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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영국 남부 솔즈베리 근교에 위치한 스톤헨지는 기원전 2500~2000년에 지어진 입석(立石) 구조물이 즐비한 선사시대의 유적지이다. 

최근 스톤헨지 건설 노동자와 반려견이 남긴 '분변 화석(coprolite, 배설물이 부패 전 공기와 차단된 상태로 화석화된 것)'을 분석한 결과, 기생충에 오염된 고기를 먹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기생충학 저널(Journal Parasitology)'에 게재됐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팀은 스톤헨지에서 2.8km 떨어진 신석기시대 집락인 더링턴 월스(Durrington Walls) 유적에서 분변화석을 발견했다. 기원전 2500년경의 마을 유적인 더링턴 월스에는 스톤헨지를 세운 건설 노동자가 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팀이 발견한 19개의 분변화석을 분석한 결과, 개의 분변 4개와 사람 분변 1개에 기생충 알이 포함되어 있었다. 아래가 실제 화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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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 사람의 분변화석을 포함한 4개에는 설치류·원숭이·소 등의 내장에서 증식하는 모세충(모두충,Capillariidae)의 일종으로 추정되는 미지의 기생충 알이 발견됐다. 또 개에서도 기생충 알인 광절열두조충(Diphyllobothrium latum)이 발견됐다. 

모세충은 적어도 두 종류의 동물을 경유하는 특수한 생태를 가지고 있다. 우선 생쥐 등 소형 동물이 실수로 알을 먹으면 간·폐·장 등의 내장에 붙고, 거기서 알이 부화되면 기관을 먹고 성장해 무성생식을 한다. 이후 숙주가 더 큰 동물에게 포식되면 포식자의 소화관을 통과해 알이 배설된다. 

현대에는 간모세선충(Capillaria hepatica)과 장모세선충(Capillaria philippinensis) 2종이 인간에게 기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러한 기생충이 사람의 장기를 먹기 시작하면 모두충증(capillariasis)이 되어, 최악의 경우는 죽음에 이른다.

보통 사람에게 모세충이 기생하면 알은 간에 부착되는데 이번에 발견된 모세충 알은 분변화석 속에서 발견됐다. 따라서 대변을 배설한 사람은 모세충이 기생한 동물의 폐나 간을 충분히 익히지 않은 채 먹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연구팀은 설명한다. 

케임브리지대 생물 인류학자이자 수석 연구원인 피어스 미첼(Piers Mitchell) 박사는 "모세충은 소나 기타 반추동물에게 기생할 가능성이 있다. 소가 가장 가능성이 높은 기생충 알 공급원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분변화석에서 발견된 모세충 알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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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겨울철에 스톤헨지 건설을 위해 더링턴 월스에 온 사람들이 잔치 음식으로 조리가 부족한 고기를 먹고 나머지를 개에게 나눠주는 바람에 대변에 기생충 알이 섞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개의 분변화석에서 발견된 광절열두조충 알은 일반적으로 민물고기에 기생한다. 더링턴 월스에서 물고기를 먹었던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연구팀은 개가 다른 장소에서 물고기를 먹은 뒤 달링턴 월즈에 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미첼 박사는 "신석기시대 영국 유적에서 장내 기생충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에 발견된 기생충의 종류는 스톤헨지 건설 노동자들이 겨울에 동물을 먹었다는 앞선 연구의 증거와 부합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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