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김혜경 기자] 당신은 마트나 슈퍼에서 물건을 계산한 후 건네받은 영수증을 유심히 살펴본 적이 있는가? 계산이 제대로 됐는지 일일이 확인해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영수증을 그냥 무심코 지나친다.


혹시 방금 영수증을 쓰레기통에 버렸다면 다시 꺼내서 자세히 살펴보자. 특히 구매한 물건들을 중심으로 보다보면 이름 옆에 ‘*’ 모양이 있는 항목들이 눈에 띌 것이다. 이 표시가 무엇을 뜻하는지 의문점을 가질 때쯤 눈이 자동으로 영수증 하단으로 내려간다. 거기에는 ‘* 표시는 면세품목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알다시피 *표시가 있는 물건들은 면세제품, 즉 부가가치세가 따로 붙지 않는 제품들을 의미한다. 이 사실을 인지한 소비자들은 곧바로 두 번째 의문점이 생긴다. 어느 것이 면세품목이고 어느 것이 과세품목에 해당하는지 말이다. 그 둘을 나누는 기준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문득 궁금해진다.


특히 우유를 구매한 소비자라면 영수증을 살펴본 후 더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흰우유는 면세제품이지만 바나나우유 등 색소가 첨가된 우유는 과세제품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평소 사는 물건 하나에는 대한민국이 돌아가는 ‘세금의 원리’가 숨어있다. 동일한 우유제품이지만 왜 세금이 붙는 정도가 다를까? 우리가 무심코 버리는 영수증에는 이같이 ‘간접세’와 관련된 대한민국 조세 정책이 숨어 있다.


흰우유는 ‘면세’, 바나나우유는 ‘과세’…왜 다를까?


왜 우유에 색소가 조금 들어갔다고 세금이 붙을까?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다른 면세품목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우선 알아야 한다. 생각보다 많은 품목이 부가가치세를 면제받고 있다. 농산물·축산물·수산물·임산물 등 기초생활필수품으로 분류되는 미가공식료품이 대표적 면세품목이다. 또 수돗물(생수 제외)도 면세 품목에 해당되며 의료보건용역과 도서·신문·방송·예술 창작품 등 문화용역, 은행업·증권업 등 금융보험용역, 종교·자선 등 기타재화 용역도 면세다.


우유에 얽힌 의문을 풀려면 ‘미가공식료품’을 주목해야 한다. 미가공식료품은 좀 더 구체적으로 ‘미가공 1차생산물’로 정의한다. 이 항목은 다시 ‘식용’과 ‘비식용’ 두 가지로 나뉜다. 식용은 가공되지 않거나 원생산물의 본래의 성질이 변하지 않은 정도의 1차 가공만을 한 제품이 이에 해당한다. 탈곡과, 정미, 정육, 건조, 냉동, 염장 등 국산과 수입생산물 모두 면세 품목에 속한다.


식료품들 중 ‘가공을 거치지 않은 것’은 면세품목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흰우유는 젖소에서 채취한 원료 그대로이기 때문에 면세에 제품에 해당된다. 그러나 바나나우유와 같은 경우 바나나 색소를 첨가하는 가공 과정을 한 번 거치기 때문에 부가가치세가 붙는 것이다.


딸기, 초코우유 등 색소우유를 구입한 경우 영수증에는 ‘과세매출’과 ‘부가세’라는 항목이 적혀 있다. 보통 부가세는 원가격의 10%로 책정이 된다. 예를 들어 1300원짜리 우유를 구매했다면 이 중 1182원을 제외한 118원은 부가세인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저지방우유도 면세제품이다. 저지방 우유도 원유를 가공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색소 우유와 같이 과세제품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색소 우유에 들어가는 원유 함량은 100%가 아니지만 저지방 우유는 원유 함량이 100%이기 때문에 면세제품에 포함된다는 것이 유업계의 설명이다.


또 돼지고기는 면세품목이지만 가공을 거쳐 만든 소세지는 과세품목이고, 꽃게는 면세지만 게장은 과세다. 대체적으로 가공과정의 유무에 따라 최종 제품이 면세 혹은 과세로 결정이 난다.


