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부종일 금융경제부장] 1949년 8월.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가 해체됐습니다. 반민특위는 4개월 동안 300여명의 반민족 행위지를 체포했습니다. 하지만 이승만과 친일파들의 방해로 결국 1년 만에 국회에서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해체안’이 통과되고 말았습니다.

당시 친일파 중 한 사람이었던 이광수는 법정 진술에서 “우리 국민은 문맹자도 많고, 경제 자립도 어려워 일본과 싸워 이길 힘이 없습니다. …… 나는 민족을 위해 친일하였소. 내가 걸은 길이 정경대로는 아니오마는 그런 길을 걸어 민족을 위하는 일도 있다는 것을 알아주오”라고 말했습니다.

그 뒤로 66년이 흐른 현재. 이광수의 진술과 오버랩이 되는 장면이 있습니다. 바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모습입니다.

김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야당 일부에서 제기하는 친일과 변절, 독재가 당당한 70년이었다는 건 그릇된 역사의식”이라고 작심발언을 했습니다.

이어 “진보좌파 세력이 미래세대에게 우리 역사를 치욕과 실패의 역사로 부정적 역사관을 심어주고 있다”며 “산업화와 민주화의 과실을 진보좌파 세력 역시 함께 누리고 있다는 걸 반드시 알아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광수의 “민족을 위해 친일을 했다”는 발언과 김 대표가 “산업화와 민주화의 과실을 좌파 세력 역시 함께 누리고 있다”는 발언은 결과를 위해서라면 모든 행위가 합리화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김 대표가 반민특위 당시 국회에 있었더라면 어땠을까요. 친일파처럼 반민특위 해체에 한표를 던졌을지 알 수 없지만 그의 아버지는 일제치하 경북도회 의원을 지냈고, 조선임전보국단 간부로서 ‘황군에게 위문편지를 보내자’는 운동을 펼쳤습니다.

김 대표의 아버지가 친일을 한 것은 분명합니다. 그런 아버지를 둔 김 대표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집권당 대표로서 국회에서 국민정서에 반하는 ‘친일 작심발언’은 삼가야 했습니다.

이와 반대로 홍영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조부의 친일 행각에 대해 공개 사과했습니다.

홍 의원은 인터넷 홈페이지에 “민족정기사업으로 칭찬을 받을 때는 거리 한복판에 벌거벗고 서 있는 것 같은 부끄러움에 그 자리를 피하고만 싶다”며 “사법적 연좌제가 없어졌다 해도 일제식민지배에 대한 국민 가슴 속 분노의 상처는 아물지 않았기 때문에 기회가 닿을 때마다 사실을 밝히며 사죄하고 반성하는 것이 자손인 저의 운명이라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매년 3·1절이나 광복절이 다가올 때는 부끄럽고 숨고 싶지만 그럴수록 부끄러움을 아는 후손이 돼야 한다는 생각에 용기를 낸다”며 “일제강점기 친일파 행적들은 잊지 마시되, 그 후손은 어떤 길을 걷는지 지켜봐 달라. 앞으로도 평생 민족정기사업에 더욱 힘을 바칠 것이고 조국을 더 사랑하며 살아가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정치인이 지지세력을 끌어모아 정치를 한다고 하지만 김 대표는 친일세력까지 안고 가려 하고 홍 의원은 친일세력을 배신(?)하며 그들을 배제시키려고 하고 있습니다.

일제치하 친일 행위자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일신의 영달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김 대표가 정치적 야심을 위해 표 결집에 열을 올리는 자신의 정치 수준이 정치인 김무성을 재평가하게 한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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