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김혜경 기자] 서울에는 출퇴근 시간만 되면 ‘생지옥’으로 변하는 지하철역이 몇 군데 있다. 그 중 하나가 지하철 1호선과 2호선의 환승역인 신도림역. 이곳은 특히 오전과 오후 하루 두 차례씩 밀려드는 인파로 몸살을 앓는다. 승강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고 환승을 위해 이동하는 사람들로 역 안은 북새통을 이룬다.


넘쳐나는 인파로 악명 높은 신도림역이지만 그만큼 유동인구가 많기 때문에 유통시설이 위치할 수 있는 좋은 입지 조건을 갖추고 있다. 하루 유동인구만 13만명, 반경 2㎞이내에 2만7000여 가구의 대단지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이곳에는 ‘디큐브시티’라는 복합쇼핑시설이 자리 잡고 있다.


당초 에너지 전문기업인 대성산업이 ‘디큐브백화점’ 이름으로 이곳을 운영해왔으나 유동성 위기를 맞아 JR투자운용에 백화점을 넘겼다. 현대백화점은 JR투자운용과 디큐브백화점에 대해 20년 장기 임차 계약을 맺은 후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점’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지난달 20일 공식 개점했다.


디큐브시티점은 현대백화점의 14번째 점포이며 면적 11만6588㎡, 영업면적 5만2893㎡로 지하 2층~지상 6층 규모다.이는 현대백화점 전 점포 가운데 중동점, 목동점, 대구점에 이어 네 번째로 큰 규모다.


5월의 끝자락 정오께 신도림역에서 내려 지상으로 올라오자 거대한 디큐브시티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건물 외벽에는 이미 ‘현대백화점’이라는 간판이 달려있었지만 외부 여기저기 ‘5월 20일 OPEN’이라는 걸개가 붙어있어 재개장 초기의 분위기가 아직까지 물씬 풍겼다.


북적거리던 신도림 역 안의 풍경과는 다르게 백화점 매장 안으로 들어가보니 주말의 여유가 느껴졌다. 한산한 풍경 속에 쇼핑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보였다.


방문객들은 주로 20대보다는 가족단위, 특히 유모차를 끌고 나온 젊은 부부들이 많았다. 부부가 유모차 하나에 아이를 태워 오붓하게 쇼핑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 특히 눈에 띄었다. 간혹 젊은 엄마들이 유모차를 하나씩 끌고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돌아다니는 모습도 보였으나 주말이다 보니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방문객이 많았다.


기자가 제일 먼저 향한 곳은 5~6층의 식당가. 시간상 점심시간 때라 이곳에 인파가 쏠려 있었다. 식당 내 여기저기에도 유모차를 테이블 앞에 세워두고 점심을 즐기고 있는 편한 복장의 부부들이 눈에 띄었다. 식사를 하는 동안 유모차를 세워둘 공간이 필요한 그들은 상대적으로 테이블 간격이 넓은 식당을 중심으로 몰려있었다.


오후 1시를 넘어서자 느긋하게 식사를 끝낸 부부들이 유모차를 끌고 백화점 곳곳에 흩어졌다. 이날 백화점 전 층에서 가장 사람이 붐비는 곳은 식당가와 지하 2층 식품관, 그리고 생활·아동용품 매장이 압도적이었다. ‘셀프 인테리어’ 문화가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요즘 추세에 따라 젊은 부부들은 특히 인테리어 소품을 취급하는 매장에서 연신 물건을 들었다 놨다 했다.


식품관은 최근 업체를 불문하고 백화점 전 점포에서 공통적으로 사람이 가장 많이 붐비는 곳이기 때문에 특별한 점이라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생활·아동용품 매장에 사람이 몰려있다는 것은 조금 눈여겨볼 만하다. 이같은 현상은 현대백화점 측이 주 타깃층의 니즈를 최대한 반영했다는 점으로 분석된다.


현대백화점 측은 앞서 “아동·가정용품·식품 등 ‘패밀리형’으로 맞추고 프리미엄 고객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가족 단위 문화 콘텐츠를 중점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라며 디큐브시티 매장 콘셉트를 밝힌 바 있다.


기존 디큐브시티 매장 콘셉트가 ‘젊은 층(Young)’을 위한 컨셉이었다면 현대백화점은 ‘가족’ 중심 컨셉으로 변화를 주고 있다. 과거 젊은 층이 주 타켓층이었다는 흔적은 지금도 백화점 내에서 발견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젊은 층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스파(SPA) 브랜드 다수가 매장 곳곳에 남아 있다.


현대백화점 수도권 점포의 경우 전체 점포 매출의 76% 정도가 40대 이상 고객층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디큐브시티점도 기존 20대 주 타깃층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전략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기존 디큐브시티백화점의 입점 업체들과 계약 기간이 끝나는 2016년까지 단계적으로 주 고객층의 입맛에 맞춘 상품 구성으로 바꿀 계획”이라고 말했다.


가정용품 코너가 있는 4층 한켠에는 ‘뽀로로 파크’도 마련돼 있다. 이곳에는 뽀로로를 보고 싶어 들뜬 아이들이 엄마와 아빠를 재촉하는 모습과 쇼핑에 지친 부부들이 아이를 놀게 놔두고 잠시 쉬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또 층마다 입점돼 있는 카페에서도 유모차를 곁에 두고 간식을 먹으며 휴식을 취하는 부부의 모습이 흔히 발견됐다.


오후 3시를 넘어서자 매장 내에는 방문객이 점점 늘어났다. 상대적으로 오전에는 한산했던 의류코너에도 사람들이 하나둘 붐비기 시작했다.


가정용품 매장 직원은 “현재로서는 현대백화점이 들어오기 전과 후를 비교해봤을 때 매출과 방문객 수가 비슷비슷한 것 같다”며 “현대가 이곳에 들어온 지 2주 밖에 되지 않아 정확한 매출현황 등을 보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한 의류매장 직원은 “사실 매출만 놓고 봤을 때는 디큐브백화점 때가 괜찮았던 것 같다”며 “현대백화점 리뉴얼 홍보가 아직 제대로 되지 않았는지 아직까지는 근처에 거주하는 고객들밖에 안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이 영등포구에 둥지를 틀게 됨으로서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과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등 서울 핵심 상권으로 분류되는 ‘서남부 상권’을 놓고 고객 유치를 위한 ‘빅3’의 혈투가 본격 이뤄질 전망이다.


김영태 현대백화점 사장은 “백화점 운영 노하우와 역세권에 자리한 입지적 강점을 활용해 반경 3㎞ 이내의 1·2차 상권인 영등포, 구로구, 동작구와 인천, 광명, 수원의 3차 상권 고객까지 최대한 흡수할 것”이라며 “지난해 2000억원대 초반이었던 디큐브시티점 매출을 2017년까지 4000억원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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