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쥐는 뭐든지 잘 먹는 잡식성 동물이지만, 최근 수컷 쥐가 '바나나 냄새'를 싫어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 짝짓기를 경험하지 못한 수컷은 짝짓기 경험을 한 수컷에 비해 바나나 냄새에 훨씬 강한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에 게재됐다.
수컷 쥐가 바나나 냄새를 싫어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은 캐나다 맥길대학 연구팀이다. 연구팀은 실험실에서 사육하는 수컷 쥐가 임신 중인 암컷 쥐 근처에 있을 때 암컷에서 나오는 독특한 냄새 물질 때문에 평소와 매우 다른 행동을 취한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연구팀은 수컷 쥐를 케이지에 넣은 뒤 암컷이 내뿜는 다양한 냄새를 맡게 한 뒤 수컷이 통증(열원)에 반응할 때까지의 시간을 조사했다.
아래 그림은 세로축이 통증에 대한 반응 시간을 나타낸다. 'n-펜틸 아세테이트'(n-pentyl acetate)를 맡은 수컷 쥐의 반응 시간이 가장 느린 것을 알 수 있다.
생물은 스트레스를 느낄 때 통증에 대한 반응이 둔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n-펜틸 아세테이트가 수컷 쥐에게 스트레스를 준다는 결론을 내렸다.
n-펜틸 아세테이트는 바나나의 독특한 향을 만들어내는 성분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에 연구팀은 시판 바나나 오일향을 수컷 쥐에게 맡도록 한 후 동일한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바나나 오일향을 맡은 수컷도 통증에 대한 반응이 둔해져, 바나나 냄새가 수컷 쥐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있음을 시사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통증 반응이 둔해지는 현상은 짝짓기 경험이 없는 수컷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수컷 쥐 중에서도 짝짓기 경험이 없는 개체는 갓 태어난 쥐에 대한 공격성이 높다.
연구팀은 "임신 중이거나 수유 중인 쥐가 새끼를 수컷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n-펜틸 아세테이트를 방출하고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이번 논문에 참여한 사라 로젠(Sarah F. Rosen) 박사는 "쥐는 우리의 생각 이상으로 다양한 의사소통을 하며, 대부분 냄새를 통해 이루어진다. 임신 및 수유 중인 암컷의 소변에서 나오는 n-펜틸 아세테이트는 특히 수컷 스트레스에 매우 효과적이다. 이는 새끼 보호를 위한 암컷의 강력한 신호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