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황현주 기자] 불법 비자금 조성, 해외원정 도박 등으로 검찰로부터 영장실질심사를 받을 예정인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의 거취와 경영 방향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장 회장이 만약 검찰에 구속된다면 심각한 경영파장이 예상된다. 동국제강이 브라질에서 착수하고 있는 제철소 건설에 우선 차질이 발생될 것이며,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계열사 유니온스틸을 합병했지만, 이 마저도 장기간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할 것으로 예측된다.


동국제강은 우선 이 위기에서 탈피하기 위해 서울 수하동에 위치한 페럼타워를 삼성생명에 매각하는 것으로 자금확보에 만전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7일 검찰에 따르면 검찰은 장 회장에 대한 구속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연다. 이 때문에 동국제강 수뇌부는 만일의 사태가 발생할 경우 비상경여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주 본사 사옥 페럼타워 매각을 전격 발표한 것도 유동성 문제 등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파악된다.


동국제강은 지난 24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페럼타워를 삼성생명에 4200억원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대한 매각대금은 하반기 돌아오는 회사채 상환과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인 것으로 전했다.


동국제강은 국내 제철업체 빅3에 항상 포함되는 곳이었다. 그동안 탄탄한 경영을 유지해오다 지난 2012년부터 중국산 저가 철강 유입 등으로 철강 경기가 악화되자, 현재까지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동국제강은 지난해 6월 주채권은행 산업은행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으면서 유상증자와 자산매각 등 재무구조 개선에 본격적으로 착수했으나, 지난 1월 재무 안정성 보강 차원에서 계열사 유니온스틸을 흡수합병했다. 유니온스틸은 장 회장의 동생 장세욱 회장이 경영하는 곳으로, 컬러강판 등을 주로 생산하고 있다.


유니온스틸을 합병한 동국제강은 당시 부채비율이 206%까지 상승했지만, 이번 사옥 매각을 통해 199% 수준까지 하락할 전망이다.


동국제강은 신용등급까지 낮아졌다. 지난주 한국신용평가는 동국제강의 신용동급을 기존 ‘A-’에서 ‘BBB’로 두 단계 낮췄다. 이에 대해 한신평은 자체 수익력 대비 재무 부담이 과중한 데다 구조적인 저수익성이 고착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재무 탄력성도 저하되고 있는 점을 꼽았다.


업계에서는 장 회장이 이번에 일선에서 물러나게 된다면 회사 전반적으로 미치는 충격은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10여년 넘게 추진해온 브라질 고로 제철소 건설 사업마저 대외 신인도 하락으로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이다.


현지 제철소는 브라질 북동부 세아라 주(州)에 짓고 있으며, 공정률은 80%로 내년 상반기 준공과 상업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장 회장이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브라질 현지 은행이 30억 달러 규모의 장기 대출계약을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이 지난 24일 박근혜 대통령과의 공동기자회견장에서 동국제강이 추진 중인 브라질 현지 페셍 제철소에 대해 언급했다. 이 날 호세프 대통령은 “이곳은 제철 생산과 관련해 1만9000여개의 직·간접 고용 창출이 기대 된다”며 “내년 노체 페셍제철소 준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호세프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페셍제철소의 대한 투자가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우리 측에 간접적으로 요청한 것이나 다름없다.


페셍제철소는 동국제강이 3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밖에도 포스코 20%, 브라질 발레가 50%를 각각 투자해 진행하는 사업이다. 동국제강은 이를 위해 지난 2005년 세아라주 정부와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장 회장이 만약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게 된다면 동생 장세욱 유니온스틸 회장이 회사를 이끌어나갈 것을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장 회장이 정식으로 구속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러한 판단은 상당히 섣부르다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


한편, 장 회장은 선친 장상태 전 회장이 작고한 후 지난 2001년 회장으로 정식 취임했다.


장 회장의 구속 여부는 이 날 오후 3시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밤늦게 판가름 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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