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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최근 체외수정으로 자녀를 가지는 부모가 증가하면서 체외수정에 의해 태어나는 아기는 연간 50만 명 이상, 산업 규모도 140억 달러에 달한다. 

최근 해외 매체 블룸버그는 체외수정으로 생긴 배아(수정란)의 유전자 검사를 통해 '미래 질환 위험’을 예측하는 비즈니스가 등장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비영리 교육기관 '콜린스 영재교육연구소'를 운영하는 콜린스 부부는 여섯 번째 체외수정만에 드디어 배아를 얻는 데 성공했다. 콜린스 부부는 수개월에 걸친 치료로 생성한 12개의 배아에 대해 유전자 검사를 실시해 성장 후의 심장병·암·당뇨병·조현병 등 위험 평가를 받았다. 

배아 유전자 검사를 의뢰한 콜린스 부부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bloomberg

배아 유전자 분석은 착상 전 진단으로 이미 이루어지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염색체 이상 및 중대한 유전병 검출을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콜린스 부부의 배아 유전자 검사를 담당한 미국 기업 '게노믹 프리딕션(Genomic Prediction)'은 복잡한 DNA 데이터를 해석해 암이나 심장병과 같은 질환 위험을 평가하고 종합적인 건강도를 점수로 나타내는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체외수정 후보인 복수의 배아를 가진 부모가 사전에 유전자 검사를 의뢰하면 질환 위험에 근거해 착상시킬 배아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 게노믹 프리딕션은 모든 유전적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여러 질환 위험이 평균인 배아를 '0'으로, 점수가 올라갈수록 질환 위험이 낮고 점수가 낮을수록 위험도는 높은 형식으로 평가한다. 콜린스 부부의 배아 중 가장 점수가 높은 배아는 1.9였으며 가장 낮은 배아는 -0.96이었다.

물론 같은 유전자를 가진 부모에게서 태어나는 배아의 차이는 미미하며 태어난 후 환경 요인에 따라 좌우되는 부분도 크다. 하지만 콜린스 부부는 이 차이를 결코 작다고 보지 않았다. 부부는 "이는 최첨단 과학을 통해 미래 아이들에게 모든 어드밴티지를 주는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게노믹 프리딕션은 초기 비용 1000달러, 분석 1회당 400달러의 요금으로 배아 유전자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로랑 테리에 게노믹 프리딕션 CEO는 "누구나 사랑하는 가족이 질환에 시달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일부 지지자들은 질환 위험에 관한 유전자 분석 점수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어야 하며 투명하게 결과가 공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유전자 편집 아기'의 확대로 이어질 것이며, 출생 전 유전자 검사에서 드러난 결과가 그대로 인생을 좌우하지도 않는다고 비난하고 있다. 

배아 DNA의 질환 위험 평가 과정은 우선 배아에서 채취한 세포의 DNA를 처리하고 UK바이오뱅크 프로젝트 등으로 수집한 수십만명의 DNA 데이터를 토대로 자체 소프트웨어로 분석해 유전자 변이를 질환 위험으로 변환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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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노믹 프리딕션은 물리학에 기반한 수학적 기법을 통한 분석을 수행하고 있으며, 같은 가족에서 자란 형제자매라 하더라도 어느 쪽이 조현병이나 암 위험이 높은지 예측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동안 게노믹 프리딕션이 진행한 검사에서 일부 배아에 질환 위험을 높이는 유전자가 집중됐고 다른 배아에는 건강을 증진하는 유전자가 몰려 있는 경향이 나타났다.

테리에 CEO는 "매우 잔인한 일이다. 어떤 사람은 태어나면서 불리한 카드를 쥐고 있고, 어떤 사람은 태어나면서 행운의 카드를 쥐고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행운의 카드 확률을 높이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불임 치료 규제가 느슨하기 때문에, 유전자에 기초한 다인자성 질환의 리스크 평가가 법적인 제재를 받을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착상 전 배아 검사는 체외수정 과정에 불필요한 스트레스와 혼란을 야기하며, 기술 적용 전에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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