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임종룡 회장은 재임 당시 우리투자증권 패키지(우리투자증권, 우리금융저축은행, 우리아비바생명보험)를 인수해 농협금융에 시너지를 불어 넣었습니다.
지주사의 역할이 계열사들의 시너지를 창출해야 한다는 점에서 임 전 회장의 ‘마술’은 농협을 일순간에 바꿔놨습니다. 일반적으로 금융지주사들이 은행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데, 우투패키지 인수 후 농협은 은행과 비은행 계열사들의 균형점을 잡아가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이에 김용환 회장은 글로벌 진출을 농협금융의 화두로 삼았습니다. 그러나 성적은 신통치 않습니다. 시중은행들은 베트남 등 아시안 비즈니스 벨트를 구축하며 총공세를 벌이고 있는데 농협은 후발주자에 머물러 있습니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지난 2012년 신·경분리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해외 진출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김 회장은 신용사업(금융)과 경제사업(농축산, 유통사업)을 접목해 해외시장 개척에 나설 것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결정의 배경에는 김 회장 취임 당시 한국에 주재하는 11개 각국 대사가 찾아와 신·경사업을 접목한 금융사업을 자국에서 펼쳐줄 것을 요청했다는 설명이 있습니다. 금융사로서 자국에 지점 등을 설립하면서 농업 기술, 유통 노하우 등의 전수에 관심이 나타냈다는 것입니다.
결국 김 회장이 중앙회와의 협력을 강조하는 것은 임 전 회장이 쌓아올린 치적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후임 회장으로서의 생존 전략 차원에서 풀이됩니다.
내부에서조차 김 회장과 임 전 회장이 곧잘 비교된다는 전언입니다. 임 전 회장이 우투패키지 인수 과정에서 보인 리더십을 아직까지 그리워하는 분위기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반해 김 회장은 이렇다 할 만한 성과가 없어 지켜보자는 기류가 형성돼 있다고 합니다.
황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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