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송협 편집국장] 그 어느 정부보다 국민의 행복을 강조하고 나섰던 박근혜 정부가 출범 3년차를 맞고 있는 대한민국은 혼돈의 세상을 겪고 있다.

국민이 행복한 나라, 국민의 삶이 만족스런 나라. 국민의 권익이 그 어느 때 보다 보장 받을 수 있는 그런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던 이번 정부의 약속은 그저 화려한 청사진에 머물렀고 국민들은 강한 불신과 불안감 그리고 이 정부를 지지했던 과거 대선을 후회하고 있다.

국민을 위해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겠다던 정치 지도층 인사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쉬파리 떼처럼 몰려다니며 온갖 부정부패를 창안(創案)하기에 바쁜 이번 정부를 우린 ‘정직하지 못한 정부’라고 일컫는다.

국민의 민생과 안전은 모르쇠로 일관하는 정부와 정치권은 ‘툭’하면 당론을 내세우며 치열한 정쟁만 펼치고 있고 이마저도 부족해 여당인 새누리당과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계파 싸움은 날이 갈수록 점입가경 차마 눈뜨고는 볼 수 없는 졸속 정치행각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국회의 정부 시행령 수행권한을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을 놓고 박근혜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정치권에 으름장을 놓고 있으니 가뜩이나 혼란에 빠진 대한민국은 하루도 편할 날이 없는 그야말로 요동치는 형국이다.

상식은 도저히 찾아볼 수 없고 불신과 불통만이 점철된 이번 정부를 국민들은 눈과 귀를 닫고 외면한지 오래다.

중동의 모래바람을 타고 날아온 낙타 바이러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전 국민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으며 생명을 위협하고 있지만 정부는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명분을 앞세워 진실을 은폐하기에 급급하다.

어느 지역의 어떤 병원을 누가 거쳐 갔는지 제발 투명하게 공개해 달라는 국민들의 요구를 묵살하던 정부는 당초 유언비어라고 치부했던 병원을 마지못해 공개하며 생색내기 바쁘다.

불과 2주면 잡을 수 있다던 전염병은 끝을 알 수 없고, 사망자 4명에 확진자는 35명, 감염 의심자는 1800명을 넘어섰다.

설상가상 나라를 통치하는 대통령이라는 인물은 사태가 이 지경이 될 때 까지 정치권과 국회 개정법을 놓고 응석만 부리다가 사태의 심각성에 내용 파악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모든 책임을 관료들에게 퍼부어내고 있으니 지켜보는 국민들의 가슴은 타들어 갈 수 밖에 없다.

한국의 메르스 확산을 보는 외신들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속속 내놓고 있다. 1차 감염에서 종료됐을 법한 사스보다 전염성이 약한 메르스를 통제하지 못한 한국을 기피 국가로 지정할 만큼 대한민국의 대외 신인도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상황이 이 지경까지 흘러가고 있지만 사태 수습을 위해 책임져야 할 박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순방길에 오르실 예정이지만 그 많은 장관 등 관료들 누구하나 박 대통령의 철없는 행보를 막아서지 못하고 있다.

군주가 무능하고 철이 없다면 군주를 모시는 참모들이 죽을 각오로 직언을 하고 틀어진 방향을 올바로 잡아줘야 한다. 하지만 이 정부는 다르다.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고개를 틀고 외면하는 군주나 군주의 눈치만 보며 자리만 지키려는 관료들은 그저 세금만 축내고 있다.

논어 ‘헌문’편에 보면 ‘子路問事君(자로문사군)’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공자의 제자 ‘子路(자로)’가 공자에게 “임금을 섬기는 올바른 방법이 무엇입니까?”라고 묻자 공자는 이렇게 답했다.

‘子曰 勿欺也 而犯之 勿欺犯之(자왈, 물기야 이범지 이기범지)’ 풀이하면 “신하된 자는 속이지 말고 오직 진실만을 말해야 하며 설령 임금에게 욕을 먹더라도 백성을 위해 옳은 길로 인도해야 하는 것이 신하된 도리다”는 뜻이다.

지도자가 잘못된 판단으로 국민들이 도탄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작금의 대한민국 현실에서도 오로지 지도자의 눈에 띄기 위해 진실을 감추고 자기 밥그릇만 챙기려는 몰염치적인 공직자들을 향한 공자의 따끔한 충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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