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SP-121b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Patricia Klein and MPIA

[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지구에서 고물자리(Puppis) 방향으로 약 855광년 떨어진 곳에 존재하는 행성 'WASP-121b'는 2015년에 처음 발견됐다. 지금까지의 연구를 토대로 파악된 WASP-121b는 목성의 약 1.2배의 질량과 1.8배의 반경을 가지며, 표면 온도가 약 2000℃에 달하는 거대 가스 행성이다.  

독일 막스 플랑크 천문학 연구소 연구팀은 대기 조사를 통해 "WASP-121b는 철과 티타늄으로 구성된 금속 구름이 형성되고 루비와 사파이어 비가 쏟아지는 환경"일 가능성을 새롭게 시사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천문학'(Nature Astronomy)에 게재됐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Nature Astronomy

WASP-121b는 항성 WASP-121 주위를 30시간 주기로 공전한다. 자전주기도 공전주기와 거의 같기 때문에 WASP-121b의 절반은 항상 항성을 향한 뜨거운 낮이고, 다른 한쪽은 밤으로 고정되어 있다.

연구팀은 허블 우주망원경을 이용한 스펙트럼 분석을 통해 낮과 밤에 해당하는 반구 전체의 상층 대기 조성을 조사했다.

그 결과 WASP-121b에서 물 순환이 확인됐다. 지구는 강이나 바다의 물이 증발해 기체화되고 구름을 형성해 비로 내리는 순환 과정을 겪는다. 하지만 WASP-121b의 물 순환은 지구와는 전혀 다르다.

WASP-121b의 낮에 해당하는 반구는 상층 대기 온도가 최대 3000K(섭씨 2726도)를 넘어, 물이 증발할 뿐만 아니라 수소와 산소로 더 분해된다. 한편 밤에 해당하는 반구의 상층 기온은 상대적으로 낮은 1800K(섭씨 1526도)까지 내려간다. 

이 같은 극심한 기온 차이로 발생한 강력한 서풍은 수소와 산소를 '밤' 반구까지 운반한다. 그리고 '밤' 반구에서 수소와 산소가 재결합해 수증기가 되어 그대로 다시 '낮' 반구로 다시 이동한다.  

하지만 '밤' 반구도 표면 온도가 1800K를 넘기 때문에 지구와 같은 구름 대신 대기 속 철·마그네슘·크롬·바나듐 등의 금속으로 구성된 구름이 형성된다. 이러한 금속 원자는 물과 마찬가지로 '낮' 반구에서 증발해 강풍으로 '밤' 반구로 이동해 응축한 뒤 구름이 된다. 그리고 금속 구름은 '낮' 반구로 다시 이동해 증발하는 일련의 흐름을 보인다. 

스펙트럼 분석 결과, WASP-121b 대기 중에는 알루미늄이나 티타늄이 검출되지 않았다. 스펙트럼 분석은 WASP-121b에 반사한 빛의 주파수를 해석해, 지표 부근은 관측할 수 없다. 이를 토대로 연구팀은 알루미늄과 티타늄이 응축되어 지표로 쏟아졌기 때문에 검출되지 않는 것으로 추정했다. 

알루미늄은 대기 중 산소와 응결하면 '커런덤'(Corundum)이라는 광물이 된다. 커런덤에 크롬·철·티타늄·바나듐 등의 불순물이 포함되면 루비나 사파이어가 되기 때문에, 연구팀은 "액체 형태의 루비나 사파이어가 WASP-121b의 '밤' 반구에 비가 되어 쏟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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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WASP-181b에 지구에서는 매우 귀중한 보석이 비처럼 대량으로 쏟아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과학매체 '사이언스얼럿(sciencealert)'은 "아쉽게도 우리는 이를 손에 넣을 수 없지만, 이번 발견은 우주에 얼마나 다양하고 매혹적인 행성이 존재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고 전했다.  

연구팀의 조안나 바스토우(Joanna K. Barstow) 박사는 "허블 우주망원경 후계기로 2021년에 발사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으로도 WASP-121b의 연구를 계속해 나갈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으로 허블 우주 망원경 관측 범위를 넘어서는 파장을 관측할 수 있다. 이를 통해 WASP-121b의 대기 중 탄소량을 비롯해, 다양한 고도에서의 풍속을 파악하기 위한 고정밀도 측정이 가능해 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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