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로드샵 마스크팩 싹쓸이하는 ‘요우커’


?[데일리포스트=김혜경 기자] “?里有?多人, ?不??(여기 사람 엄청 많다.)”?“我要?送?小的.(나는 선물로 줄 작은 것들 좀 사려고)”


지난 토요일 오후 봄맞이에 들어간 명동은 말 그대로 인파의 홍수와 같은 ‘인산인해’를 방불케했다. 평일에도 사람들의 봇물이 쏟아지는 명동이지만 따스한 봄날 주말을 맞은 명동은 쉽게 발을 디딜 수 없을 만큼 북새통을 이뤘다.


용산 미군 기지가 마주한 이태원이 서울에서 가장 이국적 느낌을 강조한다면 중국인 관광객들로 몸살을 앓고 있는 명동은 한국 속 ‘작은 중국(little china)’이라는 착각에 빠지는 듯 하다.


최근 명동거리를 거릴다보면 익숙한 한국어보다 중국어를 부쩍 많이 접하게 된다. 특히 요우커(중국인 관광객)들의 명동 쇼핑 모습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엔화 하락이 심화되면서 과거 일본 관광객이 주를 이뤘던 명동은 이제 중국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지난 2013년부터 국내 뷰티업계는 ‘차이나홀릭’에 푹 빠져있다.


실제로 요우커들이 명동 상권을 점령하듯 몰리는지 몇 분만 거닐다 보면 충분히 공감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인파로 가득한 명동을 찾는 중국 관광객들의 최대 관심사는 화장품이다. 때문에 명동은 사람 다음으로 화장품 로드샵이 빼곡이 몰려있다. 로드샵의 원조격인 미샤를 비롯해 ▲더페이스샵 ▲네이처리퍼블릭 ▲토니모리 ▲이니스프리 등 중국 관광객들의 시선을 잡아 끄는 로드샵은 전국에서 가장 고평가 받고 있는 명동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명동의 K-뷰티 열풍을 잘 살펴보면 모든 브랜드를 묶을 수 있는 공통점 하나가 눈에 띈다. 바로 ‘마스크팩’이다. 로드샵들은 매장 안팎에 마스크팩을 진열해놓고 지나가는 요우커들을 유혹한다.


마스크팩 진열 방법 또한 특이하다. 다른 곳 로드샵처럼 그냥 낱개로 해놓는 것이 아니다. 몇 십 개씩 묶어 놓는 것은 기본이고 마스크팩에 대해 한 마디라도 물으면 직원은 ‘1+1’ 혹은 ‘2+1’이라는 말을 꼭 붙이며 성의를 다해 설명을 해준다.


마스크팩은 명동의 상권을 바꿔놓고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요우커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유별나게 사람이 붐비는 매장 몇 군데를 들어가 살펴보았다. 매장마다 각양각색의 마스크팩이 진열돼 있지만 매장의 가장 메인이 진열된 제품은 ‘달팽이 마스크팩’이다. 바로 옆에서 중국인 관광객 2명이 몇 마디 주고받더니 달팽이 마스크팩 100장을 들고 카운터로 걸어간다.


기자는 아이쉐도우와 립스틱 등 색조화장품도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들 사가냐고 매장 직원에게 질문을 던져봤다.


이니스프리 매장의 직원은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상품은 정해져 있는 것 같다”며 “마스크팩과 기초화장품 종류가 인기가 많은 반면 색조화장품의 경우, 중국인들이 전혀 관심도 안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더 샘 매장의 직원은 “스네일(달팽이) 마스크팩이 독보적으로 인기가 많다”면서 “최근에는 달팽이와 24K금이 함유된 에센스가 중국인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데 한 병에 5만원이나 하는 고가제품임에도 불구하고 불티나게 잘 팔린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명동의 특성을 고려해 등장한 마스크팩 전문 브랜드가 공격적인 매장 확대를 감행하고 있다. 로열스킨과 올 마스크 스토리가 그 예다.


올 마스크 스토리 매장의 직원은 “달팽이 마스크팩과 비타민 패치 마스크팩, 선물용으로 잘 팔리는 동물 마스크팩이 특히 잘 팔린다”며 “중국인들이 기초화장품도 사가지만 유별나게 마스크팩을 많이 사가는 이유는 중국의 마스크팩 질이 별로 좋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마스크팩 취향을 둘러싼 재미있는 사실도 발견할 수 있었다. 네이처리퍼블릭 매장의 직원은 “중국인들이 확실히 달팽이 마스크팩을 많이 사가는 반면, 간혹 보이는 일본인들은 콜라겐이 함유된 마스크팩을 많이 사간다”며 “한국 마스크팩이라면 무조건 관심을 보이는 중국인이 콜라겐 마스크팩을 사가는 경우는 거의 본적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이투자증권 손효주 연구원은 “초기에 중국인들의 한국 화장품에 대한 관심은 국내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중국시장에 진출하지도 않았는데도 이미 시작됐다”면서 “몇몇 국내 화장품업체는 현재 중국 시장에서 확실히 사이클을 탔다”고 말했다.


손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도 브랜드 관리 등만 확실하게 한다면 국내 업체들의 중국 시장 진출 전망은 밝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한국 화장품의 매력에 흠뻑 취한 요우커들은 현재 바쁘게 명동을 오가고 있다. ‘통큰’ 요우커들은 마치 블랙홀처럼 로드샵을 빨아들이고 있다. 그들에게 마스크팩 몇 백장은 가게에서 과자 한 봉지 사는 것만큼 쉬워 보인다. 덕분에 이곳 명동은 대한민국 서울의 명동인지 사람 많기로 유명한 중국 상해의 난징동루(南京東路)인지 도무지 분간이 가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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