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스타쉽 트루퍼스(1997)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영화 소재로 곤충을 등장시킨 작품은 상당히 많다.

'인디아나존스 크리스탈의 해골왕국'이나 '미이라' 속 곤충은 씬스틸러 역할로 깊은 인상을 남겼고 대표적인 곤충 호러영화로 평가받는 '미믹(1997)'에선 곤충이 변이되어 인간을 공격하기도 한다.

2002년에 개봉한 '프릭스'에선 거대화된 거미가 인간을 습격했으며, 소설 원작의 SF 영화 '스타쉽 트루퍼스(1997)'는 일명 '버그(bug)'라는 외계 생명체와 싸우는 미래 인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플라이(1986)에선 한 과학자가 실수로 순간이동 기계에 함께 들어간 파리와 몸이 서로 합체되어 점점 파리 형체로 변하기도 한다.

이처럼 영화 속에서 곤충이 인류를 위협하는 내용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지구에서 가장 번성한 동물군 중 하나인 이 생명체들은 이름을 붙인 종만 약 100만 종에 달하며 모든 동물 종의 약 4분의 3을 차지한다. 다양한 만큼 지구의 전 지역에 존재하며 습지·사막·숲·초원·고산지대를 가리지 않고 거의 모든 기후와 지형에 적응해서 서식하고 있다. 

그리고 앞서 소개한 영화처럼 일부 곤충은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와 함께 다소 '공포스럽게' 우리 일상생활 속에 파고들고 있다. 

◆ 온난화의 새로운 재앙...곤충 습격 잦아져 

기후변화로 인해 곤충의 개체 수는 감소 추세에 있다. 지구상에 가장 많은 개체 수를 자랑하는 곤충의 감소는 생태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최근 곤충의 멸종 위기를 경고하는 연구결과가 여러 건 발표되면서 생태계 교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곤충이 사라지는 주요 원인을 농약 및 비료, 기후 변화로 인한 오염, 농업의 산업화·도시화·벌목으로인한 서식지 감소 등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벌과 나비와 같은 인간에게 유익한 개체 수는 줄어들고 있는 반면 각종 질병의 원인인 해충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인간의 활동에 의한 대가로 이른바 ‘습격’이 시작된 것이다. 

2020년엔 아프리카와 서남아시아, 중국에 메뚜기 떼가 출몰해 경작지를 초토화시켰다. 공포의 메뚜기는 날개의 진화가 이어지며 활동반경이 점점 확대되는 추세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Pixabay

지난해 홍수가 이어진 호주에선 거미와 개미 등 곤충들이 떼로 몰려 인간의 영역을 침범했다. 미국에서도 남부 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일명 '미친 개미'로 불리는 외래종 개미가 거주지를 습격해 집안 곳곳에 알을 낳고 번식한다. 

국내도 매년 전국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다. 2020년 수도권 수돗물에서 깔따구 유충이 연이어 발견됐고 매미나방 떼가 도시를 습격했다. 2017년 여름 서울 도봉구와 강북구 일대는 갑자기 등장한 ‘하늘소 떼’에 시달렸다. 

가장 최근엔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에 털파리과의 곤충인 '러브 버그(사랑벌레)'가 떼지어 출몰하는 일이 발생했다. 러브버그는 인체에 무해하고 해충을 잡아먹는 익충에 속하지만 혐오스런 생김새와 무더기 출몰에 불편을 호소하는 민원이 잇따랐다. 

◆ 해충의 진화...살충제 내성(耐性) 키워 번식 

지구 온난화로 기후가 변화면서 해충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인간이 해충을 박멸하기란 사실상 매우 힘들다. 살충제를 써도 내성을 키운 개체가 생존해 다시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일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벨기에 크롭라이프인터내셔널(CropLife International) 집계에 따르면 절지동물 586종, 곰팡이 235종이 한 가지 이상의 농약에 내성을 지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무더운 날씨에 급증한 바퀴벌레 역시 세대교체 과정에서 살충제에 대한 내성을 빠르게 키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활동 시기와 번식 속도가 한층 빨라진 것도 이를 뒷받침 한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Scientific Reports(2019)

특히 바퀴벌레는 '교차내성(cross tolerance)'에 의해 처음 접하는 살충제에 대한 내성까지 가지고 있으며, 1세대만 지나면 내성이 6배 향상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분명한 것은 해충은 살충제 내성이 강한 쪽으로 날로 진화하고 있으며, 곤충들의 공습에 살충제만으로는 더 이상 대처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날로 심각해지는 기후변화 속에 곤충의 습격이 잦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러브버그의 습격은 이를 예고하는 '애교' 수준의 신호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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