방발전협의회 회장은 “공상 처리를 받을 때 허리 통증, 트라우마 등 증명하기 힘든 부분들이 있다. 직업 때문에 피해를 봤는지 아니면 본인이 일상 생활을 하다가 다쳤는지에 대해 소방관 본인이 증명해야 하는데 그것이 까다롭기 때문에 그냥 자비로 치료하는 방법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고 전 회장은 “일하다가 다칠 경우 관서 평가에 영향이 있기도 하기 때문에 정작 본인은 공상 처리를 하고 싶어도 머뭇거리게 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경찰이 경찰병원에서 치료비를 지원받고 있는 것처럼 소방관 처우 개선을 위해 소방전문병원을 설립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공무원 공상 업무를 맡고 있는 한 담당자는 “공상으로 인정받지 않더라도 소방관이라면 공무상 질병에 대해 더 많은 혜택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처우 개선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면서 “현재 소방관도 경찰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는 있지만 실제 이용률은 낮기 때문에 소방관을 위한 소방전문병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다른 공상관련 담당자는 “현재 ‘소방전문치료센터’가 각 지역 병원과 연계돼 운영되고 있지만 조례가 적용되기 때문에 기관별로 편차가 크다”면서 “화상, 트라우마 등 소방관이 주로 얻는 질병에 대한 전문성도 떨어지기 때문에 소방업무의 특수성에 입각한 전문병원 설립이 시급하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장비 보급과 인력 확충, 치료비 지원 등의 문제는 소방 공무원이 국가직으로 전환되면 해결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지방직에 속한 조직 특성상 항상 예산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났기 때문입니다.


처우 개선과 함께 재난에 신속한 대응을 위해서라도 국가직 전환은 필요합니다. 재난은 이제 더 이상 지역에 국한된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자체별 빈익빈 부익부 현상으로 가장 중요한 주민 안전에도 지역별 차이가 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몇 년 간 꾸준히 제기됐지만 국가직 전환이 쉽게 이뤄지지 않는 것은 결국 예산 문제와 얽혀 있습니다. 국민안전처도 유관부서인 기획재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이 지방자치의 역행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재난의 효과적 대응, 소방서비스 품질 관련은 운영상의 문제이기 때문에 국가직이 아니라도 해결 가능하다는 것이죠.


김승섭 고려대학교 보건정책관리학부 교수는 “현재 지자체별로 소속된 소방 공무원을 하나로 묶어 국가직으로 바꿔야 하는데 절차적 문제뿐만 아니라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결코 쉽지가 않다”면서 “국가직 전환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동의는 하지만 인력, 안전장비 보강과 치료비 지원 등 당장 변화시킬 수 있는 사안들도 함께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고 전 회장은 “소방업무 관련해서 하나를 결정하려고 해도 소방관들이 결단을 내릴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보니 제도 개선 자체가 봉쇄되어 있다”면서 “결정권을 쥐고 있는 행정직 공무원들이 이들의 시각에만 맞추게 되고, 우리는 그들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것. 결국 제도 개선을 위해서는 소방 단일 조직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소방 공무원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이유는 오직 하나입니다. 모든 국민들에게 양질의 소방서비스를 제공해 안전한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염원입니다. 오늘도 소방공무원들은 ‘무조건’ 사고 현장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국민이 발 뻗고 잘 수 있도록 묵묵히 소임을 다하는 소방관들을 위해 이제는 우리가 그들의 안전을 지켜줘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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