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1만 2000건 이상의 암 게놈(genome,유전체)에 숨어있는 수억 개의 변이를 분석한 연구를 통해 세포가 암화(癌化)할 때의 유전자 변이를 찾아내는 알고리즘 개발에 성공했다.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됐다. 암 발생 원인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의사가 환자에 대해 최적의 암 치료를 선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암은 그 특징 및 발생 메커니즘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연구자들은 DNA 손상과 회복 흔적을 통한 '변이 시그니처(signature)'에 주목하고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세레나 닉 제이널(Serena Nik-Zainal) 교수는 "변이 시그니처는 마치 범행 현장에서 채취된 지문처럼 암의 범인을 특정하는데 도움이 된다"며 "변이 시그니처 중에는 특정 약의 타깃이 되는, 이른바 '암의 아킬레스건'도 존재해 암 진단과 치료에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변이 시그니처를 분석하면 자외선에 의한 유전자 손상 및 흡연, 혹은 세포 내부에 원래 존재했던 문제 등, 암이 왜 발생했는지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암세포가 가진 방대한 변이 가운데 세포 암화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은 극히 일부다.
이에 닉 제이널 교수 연구팀은 영국의 '10만 게놈 프로젝트(100,000 Genomes Project)'를 통해 수집된 암 게놈 1만 2222건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무수한 돌연변이를 분석하는 알고리즘 'FitMS(Signature Fit Multi-Step)'을 개발했다.
연구팀이 국제암게놈컨소시엄 등에서 수집된 총 6000건 이상을 FitMS로 검증한 결과, 1염기치환(Single Base Substitution: SBS) 시그니처 82개, 2염기치환(Doublet Base Substitution:DBS) 시그니처가 27개 특정되었다.
이를 기존 변이 시그니처와 비교한 결과, 지금까지 확인되지 않았던 SBS 시그니처 40개와 DBS 시그니처 18개를 발견하는 데 성공했다.
논문 공동 저자인 케임브리지 대학 안드레아 데가스페리(Andrea Degasperi) 교수는 "또 다른 변이 시그니처를 발견해, 아직 암의 원인으로 확인되지 않은 미지의 시그니처 기원을 추적해 나갈 예정이다. 이번 연구는 SBS나 DBS가 대상이었지만, DNA 배열은 더 큰 단위로 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라며 "궁극적으로는 환자 개개인에게 맞는 암 치료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암 발생 메커니즘을 알면 어떤 치료법이나 약이 효과적인지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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