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김혜경 기자] 중동흐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지역사회 감염 가능성이 점점 불거지고 있다. 당초 정부는 이번 주부터 메르스 사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했으나 주말을 기점으로 확진자가 150명 이상 늘었고 격리자도 5000명을 넘어서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4차 감염자’의 급증으로 사실상 3차 유행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지배적이다.


감염경로가 불명확한 확진자도 하나둘씩 발생하면서 4차 감염을 넘어서 5·6차까지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그러나 여전히 보건당국은 아직까지 모든 상황을 제어할 수 있다며 지역사회 감염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16일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메르스 양성 판정을 받은 환자는 154명이다. 사망자도 3명이 추가돼 총 19명으로 늘어났다. 이날 처음으로 40대 사망자가 발생해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문제는 삼성서울병원 외에도 몇몇 병원이 3차 유행 진원지로 지목됐다는 점과 전국의 병원마다 수 백명씩의 격리대상자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곳곳에서 4차 감염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들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감염 환자가 발생하는 경우다.


현재 메르스 감염자가 발생했거나 감염자가 경유해 간 메르스 관련 병원은 모두 84개로 늘어났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새로 추가된 병원은 ▲서울 송파구 소망이비인후과의원(외래) ▲송파구 서종내과의원(외래) ▲경기 수원시 박소아청소년과의원 ▲화성시 향남연세소아청소년과(외래) ▲용인시 연세대의대부속 용인세브란스병원(응급실) 등 5개다. 모두 메르스 확진자가 거쳐간 경유병원이다.


메르스 경유병원에서 감염병원으로 바뀐 곳은 용인시 양지 서울삼성의원(외래)이다.


현재 남은 가능성은 지역사회 감염이지만 보건당국은 “아직은 지역사회 감염이라고 볼 만한 사례가 없다”며 여전히 선을 긋고 있다.


지역사회 감염이 의심되는 사례는 경기 평택경찰서 경찰관인 119번 환자다. 당초 보건 당국은 이 환자가 평택박애병원을 찾은 지난달 31일 52번째 환자에 의해 감염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지난 15일 브리핑에서는 “병원 내 감염 가능성이 낮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여 여전히 이 환자의 감염경로는 오리무중이다.


143번 환자의 경우에도 지난달 25~28일 대전 대청병원에 파견 근무를 나갔다가 16번 환자와 접촉한 3차 감염자다. 보건당국의 관리대상에서 제외된 기간 동안 4개 병원을 옮겨다닌 것으로 파악돼 4차 감염 발생 우려가 상당하다.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정부는 당초 4차 감염 가능성은 없다고 확신했지만 4차 감염자도 잇따라 발생했다”며 “메르스환자를 이송했던 민간구급차 운전자인 133번 환자와 구급차에 동승한 145번 환자 등의 사례로 미뤄봤을 때 병원 내 통제가 불가능한 지역감염으로 확산되는 상황을 결코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는 현재 상황에서 더 이상 지역감염은 없다는 주장을 고수하지 말고 확실한 종합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덧붙였다.


4차 감염의 규모가 확실히 드러나는 이번 주가 메르스 사태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보건당국이 주의 단계인 기존 방역체계를 격상해야한다는 지적도 거듭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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