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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코로나19 장기화 속에 집에서 식사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식기세척기는 일상적인 가사 부담을 덜어주는 편리한 필수가전으로 자리잡고 있다. 

식기세척기를 사용할 때 세정제뿐만 아니라, 건조효율을 높이거나 건조 후 물 자국을 줄여주는 린스제(헹굼보조제/건조마감제)를 함께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린스제가 식기에 잔류해 장벽(腸壁)을 파괴할 위험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논문은 국제학술지 '알레르기 및 임상면역학 저널 (The Journal of Allergy and Clinical Immunology)'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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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식기세척기는 고온의 물, 세제, 기계적 작용을 조합해 식기 및 조리기구의 오염을 제거한다. 우선 고온의 물을 세제와 섞어 분사함으로써 식기 오염을 제거하고 다시 고온의 물을 샤워기처럼 분사해 헹군 뒤 히터의 열과 송풍을 이용해 식기를 말리는 것이 일반적인 흐름이다.

이때 사용하는 세정제는 헹굼 과정에서 씻겨나가며, 헹굼 시 뜨거운 물과 린스제를 혼합해 사용하면 건조효율이 높아지고 건조 후 물 자국도 줄어 더 깨끗해 보인다. 

하지만 스위스 취리히대 의대 세즈미 아크디스(Cezmi Akdis) 교수는 "우려스러운 사실은 상당수 식기세척기가 남은 린스제 제거를 위한 추가 세척 공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식기에 유해물질이 남은 상태로 건조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식기세척기 세정제나 린스제가 사람의 위장에 도달했을 때 영향을 조사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장 내벽은 필요한 물질을 흡수하고 불필요한 물질을 배제하는 장관벽으로 덮여 있으며, 장관벽 손상은 식품알레르기·위염·당뇨병·비만·간경변·류머티즘·다발성경화증·자폐스펙트럼증·만성우울증·알츠하이머병 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크디스 교수는 "장관벽 손상이 약 20억 건의 만성질환 발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연구팀은 실험에서 사람의 장세포와 장세포를 배양해 만든 '장관 오가노이드(organoid)'를 통해 식기세척기 물 사용량에서 산출한 희석 비율로 다양한 시중 세정제와 린스제의 독성을 평가했다.

그 결과, 일반적인 희석률 세제에서는 세포나 장내벽에 대한 독성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린스제 사용량이 많고 희석률이 1만분의 1인 경우 장내 세포에 독성이 보이고 장관벽을 파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린스제 희석률이 저용량인 4만분의 1인 경우에도 장관벽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연구팀은 보고했다. 실제로 연구팀은 업소용 식기세척기를 이용해 세척한 컵에 잔류한 린스제를 추출해 그것이 세포에 독성을 보이는 것도 확인했다. 

린스제 독성 작용의 원인 물질로 추정되는 것은 계면 활성제 일종인 '알코올 에톡실레이트(alcohol ethoxylate)'이다. 세포가 알코올 에톡실레이트에 노출되면 염증 관련 유전자와 세포신호전달 단백질이 활성화된다.  

아크디스 교수는 "식기세척기 린스제 사용은 장 상피층 파괴의 징후이며, 이는 다양한 만성질환의 발병을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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