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항공 안전 불감증…진땀 빼는 승객들

[데일리포스트=김혜경 기자] 대한민국 대표 항공사 대한항공이 지난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에 이어 이번에는 저가항공 계열사 진에어가 출입문 고장에도 승객을 태우고 묘기 비행에 나서 공분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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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새벽 1시께 승객 163명을 태우고 필리핀 세부를 출발해 부산으로 향하던 진에어 여객기가 긴급 회항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회항 이유는 출입문을 제대로 닫지 않은 상태에서 운항을 한 사실이 뒤늦게 발견됐기 때문이다.


출입문에 틈이 생긴 채로 운행했다는 사실도 충격적인데 이같은 사실을 최초 발견해 신고한 것도 승객이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여론은 더 들끓고 있다.


해당 여객기 탑승자 김모씨는 지난 5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륙 때부터 공기가 들어오는 소음이 들려왔다”면서 “결정적으로 승무원과 승객을 막는 커튼이 계속 펄럭이는 것을 관찰한 결과 출입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고 승무원를 불렀다”고 말했다.


이상이 없어서 이륙을 했다던 승무원은 몇 분 뒤 기체 이상을 알리는 방송을 했다고 김씨는 설명했다.


진에어 측은 “이륙 시에는 이상이 없었고, 다만 고도가 상승하면서 미세한 틈이 발견됐다”면서 “해당 승무원이 확인하자마자 기장에게 보고했고 바로 회항 조치가 내려졌다”고 설명했다.


진에어는 앞서 2014년 9월에도 미국 괌 공항에서 엔진 결함으로 인해 출발이 10시간이나 지연되기도 했다. 이에 이번 사태도 여객기 자체의 노후가 원인이 돼 출입문이 벌어졌다는 추측도 제기됐다.


국토교통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8개 항공사 중 진에어의 여객기 평균 기령이 14.22년으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조사됐다. 그 뒤를 이어 ▲에어부산 14.18년 ▲이스타항공 13.98년 ▲제주항공 11.33년 ▲티웨이항공 9.67년 ▲대한항공 9.89년 ▲아시아나항공 8.47년의 순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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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에어 관계자는 “이륙하기 전 점검에 이상이 없던 것으로 확인이 되었으니 출발을 했고 틈이 생긴 것은 그 다음 일”이라면서 “현재 국토부에서 조사를 진행 중이므로 (단순 결함인지 기체 노후 때문인지는) 조사 결과를 봐야 알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사의 경우 대한항공에 외주를 맡겨 대한항공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 기체 정비를 실시하고 있다”면서 “담당 엔지니어 또한 대항항공에 소속된 정비사가 도맡아서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저가항공사 직원 A씨는 “여객기 한 대는 고액에 달하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는 한 대 만들고 나면 ‘뽕을 뽑는다’는 생각으로 무리한 운항을 감행할 수도 있다”면서 “특히 세부 노선 같은 경우 익숙한 노선이므로 상대적으로 기령이 오래된 여객기로 운항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통상 편서풍이 있는 지역에서 운항을 하다보면 기류 특성상 약간 속도가 붙게 되는데 이것조차 민감한 사안이라 회사 전체가 비상이 걸리기도 한다”면서 “그런데 어떻게 출입문 결함 여부가 비행 중에 발견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박지호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 간사는 “대부분 저가 항공사에서 이같은 일들이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가격적인 측면을 고려했을 때 소비자 유치에 집중하다 보니 안전 프로세스 확립이 상대적으로 미비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저가 항공사뿐만 아니라 대형항공사들에 대한 이용객들의 불만도 상당하기 때문에 국토부가 조사를 진행한다면 피해 사례 분석을 통한 전반적인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단순히 저가항공사의 서비스 개선 측면에서만 접근한다면 똑같은 문제는 계속 되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묘기 비행에 나선 진에어는 현재 일본 삿포로를 비롯해 ▲태국 방콕 ▲괌 ▲클라크필드 ▲세부 ▲비엔티안 ▲마카오 ▲중국 상하이 ▲중국 홍콩 등 국제노선을 확보하고 운항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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