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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너무 덥거나 추운 기후는 불쾌감이나 짜증을 유발하고 때로는 언행이 거칠어지기도 한다.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기온 영향이 현실 세계뿐만 아니라 인터넷상으로도 파급돼 "너무 덥거나 추우면 트위터에서 '혐오 표현(hate speech, 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 차별·혐오 발언)'이 증가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연구 논문은 '란셋 지구보건(The Lancet Planetary Health)'에 게재됐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The Lancet Planetary Health

독일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 레이니 웬츠(Leonie Wenz) 박사 연구팀은 2014년 5월~2020년 5월까지 미국 트위터에 올라온 40억 건 이상의 트윗을 수집해 인공지능(AI)을 이용해 '혐오 표현'을 식별했다.

혐오 표현에 해당하는 트윗은 종교·민족·국적·인종·피부색·가계·성별·기타 정체성을 바탕으로 개인 또는 그룹을 공격하거나 멸시적 또는 차별적 언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연구팀은 식별 작업을 통해 총 7500만 건의 트윗(전체의 약 2%)을 혐오 표현으로 분류했다. 이어 각 트윗의 발신 장소를 토대로 분류한 후, 투고일의 기온·지역별 사회경제 상황·종교·2016년 미 대선 결과 등의 요인에 대해 분석을 진행했다. 

그 결과, 특정 도시가 다른 도시보다 더 많은 혐오 표현을 생성하는 경향은 보이지 않았지만, '트윗한 날의 기온'이 혐오 표현의 양과 유의미하게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혐오 표현이 가장 적은 것은 섭씨 15~18도 범위로, 그 주변의 섭씨 12~21도는 혐오 표현이 적은 '스위트 스팟(Sweet spot)'이었다. 그러나 스위트 스팟을 벗어나면 혐오 표현이 현저하게 증가했다.  

아래는 상위 그래프가 혐오 표현이 가장 적은 섭씨 15~18도를 기준으로 한 '기온에 의한 혐오 표현 증감'을 나타낸 것이다. 하위 그래프는 미국 기후대를 ▲Cold climate(한랭기후) ▲Hot-dry climate(고온건조기후) ▲Hot-humid climate(고온다습기후) ▲Marine climate(해양성기후) ▲ Mixed-humid climate(혼합습윤기후)로 분류해 각 기후의 최고기온을 나타낸 것이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The Lancet Planetary Health

연구팀은 최고기온이 섭씨 15~18도인 날과 비교해 최고기온이 -6도~-3도인 매우 추운 날은 혐오 표현이 12.5% 늘고 최고기온이 42~45도인 매우 더운 날은 22% 이상 늘어난다고 보고했다.

또 미국 기후대를 5가지로 분류해 분석한 결과 추운 지역에서는 너무 낮은 기온으로 인한 혐오 표현의 증가가 적고, 더운 지역에서는 지나치게 더운 기온으로 인한 혐오 표현 증가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혐오 표현의 증가가 '사람들이 익숙한 기온'과 관련되어 있어 일정 부분 거주 지역의 기후에 적응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기온이 30도를 넘으면 기후대나 지역과 무관하게 혐오 표현이 증가했다.

앤더스 레버만(Anders Levermann)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 연구원은 "사람들이 에어컨 등을 구매할 여유가 있는 고소득 지역에서도 매우 더운 날에는 혐오 표현이 증가한다"며 "극단적 온도 변화에 대한 적응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흑인·히스패닉·성소수자(LGBTQ) 대상의 혐오 표현이 많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연구팀에 따르면 혐오 표현의 표적이 되는 일은 정신건강에 심각한 위협이며, 특히 젊은이나 사회로부터 소외된 집단의 정신건강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웬츠 박사는 "이번 연구결과는 기후변화가 온라인 혐오 표현을 확대해 사회 결속력을 저해하고 사람들의 정신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음을 시사한다. 과도한 온난화로부터 기후를 지키는 것은 정신건강에도 중요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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