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 / DB 편집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 / DB 편집

[데일리포스트=송협 선임기자] “사회적 합의를 강조하던 CJ택배 노조는 폭력적인 수단으로 본사를 점거하는 그 순간부터 대의명분과 함께 민심을 잃었습니다. 가뜩이나 장기화된 코로나-19 역병이 연일 기승을 부리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을 볼모로 자신들의 주장만 앞세운 노조를 곱게 바라보는 시선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 역시 노조는 깨달아야 합니다. 떼를 지어 폭력을 행사하고 목적을 달성하는 것 자체가 유물론적 행태이니 말입니다.” (네티즌 아이디 KJMXXX)

#흩어지면 죽는다. 흔들려도 우린 죽는다.

하나 되어 우리 나선다. 승리의 그 날까지…

지키련다. 동지의 약속 해골 두 쪽 나도 지킨다.

노조 깃발 아래 뭉친 우리 구사대 폭력 물리친 우리

파업투쟁으로 뭉친 우리 해방 깃발 아래 나선다.

지난 80년대와 90년대 초반까지 노동자들의 시위와 집회 현장에서 변혁의 열망으로 하나 둘 모인 노동자뿐 아니라 독재 잔재에 대한 저항심에 일반인까지 하나로 묶어줬던 민중가요 ‘파업가’의 노랫말이다. 노랫말이 보여주듯이 집회 참여자들의 뜨거운 연대를 확인해주면서 동시에 흔들리는 마음까지 다잡는 확신과 투쟁심을 자극했던 이 노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든 30년이 지난 현재에도 진행형이다.

송협 선임기자
송협 선임기자

개발도상국으로 접어들었지만 전 세계적으로 가장 열악하고 인권이 상실된 시대를 변혁하기 위해 대의를 앞세운 30년 전 노동자들의 파업과 투쟁이 일종의 민의(民意)를 대신했었다.

과거 민의을 대변하고 변혁을 위한 대의명분을 강조하며 투쟁과 파업의 중심에 섰던 민주노총이 최근 눈총을 받고 있다. 가뜩이나 장기화된 코로나-19 여파로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국민은 다양한 이유를 앞세워 거리마다 몰려든 민주노총과 산하 노조 집회에 날카로운 반감의 표정이 역력하다.

여의도, 광화문, 시청 앞 광장 곳곳에서 펼쳐지고 휘날리는 민주노총 깃발만 봐도 ‘지긋지긋하다’며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혹자들은 민주노총을 두고 ‘민폐 노총’이라고 한다. 민주노총 입장에서는 불쾌할 수 있는 대목이지만 작금의 국민 대다수는 순수성을 잃고 민심에서 벗어난 민주노총에 염증을 표출하는 것은 아닐까?

“또 민주노총이네?” 설 명절 전부터 주문한 선물이 CJ택배 노조 파업 탓에 해외 직구보다 늦어지면서 사람들이 지목한 단체다. ‘또 민주노총’…과거 변혁의 중심에 섰던 민주노총의 현주소다.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를 제대로 이행할 것’을 강조하고 나선 민주노총 산하 CJ택배 노조가 지난 10일 CJ대한통운 본사를 기습적으로 점거하고 현재까지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200명의 조합원들이 물리력을 행사하며 유리창을 깨고 난입하는 과정에서 이를 막는 직원들이 다치고 기물이 파손됐다.

설 명절 소중한 선물을 주문한 대다수는 공교롭게도 CJ택배 노조 파업 탓에 골탕을 먹어야 했다. 주문 취소가 남발했고 뒤늦게 받은 생물(고기·생선 등)은 상하기 직전까지 이르렀다. 택배 노조 입맛에 맞추지 못한 노사 협상 결렬로 국민이 고스란히 감내해야 할 파편의 조각이었다.

택배 노동자들의 수고를 택배를 한 번쯤 주문했던 국민은 잘 알고 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위험에도 밤낮 무수히 많은 수하물을 소중하게 고객들에게 전달하는 그들의 발걸음이 그동안 얼마나 무거웠는지 크고 작은 택배상품을 짊어졌을 어깨가 얼마나 짓물렀을지 짐작할 수 있다.

새해를 맞이한 설 명절 선물을 기다리고 있던 소비자들의 부푼 기대를 여지없이 깨뜨리고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폭력적인 집단행동을 통해 자신들이 몸 담고 있는 회사의 안방을 점거하고 나선 민주노총 산하 CJ택배 노조는 이미 대의명분을 잃었다.

“CJ대한통운의 부당한 과로사 돈벌이와 부속합의서 철회를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며 사회적 합의를 우롱하는 재벌의 전횡에 맞선 투쟁을 민중들과 함께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핏대를 세우고 나선 택배노조의 호소에 국민 누구도 전혀 공감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자신들의 밥그릇만 키우려는 집단적인 이기심’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만 거세지고 있을 뿐이다.

30년도 훨씬 넘은 민중가요 ‘파업가’는 과거 암울한 시절 변혁을 꿈꾸고 있던 노동자를 중심으로 한 격동의 시대를 경험한 소위 민중에게 쓰라린 기억으로 남아 있을뿐 그 가슴 떨리고 투쟁심을 자극하던 시대는 이제 과거에 불과하다.

“군중은 진실을 갈망한 적이 없다. 군중은 자신들을 부추겨 주면 그게 오류라도 신처럼 받든다. 또 그들에게 환상을 주면 누구든 지배자가 될 수 있지만 이들의 환상을 깨려 들면 누구든 희생의 제물이 된다.”는 프랑스 출신 사회심리학자 ‘귀스타브 르봉(Gustave Le Bon)’ 주장처럼 노동자 집단 역시 누군가 환상을 주면 언제든지 스스로 희생의 제물이 될 수밖에 없다. 민중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던 과거의 꿈에서 깨어나지 않게 되면 말이다.

저작권자 © 데일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