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송협 편집국장] ‘새대갈당’ ‘더불어민정당’ ‘국물의당’ 어디서 많이 보고 들어보셨을 문구입니다. 요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이에서 떠돌고 있는 정치집단의 당명을 비꼬는 비속어입니다.

새로운 입법부 구성원 선출을 위한 첫 관문인 후보 공천 과정에서 보여준 정치판의 모습은 국민의 예상을 결코 빗나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추악함과 비열함이 난무했던 대한민국의 후진적 정치판을 국민들은 또 다시 확인하는 계기였기 때문입니다.

올바른 인성은 찾아볼 수 없는 편견과 오만 가득한 입만 살아있는 기형 정치집단의 폐단과 기만행위에 국민들은 그저 답답하고 가슴 먹먹함에 불신을 넘어 분노만 가득 찰 뿐 입니다.

초등학교 ?학급반장 선출 보다 못한 이 구태정치가 펼친 20대 국회를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대통령의 입맛만 살피는 새누리당의 원칙 없는 공천방식은 그야말로 ‘왕정복고(王政復古)’ 즉 군주제하의 귀환 그 자체였습니다.

표를 얻기 위해 자신이 내뱉은 공약 따위는 잊어버린 대통령을 겨냥한 유승민 의원의 직언(直言)을 ‘배신의 정치’로 몰아세우는 것도 모자라 아무 이유 없이 시간 끌며 피 말리는 새누리당의 공천 과정은 초등학생도 웃고 갈 치졸함의 극치라 표현해도 부족합니다.

말로는 국민을 섬긴다면서도 자신들이 대선 공약에서 약속한 국민의 공천권을 갈취한 이 못된 정당은 이념적 스펙트럼도 없는 ‘친박’ ‘진박’이 서로 땅따먹기 하는 가히 ‘그들만의 리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이 거대 집권여당을 견제할 야당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실망스럽겠지만 공천에 나선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과 자칭 낡고 묵은 정치는 싫다며 새 정치를 표방하고 나선 국민의당 역시 왜곡되고 모순된 것은 새누리당과 경주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이른바 ‘셀프공천’ ‘밀실공천’ ‘친노세력 숙청’ ‘원칙없는 공천’의 전형을 고스란히 보여준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추태와 뻔뻔함은 차마 눈을 뜨고 지켜보기 힘들 지경입니다.

흩어진 당심(黨心)을 바로 잡고 혁신을 내세운 더민주당은 전두환 군부시절부터 여당의 중추적 역할을 맡아 온 김종인 대표를 영입해 말 그대로 무소불위 전제정치(專制政治)의 극치를 보여줬습니다.

‘막말’과 ‘정무적 판단’을 마치 무기처럼 내세워 자신의 입맛대로 권력을 휘두르며 노익장을 과시한 김종인 대표 체제의 이 당을 국민들은 이제 ‘더불어민정당)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친노 패권주의와 낡고 묵은 정치에 염증을 느꼈다면서도 틈만 나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원칙론’을 강조하고 나섰던 국민의당 역시 상식은 없고 꼼수만 가득한 공천방식으로 지지자들은 물론 국민들의 원성을 고스란히 받아야 했습니다.

새누리당과 더민주당에서 낙천돼 탈당한 인사들을 모아 교섭단체를 구성하는데 성공한 안철수의 국민의당은 부산시당 위원장 단독 추대 사태로 망신을 당한데 이어 공천 내내 비례대표 공천을 놓고 계파갈등을 일으켜 떼로 몰려든 전남 광주지역 지지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습니다.

새 정치를 한다면서도 남이 쓰다 버린 구태정치를 포용하고 ‘국민을 뭘로 아는거야’라며 온갖 쓴소리를 아끼지 않던 작금의 국민의당을 향해 국민들이 되묻습니다 “도대체 국민을 뭘로 아는거냐”

기성정치에 염증을 느꼈다며 새 정치를 열고 겁 없고 당당한 길을 걷자는 의미의 담대(膽大)함을 강조한 안철수 대표와 국민의당의 현실은 결국 몽상(夢想)이 아닐까요?

그래서 사람이나 정치도 결국 수평을 유지해야 별 탈 없이 잘 유지되고 지켜보는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 받지 않는 것입니다.

조선 전기 문신이며 학자인 기준(奇遵) 선생이 지은 ‘육십명(六十銘)을 보면 ‘봉수반 지평자수(奉水盤 至平者水), 난지자영(難持者盈), 영혹불근 평사경(盈或不謹 平斯傾), 염자재자 여장휴(念?在? 如將墮)’이라는 글귀가 있습니다.

풀이하면 “봉수반(세숫대야) 세숫대야 물은 늘 수평을 지키고 있지만 물을 가득 담은 대야를 잡을 때 조심해야 한다. 물이 가득 찬 대야를 조심하지 않으면 그 수평은 깨져 곧 엎지를 수 있어 세숫대야의 가르침을 잊지 말고 늘 인생의 균형을 유지하라”는 경고의 메시지입니다.

입만 열면 토해내는 거짓말과 국민만을 바라보고 살겠다고 외치지만 현실은 분에 넘치는 실리(實利)를 쫓다 균형이 깨져 엎어지는 세숫대야와 같은 정치꾼들이 가슴 속 깊이 새겨야 할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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