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김혜경 기자] 국내 대형마트 선두주자 이마트가 생필품 가격 인하 카드를 꺼내들며 온라인 유통채널에 선전 포고를 했다. 이마트가 최저가 품목을 하나씩 늘려가고 있는 가운데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일단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대형마트에서는 꽃게, 삼겹살 등을 대상으로 한 ‘10원 전쟁’이 심심찮게 벌어지곤 했다. 상이한 유통 구조로 동일한 채널 내에서만 가격 경쟁이 일어났지만 이번은 그 경계를 허물어 버렸다. ‘옴니채널(온·오프라인 매장 결합)’ 등의 도입으로 최근 온·오프의 경계가 모호해지긴 했지만 가격 전면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저가 전쟁은 지난 18일 이마트가 기저귀 최저가를 선언하면서 시작됐다. 이마트에 따르면 기저귀는 3일 만에 1만5494개(하기스 기준)가 판매됐다. 이는 2014년 11월 이마트 창립 행사 당시 기록한 최대 판매량을 3배에 육박한 수치로, 일단 소비자의 눈길을 끄는 데는 성공한 모양새다.


기저귀로 재미를 본 이마트가 두 번째 전략 물품으로 분유를 내세웠다. 남양, 매일 등 국내 분유업계 주요 4개사 1위 브랜드만을 엄선해 기존 판매가 대비 최대 35% 가량 가격을 낮췄다. 대형마트 업계 대비 최대 39%, 온라인 시장 대비 최대 35% 저렴한 수준이란 것이 이마트 측의 설명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기저귀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 예상보다 커 두 번째 상품을 예정보다 이틀 앞당겨 선보이게 됐다”면서 “분유는 온라인 업체들의 전략 상품일뿐만 아니라 이마트 온라인 몰에서도 구입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에 최저가 품목으로 선정됐다”고 말했다.


이마트가 기저귀와 분유 가격을 낮추자 쿠팡도 가격 조정에 나섰다.?쿠팡 관계자는 “대형마트에 대응할 목적으로 가격을 낮춘 것이 아니라 자사는 원래 자체 모니터링 정책에 따라 가격을 조정해왔다”면서 “이마트 등의 최저가에 맞불을 놓는다는 것은 확대 해석”이라고 선을 그었다.


지금까지 이마트가 최저가로 내세운 품목은 생필품 위주다. 그렇다면 왜 생필품일까? 전통적으로 대형마트의 주력 상품군은 생필품이었다. 저가를 앞세운 온라인몰이 득세하면서 소비자들이 온라인으로 쏠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생필품은 대형마트라는 인식이 어느 정도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생필품 카테고리와 배송 시스템도 함께 강화시키면서 소비자들은 생필품까지 온라인을 통해 주문하기 시작했다. 특히 기저귀, 분유는 온라인몰의 핵심 상품군으로 떠오른 품목들이다. 주기적으로 반복 구매해야 하는 생필품 점유율이 줄어든다면 업체로서는 타격이 클 수 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온·오프라인 시장의 경계가 희미해지면서 시대적 흐름에 따라 가격 경계도 허물어졌다는 분석과 이마트가 온라인 시장에 발을 더 들여놓기 위해서 이같은 최저가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는 추측도 있다”면서 “부정적으로 본다면 국내 오프라인 유통 시장의 성장 한계와도 관련이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소설커머스 업체들은 일단은 상황을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아직까지 기저귀와 분유 정도만 발표됐기 때문에 대응 방안을 거론하는 것은 시기 상조라는 분석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호응을 얻은 것은 빠른 배송 때문이지 저렴한 가격으로만 인기를 끈 것은 아니다”면서 “특히 분유를 구매하는 엄마들의 경우, 무겁고 부피가 큰 분유를 집 앞까지 빠르게 배달해주는?‘쿠팡맨’에 열광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형마트 측에서 전 채널 모두?같은 가격을 다 유지한다고 하는데 온라인은 유통 구조가 짧으니까 가능할 수 있겠지만 오프라인까지 동일한 가격을 유지하려면 비용 부담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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