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치금융에 은행이 휘둘리고 있다. 이명박 정권에서는 ‘녹색금융’, 박근혜 정권에서는 ‘기술금융’이란 이름으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금융이란 미명하에 코드 맞추기를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권 밖에서조차 관치금융이 도를 넘었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권력자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권력에 적극적으로 구애를 하는 풍경도 목격되고 있다. 현장에서는 ‘시늉 실적’으로 버티면서 정권의 ‘바람’만 지나가기를 바라는 게 일상화된 지 오래다. [편집자주]


[데일리포스트=부종일 기자] ‘기술금융’이라는 박근혜 정권의 주문에 은행들이 화답하면서 ‘핑크빛’ 무드가 조성되고 있다.


정부가 연간 20조라는 기술금융 목표치를 숙제로 제시했는데 신한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이 1·4분기에만 17여조원을 달성한 것이다.


문제는 보여주기식 실적이란 점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7월부터 11월까지 기술금융 실적으로 혁신성 평가 1위에 올랐다.


새정치민주연합 신학용 의원은 신한은행에 대해 “기술금융 대출 실적 1조2782억원 중 신규 거래기업 대출이 2809억원(22%)에 불과하다”며 “나머지 9973억원은 기존 거래기업에 대출해줬다”고 분석했다.


신 의원은 “기술금융은 기술력을 가진 신생기업을 키우겠다는 취지에 맞게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며 “목표치를 높게 설정하고 몸집을 불리는 것보다는 꼭 필요한 곳에 제대로 지원되도록 내실을 다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기술신용평가기관(TCB) 전문인력 확충도 문제다. 이들에 따라 은행의 대출이 부실로 이어지느냐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최근 기술보증기금, 나이스평가정보, 한국기업데이터 등 ‘빅3’사에 더해 이크레더블을 4번째 TCB로 지정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크레더블은 신규로 지정된 후 기계·소재·전기전자 등에 대한 평가인력 채용에 나섰다는 후문이다. 정부의 TCB 보완 대책이 주먹구구라는 지적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관계자는 “시스템이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술만을 담보로 대출을 늘리라는 것은 은행에 ‘고객 돈을 가지고 투기판에 뛰어들라’고 강요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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