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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남극은 수백만 년 동안 지구에서 가장 고립된 환경을 유지했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특수한 생태계가 형성됐다.  

지난 1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연구팀은 인간의 남극 진출과 함께 침입한 외래종이 기존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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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에 참여한 케임브리지 대학 알리 매카시(Arlie H. McCarthy) 박사가 호주 비영리매체 '더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에 연구 논문에 대해 설명했다. 

매카시 박사는 독자적인 생태계를 유지해온 남극 대륙 주변의 청정 생태계의 파괴를 막는 가장 단순한 수단은 '외래종의 유입을 막는' 것이라고 말한다. 

남극 대륙의 주변 해역에서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는 남극환류(Antarctic circumpolar current)가 존재한다. 유속은 0.5km 이내로 느리지만 흐르는 폭이 넓고, 심층까지 흘러 매초당 흐르는 물의 양이 1억t을 넘는 대해류다. 이에 물개·고래·철새 등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 해양 생물이 남극 대륙에 도달하기 어려운 환경이 구축될 수 있었된 것. 

자연의 장벽은 수백만년 전부터 존재했지만, 인간이 타고 온 배가 남극과 주변 해안부까지 도달하게 되면서, 선박에 붙어 운반된 외래종이 남극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뉴질랜드의 아남극 제도에서 표류하는 다시마 등에 붙은 종(種)이 남극에 도달하는 데 최대 3년이 걸리는 반면, 선박이라면 아남극 제도에서 불과 며칠 만에 남극으로 이동할 수 있다. 

연구팀은 남극 대륙을 방문하는 선박의 선체에 서식하는 외래종을 조사하는 한편, 선박의 이동 루트에 대해서도 분석했다. 

조사 결과, 남극을 찾는 선박에는 홍합·게·따개비·단각류(옆새우 등을 포함한 갑각류)·외항동물·히드로충류·해조 등이 서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선체 청소는 수년에 한 번 정도 이루어지기 때문에, 외래종이 남극 대륙에 침입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설명이다. 

아래 이미지는 2014년~2018년에 걸쳐 남극을 방문한 선박의 루트를 나타내고 있다. 세계 각지의 항구를 경유하고 있어 다양한 외래종의 침입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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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카시 박사는 남극을 방문하는 선박 대부분은 ▲남미 칠레의 푼타 아레나스 ▲아르헨티나의 우수아이아 ▲호주 호바트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남아공 케이프타운 등 5개 항만 도시를 경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밖에도 총 53개 거점이 남극으로 향하는 출발항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 .

세계 각지의 항구를 경유하는 배로 인한 외래종 반입을 막기 위해서는 선체에 동물이나 조류가 달라붙기 어려운 특수 코팅을 하거나, 선체 청소를 자주 하거나, 남극 해역에 들어가기 전에 선체 청소 여부를 검사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대책은 물류 공정을 늘리지만, 이미 하와이·갈라파고스 제도·뉴질랜드·호주 등에서 외래종 반입을 막기 위해서 도입하고 있다고 맥카시 박사는 설명했다.

남극을 방문하는 선박은 1960년대와 비교해 최대 10배로 증가했으며 매년 100~200척에 이른다. 특히 남극반도와 사우스셰틀랜드제도에 접근이 집중되어 있어 이들 지역이 외래종 위험에 가장 크게 노출되어 있다. 

남극 대륙에 방문하는 선박은 ▲관광선 67% ▲연구선 21% ▲어선 7% ▲물자 수송선 5% ▲기타 1% 순이며, 이 가운데 연구선은 대륙의 모든 지역에 접근할 수 있다. 

연구팀은 지금까지 인간에 의해 남극해에 반입된 외래종으로, 홍합이나 게 등 총 5종을 특정했다. 홍합이나 게와 유사한 동물은 남극대륙 주변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홍합이 다른 외래종의 번식이 쉬운 서식지를 만들거나 게가 재래종을 먹어치울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다만 이러한 동물이 장기적으로 남극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지, 실제로 어떤 영향을 생태계에 미치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맥카시 박사는 "현시점에서 남극과 남극해는 지구상에서 가장 청정한 해양지역이며 대륙 규모로 외래종의 위험을 관리하고 줄일 수 있음을 실증하는 마지막 기회"라며 "외래종 침입을 막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남극의 귀중한 생태계마저 변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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