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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거북이는 매우 오래 사는 동물로 알려져 있으며, 남태평양 세인트헬레나 섬에서 사육되고 있는 코끼리거북 '조나단'은 2020년 190세 생일을 맞이하며 최장수 거북 기록을 경신했다. 

앞서 거북이는 손상된 세포를 사멸시키는 능력과 DNA 손상에 대한 내성이 뛰어나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거북이의 수명과 노화에 관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최근 발표된 두 가지 논문에 따르면 거북이는 노화 속도가 현저히 느리고 나이가 많아도 사망률이 높아지지 않는다.

동물들도 죽음은 불가피할 수 있지만, 노화는 인간과는 다를 수 았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노화란 생물이 나이가 들수록 신체가 점진적으로 약화되는 것이다. 가령 인간은 나이가 들면 면역체계와 뼈가 쇠약해져 나이가 들수록 통계적인 사망률이 높아진다.

미국 사회보장국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 거주하는 50세 남성이 다음 해에 사망할 확률은 0.48%지만 이것이 80세가 되면 5.6%, 100세가 되면 34.8%로 증가한다. 즉, 인간은 노화에 따라 사망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남덴마크대학 연구팀은 동물원과 수족관 등 다양한 동물의 사육 데이터를 축적하는 Species 360을 이용해 거북이 52종의 나이와 사망률을 분석했다.

그 결과 그리스육지거북이나 알다브라코끼리거북을 포함한 75%에서 노화율이 제로 또는 거의 무시할 수준임이 드러났다. 이는 많은 거북이가 나이를 먹어도 사망률이 높아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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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펜스테이트대학 등 국제 공동연구팀이 진행한 다른 연구에서는 개구리·악어·도마뱀·거북이 등의 종과 기타 항온동물의 노화율을 비교했다. 전세계 연구팀이 태그한 야생 개체군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한 결과 거북이는 유난히 오래 살면서도 노화가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 공저자인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 데이비드 밀러 박사는 "우리는 거북이가 장수하고 노화도 매우 느리며, 일관된 패턴을 보인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당초 노화에는 변온동물과 항온동물의 차이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가정했지만, 노화 속도와 변온동물의 관계는 고려하지 않았다. 

이후 연구팀이 보다 다양한 조건을 조사한 결과, 더운 기후는 파충류의 노화율을 증가시키고 양서류는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흥미로운 발견은 "가장 노화가 느린 변온동물은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견고한 방어기구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가령 거북이는 딱딱한 등딱지가 있기 때문에 외부의 적에 의한 사망률은 보호장비가 없는 동물에 비해 낮아진다.

밀러 박사는 "거북이는 등딱지에 의한 보호 효과 덕분에 노화에 대한 세포 보호가 활성화될 때까지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간은 분명 평균 거북이보다 빠르게 노화하지만 다른 많은 종보다는 노화 속도가 낮다. 인간과 거북이는 식량 접근이 용이하고 아늑한 환경에서 살아간다는 유사점이 있다"며 "거북이의 생물학적 연구를 통해 인간의 노화 방지 열쇠가 밝혀질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다만 장수 동물이라도 어느 시점에서 노화는 가속화될 수 있다. 세계 최고령 거북이 조나단 역시 지금은 앞을 볼 수도 냄새를 맡을 수도 없으며, 인간의 도움 없이는 먹을 수 없을 정도로 노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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