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덕 죽 끓는 정부 정책....갈피 못잡는 주택시장

[데일리포스트=송협 기자] “나는 집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내 집이 있으니 남 눈치 볼 일 없는데 한편으로는 마음이 무겁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추락하는 집값 탓에 매달 대출 이자 막기도 버거운 나는 집 가진 월세세입자입니다. 이러다 나도 하우스 푸어 대열에 편승될까 두렵기만 합니다.”

집 없는 무주택자들은 제발 집값 좀 떨어져 내 집 마련의 기회를 만들었으면 하는 반면 집을 가진 주택 보유자들은 부동산시장이 살아나 집값 좀 팍팍 올랐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높은 집값을 감당하기 어려워 철새마냥 전월세를 전전해야 하는 무주택자들의 집값 하락을 위한 바람과 달리 추풍낙엽 떨어지듯 추락하는 집값에 시름시름 앓고 있는 집주인들의 상반된 꿈이 함께 이뤄질 날은 과연 올 수 있을까요?

한국 경제를 지탱해주는 거대한 두 축이 있습니다. 바로 부동산과 금융인데요. 지난 1990년대 초반부터 금융에 이어 한국의 경제를 견인하는 축으로 등장한 부동산은 단순히 주거를 위한 수단이 아닌 경제기반의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집값이 떨어져 내 집 마련의 기회를 노리는 무주택자의 바람과 매달 생돈(대출이자)을 들여 구입한 집값이 제발 좀 올랐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 집 주인들을 보면 인간의 속성은 다 똑같은 것 같습니다.

때문에 현재 한국 사회는 집이 없어도 괴롭고 집이 있어도 괴롭다는 말이 자연스레 나올 만큼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집 없는 무주택자는 집값 보다 높은 전 월세를 전전하며 등이 휘고 집 가진 사람은 눈앞에서 추락하는 집값도 바라보기 힘든데 설상가상 매달 지불하는 대출 이자도 감당할 수 없어 하우스 푸어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캡처

집은 있는데 집을 유지할 자본은 없고 집 때문에 빚을 지고 그 이자 부담 때문에 빈곤하게 사는 사람들을 가리켜 ‘하우스 푸어(house poor)’라고 합니다.

부동산시장에서 악명을 떨치고 있는 이 반갑지 않은 하우스 푸어는 왜 반복적으로 양산되고 있을까요? 시장이 활황기를 보였던 10년 전에도 하우스 푸어는 있었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부동산시장이 보릿고개를 넘고 있던 시기에도 하우스 푸어는 여지없이 나타났습니다.

한국 경제의 한 축인 만큼 안정적인 부동산 정책 마련을 위한 정부의 정책대안은 정말 지겹도록 쏟아졌습니다. 멀리 가지 않고 이전 이명박 정부도 그렇고 박근혜 정부 역시 대내외 경제가 안정돼 부동산시장이 활기를 보여도 부동산 정책을 내놨고 거래가 경색돼 시장이 어려워도 단골처럼 정책들을 쏟아내고 또 쏟아냈습니다.

금리가 높아 거래가 안된다 싶으면 고강도 규제 완화에 나서 빗장을 풀어 제켰고 생애 첫 주택마련 자금부터 시작해 디딤돌 대출에 이르기까지 부동산 활성화를 위한 대한민국 정부의 정책은 가히 기네스북에 올리고 싶을 만큼 방대하다 할 것입니다.

이처럼 정부의 모든 관심이 부동산 정책에 쏠려 있음에도 시장은 불안정하고 집 없는 무주택과 집 가진 소유자들의 불안감은 어째서 가라앉지 않고 있을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주택거래가 경색돼 시장이 불안정하면 정부는 시장 불균형의 원인을 분석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정책 마련 없이 일단 규제부터 화끈하게 풀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금융권의 문턱을 없애 막대한 대출 자금을 풀어 부동산 구입을 위한 정책 가이드를 제시했고 이도 부족하다 싶으면 사전적 의미조차 없는 갖가지 대출 상품까지 만들어 막무가내 대출을 남용토록 합니다.

게다가 거래 물꼬를 트겠다는 명분을 앞세워 그간 강화했던 각종 규제의 빗장을 열어 다주택 보유자(투기세력)들에 대한 주택거래 세금을 감면 또는 면제하는 등 규제를 강화하거나 완화하는 일관되지 못한 정책의 폐단이 결국 시장의 불안감을 조성했다 할 수 있습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하우스 푸어를 양산시키고 시장의 불안정을 키운 것은 정책의 오류가 빚어 낸 것도 자명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실장은 “시장이 불안정하다고 해서 하우스 푸어가 급증하는 것은 아니다 시장이 좋았을 때 역시 하우스 푸어는 나왔다”면서 “문제는 시장 상황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한 정부가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변덕스런 규제정책이 결국 시장 불안성을 키워냈다”고 지목했습니다.

결국 장기간 주택거래가 경색돼 매수세가 떨어진 부동산시장에 온기를 넣겠다며 대출규제 완화 등 고강도 완화책을 내놨던 정부가 가계부채 증가를 이유로 불과 1년 만에 대출의 문턱을 높이고 규제를 강화 한 탓에 시장과 수요자들의 구매심리에 대한 부담이 고조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주택을 구입하라면서 각종 대출 상품과 고강도 규제완화책을 내놓던 정부가 가계부채 현상이 심화되면서 당초 계획에서 선회해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시장이 급랭하자 이를 견디지 못한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것입니다.

자신의 현재 능력도 가늠하지 못하고 무리하게 대출을 통해 주택을 마련했지만 시장 붕괴로 일명 폭탄을 맞고 하우스 푸어로 전락할 위기에 놓인 서민들과 유례없는 금리인하와 함께 규제의 한계선을 없애 주택 구매를 부채질한 ?변덕스런 정부의 정책, 과연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요?
저작권자 © 데일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