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Pxhere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포도를 원료로 만들어지는 와인은 포도 품종과 산지 등에 따라 맛과 향이 다르다. 

온라인 미디어 애스터리스크(Asterisk)가 "와인의 맛과 향, 산지 등을 상세히 알고 있는 와인 전문가도 와인 맛을 정확하게 구분하기란 어렵다"는 주장에 대해 지금까지 발표된 연구 결과 등을 바탕으로 정리했다. 

전문가도 와인 맛을 정확히 구분하기 어렵다는 주장의 대표적 근거는 레드와인과 화이트와인을 54명의 전문가에게 테이스팅시킨 2001년 연구다. 프랑스 보르도 대학 연구팀이 진행한 연구에서 소뮬리에 등 전문가들은 레드와인에 대한 감상을 밝혔지만, 실제로는 두 와인 모두 동일한 화이트와인이었고 레드와인은 실제로는 착색으로 붉게 만든 화이트와인이었다.  

또 2011년 영국 하트퍼드셔 대학 리처드 와이즈먼(Richard Wiseman) 교수가 진행한 실험에서는 다양한 가격의 와인을 578명에게 마시게 했다. 그 결과, 5파운드 미만의 와인과 10파운드 이상의 와인을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의 비율은 화이트와인이 53%, 레드와인이 47%에 불과해, 동전 던지기 확률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와인 소믈리에 칭호를 얻기 위해서는 매우 어려운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영국 소믈리에 육성기관 CMS(The Court of Master sommelier)의 '마스터 소믈리에'를 취득하려면 6개 와인을 블라인드 테이스팅하고 각각 포도 품종·생산연도·산지 등을 특정해야 한다. 92%의 후보자는 실패하지만 극소수의 후보자는 마스터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하는 데 성공한다. 

애스터리스크는 소믈리에가 와인 산지나 포도 품종 등을 어느 정도 구별할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언급했다. 

아래는 영국 옥스포드 대학과 케임브리지 대학이 개최하는 와인 테이스팅 콘테스트 '바시티 블라인드 와인 테이스팅 매치'(Varsity Blind Wine Tasting Match)의 2017년 결과를 나타낸 것이다. 우연이라고 볼 수 없는 정확도로 정답을 맞추고 있으며, 와인 종류에 따라 '정답률이 높은 것'과 '정답률이 낮은 것'이 확연히 나뉜다. 이를 보면 전문가들이 와인의 맛을 어느 정도 식별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Varsity Blind Wine Tasting Match

2010년 발표된 또 다른 연구에서는 레드와인인지 화이트와인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학생들에게 테이스팅을 시키고 맛의 감상을 물었다. 그 결과 학생들은 우연보다 훨씬 높은 정확도로 마신 와인을 레드 와인으로 식별할 수 있었다.

17개 연구를 통해 수집된 6000건 이상의 블라인드 테이스팅 결과를 분석한 2008년 연구에서는 비전문가들은 평균적으로 고가의 와인을 별로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보다 비싼 와인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 평균적으로 와인 가격이 10배 높으면 7%포인트 높은 평가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2009년 연구에서는 와인 콩쿠르 심사위원이 같은 와인을 두 번 블라인드 테이스팅했을 때 평가가 얼마나 차이를 보이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심사위원은 2회의 평가가 크게 어긋나지는 않지만, 미묘한 변화를 보였다. 또 심사위원 평가는 맛없는 와인에는 일관성을 보였지만 맛있는 와인에는 일관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애스터리스크는 결론적으로 "경험이 풍부한 심사위원들이 내리는 우수한 와인에 대한 평가가 일반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고급 레스토랑의 피자보다 일반 피자전문점의 피자가 개인적으로 맛있다고 느낄 수 있듯, 고가의 와인이라고 반드시 맛이 좋다고 느끼는 것은 아니라는 것.  

와인에는 다양한 향을 가져오는 다양한 화학물질이 포함되어 있어 감각이 날카로운 전문가가 이를 미각으로 감지할 수는 있다. 하지만 2007년 연구에서 일반 소비자들은 전문가 와인의 맛이나 향을 형용할 때 사용하는 단어와 와인의 맛을 일치시키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Unsplash

와인 전문가의 지식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충격적 사건으로 꼽히는 것이 1976년 '파리의 심판'이다. 당시 와인 중에서도 최고급으로 꼽혔던 프랑스 와인과 신흥 미국 캘리포니아 와인을 10병 골라 와인 업계에서도 이름난 심사위원을 대상으로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했다. 

처음에는 누구나 프랑스 와인의 압승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캘리포니아 와인이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 모두 1위를 차지해 큰 파문을 일었다. 당시 사람들은 프랑스 와인의 우위성을 의심하지 않았고, 시장이나 프랑스 본가에서는 여전히 미국산 와인을 웃음거리로 치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캘리포니아는 세계 유수의 와인 생산지로 알려지게 됐다. 이는 특정 제품의 퀄리티를 결정짓는데 이미지와 브랜드 효과가 얼마나 큰지, 교만한 태도로 안주하는 것이 얼마나 큰 실수인가를 입증한 유명한 사례 중 하나다.

저작권자 © 데일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