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 환경 저해 산업폐기물 처리 나선 시멘트 공장…안전성 논란
시멘트 공장 기능 보다 폐기물에 집중 나서 공룡 기업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 / DB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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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송협 선임기자] “심각하죠. 저희 같은 전문 업체들이 취급하는 발암 또는 위험 물질이 대량 함유된 산업폐기물까지 시멘트 공장으로 다 들어가다 보니 가장 큰 우려는 대기오염에 따른 환경 문제이며 대기업 시멘트 기업의 시장 교란에 따른 군소 전문 업체들의 피해를 꼽을 수 있습니다.” (A 환경시설 업계 관계자)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생활 쓰레기가 아닌 산업현장 등에서 쏟아져 나오는 불연성 폐기물, 고형연료 제품 등 산업폐기물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대기오염과 탄소 배출의 위험성이 많은 산업폐기물을 전문적으로 전담하고 있는 환경시설 업계가 볼멘 목소리를 높이는데는 현재 전국의 모든 폐기물이 대형 시멘트 공장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군소 중심의 환경시설 업계 대비 몸집이 큰 대형 시멘트 기업이 폐기물 수주에 공격적으로 뛰어들면서 기존 업계는 수주 난항은 물론 소각열에너지 생산까지 중단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시멘트 공장 폐기물 사용량은 매년 급증하면서 지난 2013년 488만 톤이던 폐기물이 지난 2020년 1500만 톤을 웃도는 등 폐기물 사용량이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쌍용C&E와 같은 대형 시멘트 기업들이 ‘시멘트 원료 수급’을 명분으로 쌍끌이 매입에 나서면서 시장 교란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렇듯 대형 시멘트 기업의 무차별적인 시장 확대 이유는 정부가 2050 탄소 중립 추진전략안을 발표하고 탄소 저감과 함께 신재생에너지 산업 발굴과 함께 적극적인 투자를 예고하면서 산업폐기물을 활용한 신재생에너지 시장의 부가가치가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거대 공룡 시멘트 기업들의 시장 장악력이 매년 높아지면서 그 피해와 손실은 고스란히 군소 환경시설 업체들에게 쏠리고 있다. 시멘트 공장에서 천문학적 수준의 폐기물을 무작위로 수거하면서 기존 폐기물 소각 및 매립·고형연료·제지 업계 등은 소각열에너지 생산에 필요한 열원과 매립물 확보에 적색등이 켜졌다.

한 폐기물 업체 관계자는 “막대한 자본을 앞세운 대형 시멘트 기업들이 기존 단가를 무시한 채 폐기물을 헐값에 매입하고 있다.”며 “원칙적으로 정해놓은 톤당 20만 원 초반 수준의 매입 가격을 톤당 5만 원 수준에 쓸어가고 있다보니 시장이 교란되고 물량을 확보하지 못한 군소 업체들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국내 시장 점유율 상위의 대형 시멘트 기업 쌍용C&E는 지난해 10곳에 달하는 폐기물 재활용 업체들을 인수합병 하면서 전국적인 수거망을 확보, 공격적인 폐기물처리 사업에 뛰어들며 기존 군소 업계들을 위협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21년 쌍용C&E(주) 재활용업체 인수 현황 / 폐기물 관련 업체 제공
2021년 쌍용C&E(주) 재활용업체 인수 현황 / 폐기물 관련 업체 제공

실제로 쌍용C&E 지난해 인수한 폐기물 처리 업체는 ▲더존 환경 ▲성광이엔텍 ▲김포폐기물공동운영기구 ▲그린에코 싸이클 ▲우정환경 ▲깨끗한 환경 ▲삼호환경기술 ▲더불유엠 ▲도영 ▲태봉산업 등 10곳이다.

여기에 쌍용C&E가 군소 전문 폐기물 업체들과 경쟁한 환경사업 부문에서 올린 매출은 ▲2017년 396억 원 ▲2018년 413억 원 ▲2019년 462억 원 ▲2020년 710억 원에 이어 무차별 인수합병이 진행된 지난해만 무려 1790억 원까지 수익을 끌어올리며 사실상 폐기물 분야 독점이 현실화되고 있다.

