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도연맹 “규정상 제명 어려워”

민간기업 ‘돈만 내면 역도연맹 임원 등재’

[데일리포스트=송협 기자] 영남제분 류원기 회장 부인 윤길자(수감 중)씨로부터 청부 살해당한 여대생 하지혜(당시 21세)씨의 어머니가 딸을 그리워하다 끝내 숨졌다는 소식과 사건의 주범 윤씨의 남편 류원기 회장이 운영하고 있는 영남제분이 사명을 바꿨다는 소식에 네티즌들의 공분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23일 사명을 바꾼 영남제분이 실시간 검색어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올림픽 역도 여제 등 걸출한 역도스타들을 배출한 대한역도연맹의 후원사이며 이사로 등재된 사실이 <데일리포스트>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당초 사건이 알려지면서 지난 2014년 1월 대한역도연맹 후원사이며 회장을 맡고 있던 류원기 영남제분 회장은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복역하고 있던 부인 윤씨가 ‘형집행정지’를 받을 수 있도록 주치의와 공모한 혐의가 적발되면서 집행유예 선고를 받고 자신 사임했습니다.

실제로 대한역도연맹 조직도를 보면 류 회장은 40대(2012.11~2013.6), 41대(2013.1~2014.1) 두 차례 걸쳐 회장을 역임했습니다.

문제는 여대생 살해를 청부한 부인 윤씨를 위해 배임 증재 행위를 저지르다 구속됐던 류 회장과 역도연맹의 후원사 영남제분이 류 회장 사임 이후에도 여전히 후원사이며 임원으로 등재돼 논란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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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 취재 결과 대한역도연맹의 회장 및 임원으로 등재되기 위해 까다로운 규정에 적합해야 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특히 대한역도연맹 회장을 맡기 위해 학식과 덕망을 강조하고 무엇보다 금고이상 형을 받은 경우 결격사유가 된다고 명시됐습니다.

하지만 현재 대한역도연맹 조직도를 보면 연맹 회장은 사임했지만 임원소개란에는 ‘영남제분’이 여전히 이사로 등재돼 있습니다. 당초 회장을 맡고 있던 류원기 영남제분 회장 대신 이 회사 서아무개 차장이 이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역도연맹 관계자는 “류 회장은 도의적 책임과 법적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기업의 사주가 아니더라도 직원이 대신 명예직으로 직책을 가지고 활동할 수 있다”며 “규정상 본인이 사임을 하지 않는 이상 연맹에서 강제적 제명은 무리”라고 해명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사실 연맹 내부에서도 이사로 활동 중인 영남제분이 스스로 사임했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면서“현재 새 집행부가 구성된 만큼 기존 임원(영남제분)등재 기간이 만료되는 1~2개월이면 정리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사회적 논란의 중심이고 징역형을 받은 범죄자인 만큼 당연히 제명을 해야 하는 것은 마땅하지만 연맹 규정상 이렇다 할 명분을 제시할 수 없어 그저 지켜보고 있다는 해석입니다.

통상적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징역형을 받았다면 결격사유가 되고 제명대상이 됩니다. 더욱이 국가 기관이나 이에 준하는 단체는 말할 것도 없지요. 대한역도연맹은 대한민국의 얼굴, 국가대표 선수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체육단체입니다.

수십억 전세계 사람들이 지켜보고 즐기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거머쥔 장미란 같은 역도 여제를 발굴하고 그녀의 성과를 치하하는 위치에서 활동하는 연맹회장과 그 임원들이 청부 살해의 주범입니다.

그 주범의 형집행정지를 위해 불법행위를 하다 징역형을 받았지만 마땅한 규정이 없어 임원으로 등재시켜 준다면 대한역도연맹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어떨지 궁금합니다.

대한역도연맹은 민간기업이 대한역도연맹을 상대로 후원금 연 3억원~3억5000만원을 지원하면 임원이 될 수 있고 회장 선출 자격도 주어진다고 합니다.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은 ‘여대생 청부 살해 사건’의 주범인 영남제분 윤길자씨를 구명하다 징역형을 선고 받은 류원기 영남제분 회장은 현재 대한역도연맹 회장과 임원 명단에는 그 이름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대신 류 회장이 운영 중인 영남제분 직원 서아무개 차장이 이 단체 임원으로 등재돼 영남제분의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직원이 임원으로 등재됐다고 하지만 이 배후에는 류 회장의 보이지 않는 영향력이 존재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 시민단체 간사는 “어떤 단체건 정부의 예산만으로 지탱하기 힘들다. 때문에 민간기업의 후원을 바탕으로 유지되고 있다”면서 “연 3억원대 후원금을 지원하는 기업이 사회적 또는 도덕적으로 비난을 받더라도 후원금을 유지하기 위해 한쪽 눈을 감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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