업계 관계자는 “우유제품 등은 서민 생활필수품이기 때문에 면세대상이기도 하지만 농가소득을 증진시킨다는 측면에서도 부가세를 면제받는다”며 “한국뿐 아니라 대부분의 국가에서 농축산물은 면세를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공여부에 따라 면세와 과세 품목은 나누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몇 가지 특정 품목들을 떠올려보면 가공여부에 따른 기준은 충분한 해답이 되지 못한다. 특히 수돗물의 경우 면세지만 생수는 과세품목이다. 생수는 물 자체를 공급받는 것이 아니라 가공돼 용기에 담겨 판매되기 때문에 부가세가 붙는다고 한다. 그러나 과세에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다. 생수가 생필품이라는 사실과 이를 뒷받침해주는 가격 탄력·비탄력성 논리, 그리고 ‘간접세’를 통해 세원확충을 하기 위한 정부의 셈법이 숨어있다.


가격 탄력·비탄력성과 간접세의 비밀


가격과 세금에 대해 이해하려면 크게 두 가지 부분을 알고 넘어가야 한다. 첫 번째는 ‘가격의 탄력성과 비탄력성’이다. 경제학을 배울 때 가장 기초적으로 숙지해야할 논리가 우리 생활 가장 밀접한 곳과 연결돼 있다.


가격이 하락하면 수요량이 증가한다는 원칙이 수요의 법칙이다. 그러나 어떤 재화는 수요량이 비교적 많이 늘어나지만 그렇지 않은 재화도 있다. 문헌상의 정의는 가격이 하락할 때 수요량이 많이 증가하는 재화는 그렇지 않은 재화에 비해 탄력성이 높은, 즉 ‘탄력적인 재화’다. 반면 수요량이 적게 증가하는 재화는 탄력성이 낮은, 즉 ‘비탄력적인 재화’다.


이 논리를 쉽게 설명하자면 비탄력적인 제품은 가격이 상승여부와 상관없이 계속 소비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가격탄력성의 논리에 입각해보면 생필품이나 기호품일수록 정부가 세금을 붙이기가 용이해진다. 가격이 올라도 소비자들은 어쩔 수 없이 구매를 하기 때문에 정부가 거둬들일 것이 크게 줄어들지 않는다는 이점이 있다는 것이다. 생수, 담배 등은 굉장히 비탄력적인 제품 중 하나다.


생수는 이미 소비의 대중화가 된 제품이기 때문이고, 담배의 경우 기호품의 하나로서 중독성이 강해 쉽게 끊지 못한다는 이점이 있기 때문에 소비세를 붙여 세수를 거둬들이기 쉽다는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딜레마가 발생한다. 서민이 애용한다는 품목을 어떤 기준으로 나눠 부가세를 결정한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 면세품목을 정한 취지는 ‘서민 생활의 보호’를 위해서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 생활에 필요한 기초재에는 큰 세율을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우유와 같은 상품은 부가세가 면세된다.


그러나 생수와 우유를 비교해봤을 때 쉽사리 이해가 되지 않는다. 생수의 경우 수돗물이라는 대체재가 있기 때문에 부가세가 붙는다고도 한다. 그러나 요즘 생수는 너도나도 사먹는 품목이 됐다. 특정 계층이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생수같은 제품이 계속 과제 품목으로 유지돼야 하는가는 한번 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모든 세금은 직접세와 간접세로 나뉜다. 직접세는 소득세, 자동차세가 포함되며 세금을 내는 주체자와 납부자가 동일하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직접세를 낼 때는 자신이 세금을 납부한다고 쉽게 인지한다.


그러나 물건에 붙는 부가세를 비롯한 간접세는 주체자(소비자)와 실제 세금을 내는 납부자(사업자)가 다르다 보니 실제 자신이 세금을 납부하고 있는지 못 느끼는 경우가 파다하다. 분명히 내 주머니에서는 돈이 줄줄 새고 있는데 정작 자신은 세금을 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것이 간접세의 특징이다.


간접세의 또 다른 특징은 ‘소득과 상관없이 같은 세율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간접세의 비율이 높은 국가다. 현재 전체 국세에서 소비제같은 간접세가 자치하고 있는 비율은 직접세보다 약간 높다. 시간이 지날수록 간접세의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으며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사회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요인 중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이같이 가격의 탄력성과 간접세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 상대적으로 비탄력적인 상품에 높은 부가세를 적용해 세수 확보를 하려는 정부의 셈법이 숨겨져 있다. 앞서 담뱃값을 2000원 인상하겠다는 정책도 결코 우연이 아닌 것이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일상생활 속에서 많은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 자신이 물건을 사면서 얼마만큼의 부가세를 내고 있는지 한번쯤은 확인해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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