문제는 폐기물 분야 사업이 최근 시멘트 업계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인식되면서 시멘트 기업들이 앞다퉈 폐기물 재활용 시설을 증설하고 문어발식 폐기물 반입에 나서고 있다는게 기존 업계의 지론이다.

B 시멘트 업체 관계자는 “SRF라고 불리는 폐기물 고형연료 반입비용은 8만원~5만원까지 낮춰 받아주는 등 원료로 사용되는 폐기물을 확보하는데 동종업계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이는 시멘트 기업끼리 폐기물 수주 영업이 치열하다는 방증”이라고 귀띔했다.

그동안 군소 환경시설 업체들의 영역이던 폐기물 분야 사업에 국내 굴지의 대형 기업들이 앞다퉈 뛰어들면서 부작용도 우려된다.

일반적으로 소각시설의 경우 일반·지정폐기물을 비롯해 고형연료 보일러·발전소, 제지공장 등 제품화된 폐기물만 반입 받을 수 있는 반면 시멘트 공장은 지정폐기물 일부를 제외한 일반폐기물과 불연성 폐기물, 파·분쇄폐기물, 고형연료 제품 모두를 반입할 수 있어 폐기물 업계의 블랙홀로 평가받고 있다.

폐기물 처리시설별 반입 가능 폐기물 현황 / 폐기물관리법 참조
폐기물 처리시설별 반입 가능 폐기물 현황 / 폐기물관리법 참조

 

폐기물 업체 관계자는 “산업부나 환경부에서 관리 감독과 제재를 해야 하는데 오히려 기준을 완화하고 일반·지정 상관없이 반입을 권장하고 있는 것 역시 심각한 문제”라면서 “폐기물에서 나오는 질소산화물이나 다이옥신 경우 기존 환경시설 업체들은 환경부 기준을 적용하는 반면 시멘트 기업에게는 기준을 완화해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시멘트 업계가 홍보하고 나선 ‘폐기물의 유연탄 대체’가 2050 탄소중립 실천방안이라는 입장과 달리 국회와 환경시민단체는 시멘트 공장이 오염물질 다량 배출 사업장이라는 지적에도 특혜를 받고 있는 만큼 환경규제 강화를 촉구해야 한다는 시각도 지배적이다.

이는 지난 2017년 국립환경과학원의 시멘트 소성로 투입 폐기물과 시멘트 제품의 중금속 함량과의 상관관계 분석 결과에도 명시됐다. 과학원 자료에는 “국내 소성로 및 생산 공정에 투입되는 보조 연료와 대체원료로 인한 시멘트 제품 유성이 우려되고 있다.”고 지목한 바 있다.

폐기물 물량 부족 현상 고형연료 보일러 업체 창고 / 고형연료 보일러 업체 제공
폐기물 물량 부족 현상 고형연료 보일러 업체 창고 / 고형연료 보일러 업체 제공

소각 업계와 고형연로 보일러 및 발전소 업계, 제지 업계를 통해 소각열에너지를 공급받고 있는 국내 산업체의 우려감도 고조되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국가산업단지인 반월과 시화에 입주한 열병합 발전소는 소각시설과 고형연료 보일러 및 발전소 등에서 수급받고 있는 소각열에너지의 생산량에 타격을 받을 경우 산업단지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정부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폐기물 처리시설은 폐기물을 소각하면서 나오는 열에너지를 회수해 외부 기업에 공급, 화석연료 대체로 온실가스를 저감할 수 있는 중요한 시설이지만 폐기물 공급에 제동이 걸리면서 시설 가동률이 떨어지고 있다.

C대학 환경공학과 김모 교수는 “폐기물 반입 기준과 대기오염물질 배출 기준, 시멘트 제품 기준이 외국과 비교할 때 턱없이 완화됐다.”며 “무엇보다 국내 시멘트 기업들에게도 기존 업계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면 논란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또 “균형있는 폐기물처리 체계를 정부가 제공해야만 자본을 앞세워 군소 업계를 위협하는 시장 교란과 붕괴에 따른 폐기물 대란 또는 시멘트 제품 불량화 시비를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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