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함평군에서 발생한 산불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소방청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연이은 건조한 날씨 탓에 전국에 걸쳐 동시다발적으로 다수의 산불이 발생해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4월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인왕산에서 발생한 산불은 25시간 만인 3일 오후 1시경 완전히 진화됐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바람을 타고 정상 인근까지 빠르게 확산되며 축구장 21개 면적에 해당하는 임야 15.2헥타르가 피해를 입었다. 

봄철 건조한 날씨로 인해 충남 홍성·대전·전남 함평군 등에서도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건조한 날씨에 바람까지 겹쳐 진화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3일 오후 기준 전국 10개 지역에서 산불 진화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 대형 피해로 이어지는 '산불'...매년 잦아지는 추세 

최근 들어 유난히 산불 소식이 자주 들린다. 기후변화로 눈비가 내리지 않아 건조한 상태가 이어지고 거센 바람까지 겹치면서 작은 불씨가 막대한 피해로 이어진다. 

산림청에 따르면 연간 국내 평균 산불 발생 건수는 ▲1980년대-238건 ▲1990년대-336건 ▲2000년대-523건 ▲2010년대-440건 ▲2020년대 -474건을 기록했다.

충남 홍성군에서 발생한 산불 진화작업을 벌이는 진화대원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산림청

지구촌 위기를 알리는 경고등인 산불은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2022년에는 최근 20년 사이 가장 많은 740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산림청이 발표하는 산불 발생 현황에 따르면 올해는 불과 석 달(1월~3월) 사이에 약 380건에 달하는 산불이 발생하며 생태계와 주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피해 면적은 총 830.76㏊다.

세계적으로 가장 큰 산불 피해로 기록된 2019년 호주 산불의 경우 동남쪽에 위치한 뉴사우스웨일주에서 산발적으로 일어난 산불이 호주 전역으로 번지면서 무려 6개월이나 이어졌다. 당시 최악의 대형 산불은 총 445명을 목숨을 앗아갔으며 10억 마리의 야생동물이 숨졌다.

산불의 영향은 육지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아래 사진은 호주 산불로 발생한 연기가 바람을 타고 바다 쪽으로 이동한 모습이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NASA 지구관측시스템(EOS) 2019.12

또 2021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남미와 뉴질랜드 사이에 펼쳐진 남극해 북부에서 호주보다 넓은 범위에서 식물플랑크톤의 이상 급증 현상이 발생했다. 호주 산불의 연기가 성층권 바람을 타고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바다까지 이동해 연기에 들어있는 철분이 바다로 흡수된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국내 산불로 발생한 에어로졸(대기중 고체 입자나 액체 방울) 역시 수백~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까지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 지구촌 위기 알리는 산불의 경고

국내 산불의 대부분은 담뱃불과 불법 쓰레기 소각, 방화 등의 실화지만 산불이 잦아지고 장기화되는 것은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온난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온난화로 지구 기온이 상승하면 대기와 토양이 건조해져 산불 위험도 동반 상승하기 때문이다. 

지구 환경보다 편의성과 자본을 우선해온 인류는 온난화라는 부메랑을 맞고 있다. 유엔환경계획은 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으로 2100년까지 세계적으로 산불 발생이 현재보다 50%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많은 전문가들도 산불 증가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온난화'를 지목한다. 온난화로 한결 포근해진 겨울, 적설량이 적고 건조 특보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겨울철 산불과 봄철 대형 산불이 잦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산림청

과도한 탄소배출이 몰고 온 고온 건조한 이상기후는 앞으로 한층 심각해질 전망이다. 지구온난화가 더 많은 산불의 주범 혹은 공범이 되고, 산불은 다시 막대한 탄소 배출로 이어져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다.  

전문가들은 합의된 각국의 온실가스 배출 규제 약속이 설령 지켜진다 하더라도 결국 지구는 산업화 이전보다 2.4도 높은 온도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후변화는 이제 지구상의 모든 지역에 다양한 형태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미 아열대 기후의 특징이 나타나고 있는 국내도 예외는 아니다. 대형 산불을 비롯해 우리가 경험하는 변화는 온난화 진행과 더불어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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