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틀외교 재개부터 지소미아 정상화까지...양국 안보·경제 협력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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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만나 한일정상회담을 가졌다. 

한국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해 정상을 만난 건 2011년 이후 12년 만이며, 2022년 9월 미국 뉴욕과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 이어 취임 후 세 번째 갖는 양자 회담이다. 

이날 양 정상은 셔틀외교 복원에 합의하는 한편,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와 '수출 규제' 등 그간의 현안을 풀어냈다.

◆ 양 정상, 셔틀외교 재개 합의

일본에서는 4년 만에 한일정상회담을 가진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비공개로 약 23분간에 걸쳐 배석자를 최소화한 소인수회담을 한 후, 오후 5시 15분 배석자를 늘린 확대정상회담을 시작했다.  

NHK 등 현지언론 보도에 따르면 양 정상은 이날 공개된 모두발언에서 북한 도발을 규탄하면서 정상회담을 계기로 재개된 셔틀외교에 대해 의미를 부여했다. 모두발언에서 한국측 강제징용 해법에 대한 기시다 총리의 별도의 발언은 나오지 않았다. 

기시다 총리는 "윤석열 대통령 및 여러분들의 방일을 환영한다. 저와 윤 대통령이 미래를 위해서 미래를 향해 한일관계의 새로운 장을 함께 열 기회가 찾아온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조금 전에 개최됐던 소인수회담에서 한일 정상은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빈번하게 방문하는 '셔틀외교 재개'를 합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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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총리에 이어 발언한 윤 대통령은 "그간 여러 현안으로 어려움을 겪은 한일 관계가 새롭게 출발한다는 것을 양국 국민들께 알려드리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며 "한국과 자유, 인권, 법치의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일본은 안보와 경제, 글로벌 어젠다에서 협력해야 될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또 "북한의 장거리탄도미사일 발사에서 보듯 날로 고도화되고 있는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이 동아시아뿐 아니라 국제사회 평화와 안전에도 큰 위협이 되고 있다. 한일 양국은 서로 긴밀히 공조하고 연대해 이러한 불법적인 위협과 국제사회의 난제에 슬기롭게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미래지향적 논의 토대 마련...지소미아 정상화 

한일정상회담은 1시간에 걸쳐 진행됐으며, 회담을 마친 뒤 진행된 공동 기자회견은 기시다 총리와 윤 대통령 순으로 발언이 이루어졌다. 

이번 정상회담은 그간 경색됐던 한일 관계의 본격적인 회복의 길로 들어선 계기라고 평가받고 있다. 특히 외교와 경제 당국간 전략대화의 복원과 NSC 차원의 경제안보대화 출범을 바탕으로 한 양국간 공조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공동기자회견에서 양 정상은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완전 정상화와 경제안보대화 출범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조금 전 회담에서 지소미아 완전 정상화를 선언했다"며 "외교·경제 당국 간 전략 대화 등 협의체를 조속히 복원하기로 했다. NSC 차원의 한일 경제안보대화 출범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또 "이번 (징용) 해법 발표로 양국 관계가 정상화하고 발전한다면 양국이 안보 위기에 대응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북한 핵·미사일 발사와 항적에 대한 정보를 양국이 공유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지소미아는 한·일 양국이 2급 이하 군사비밀을 공유하기 위해 맺어진 협정으로, 박근혜정부 때인 2016년 11월 발효됐다. 그러나 일본이 한국 대법원 판결(강제징용)에 대한 사실상의 보복으로 2019년 한국에 수출규제를 가했고, 문재인 정부는 일본에 지소미아 종료 통보 후 효력을 정지시킨 바 있다. 

기시다 총리는 "수출 관리 분야에서도 진전이 있었다"며 "윤 대통령 방일를 계기로 양국 경제 단체가 미래지향적인 한일 협력과 교류를 위한 기금 창설을 표명한 것을 환영한다"고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측은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반성과 사과를 명기한 98년 한일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포함한 역사 인식과 관련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한다는 입장을 공유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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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는 "일본은 한국측의 강제징용 문제 해법에 대해서도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기시다 총리는 "얼마 전 한국 정부는 구(舊) 한반도 출신 노동자 문제와 관련된 조치를 발표했다. 일본 정부로서는 이 조치를 대단히 엄중한 상태에 있었던 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언급했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과 관련해 두 정상은 강력한 규탄의 뜻을 함께하고 한일·한미일 공조를 강화해나가기로 했다. 

다만 이번 한일정상회담에서 일본측은 반성이나 유감이라는 직접적 표현은 상용하지 않았으며, 공동선언이 나오지 않은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은 오랜 시간 불편한 관계가 이어진 만큼 양국 정상이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정제된 문구를 담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제3자 변제' 방식의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과 관련해 정부의 구상권 행사는 상정하고 있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 산하 재단이 강제동원 피해자에 배상금을 지급한 뒤 일본 기업에 변제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다.

◆ 한일 무역분쟁 종식...경제관계 회복도 기대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을 맞아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는 ‘한일 미래 파트너십 선언’을 발표했다. 양측은 16일 도쿄 경단련 회관에서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일·일한 미래 파트너십 기금’을 창설해 전경련 10억원, 경단련 1억엔을 각각 출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일본은 이번 한일정상회담을 계기로 ‘반도체 핵심 소재 3대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를 해제한다. 3대 품목은 ▲고순도 불화수소 ▲불화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를 뜻한다. 한국측은 일본의 3대 품목 조치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취하할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소재·부품·장비 국산화와 수입처 다각화 노력 등을 통해 자립도를 강화해온 만큼 이 조치가 반도체 생산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수출규제 해제가 냉각된 한일 관계의 개선을 시사하는 만큼 향후 경제협력 확대로 이어질 것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그간 소원했던 재계 교류가 활발해지고 한국 내 투자확대 등의 효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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