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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영국인 40만 명 이상의 유전자 데이터와 보행 속도를 분석한 대규모 연구를 통해 운동량에 관계없이 '빠르게 걷는 사람은 노화가 느리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보행 속도가 빠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중년기에 접어들 무렵의 세포 건강이 16년까지 차이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은 국제학술지 '커뮤니케이션스 바이올로지(Communications Biology)'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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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연구를 통해 '걷는 속도에 따라 심장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이 변한다'거나 '걷는 속도와 뇌·신체 노화는 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지만, 인과관계까지는 증명되지 않았다. 즉, 단순히 건강한 사람일수록 빨리 걸을 가능성이 존재했다. 

영국 레스터대학 운동학자인 톰 예이츠(Tom Yates) 박사는 "보행 속도가 건강 상태를 보여주는 매우 강한 예측인자임은 밝혀졌지만 실제로 '빠르게 걸으면 건강해진다'는 사실은 그동안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걷는 속도와 노화의 비밀을 풀 열쇠로 연구팀이 주목한 것이 바로 '텔로미어(Telomere)'다. 세포 내 염색체 말단에 있는 텔로미어는 유전자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지만, 유전자가 복제될 때마다 조금씩 짧아진다. 궁극적으로 텔로미어가 너무 짧아지면 세포분열을 할 수 없게 된다. 이는 유전자가 손상된 세포가 늘어나 암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는 한편 인체의 다양한 노화 현상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텔로미어와 건강의 복잡한 관계는 완전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연구팀은 텔로미어의 길이가 노화 정도를 조사하는 데 최적의 지표가 될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UK바이오뱅크에 소속된 40만5981명의 유전자 데이터와 자가보고한 보행 속도, 그리고 참가자가 장착한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통한 활동추적 기록 데이터를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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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걸음이 빠른 사람은 백혈구 텔로미어 길이(Leukocytelomere length: LTL)가 유의미하게 긴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LTL가 길다고 해서 걸음이 빠르지는 않았기 때문에 걷는 속도와 LTL 사이의 인과관계도 확인할 수 있었다.

논문 제1저자인 패디·뎀프시(Paddy C. Dempsey)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유전자 데이터를 이용함으로써, 걷는 속도와 텔로미어 길이의 인과관계를 강력하게 증명할 수 있었다. 또, 웨어러블 디바이스로 수집한 데이터에서도, 빠른 걸음을 비롯한 습관적인 활동 강도가 가진 역할은 크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걷는 속도 측정으로 쉽게 만성질환과 노년증후군 위험도를 측정할 수 있으며 생활개선의 방향을 고려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가령 단지 보행량을 늘리는 것뿐만 아니라 버스 정류장까지 평소보다 빨리 걷는 것을 목표로 설정할 수 있다"며 빨리 걷기가 노화 대책의 일환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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