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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넷플릭스에서 지난해 개봉한 한국 SF영화 `승리호'는 청소선을 타고 우주쓰레기를 주워 돈을 버는 사람들이 주인공이다.  

주요 줄거리를 간단히 설명하면 2029년 황폐해진 지구에서 생존이 힘들어진 사람들은 우주 위성궤도에 지구 환경과 유사한 새로운 보금자리 UTS를 만들게 된다. 하지만 선택받은 사람들만 시민권을 획득할 수 있고 비시민권자인 주인공들은 승리호를 타고 다니며 우주 쓰레기를 청소하며 돈을 벌어 생활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이자 위험한 존재로 알려진 도로시(강꽃님)를 발견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리고 있다.

영화처럼 우주개발 경쟁이 격화되면서 실제로 우주쓰레기는 급증하는 추세다. ‘승리호’로 주인공들이 우주 쓰레기를 모아 돈을 버는 미래를 그저 공상으로 치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우주쓰레기 

1957년 10월 스푸트니크 1호의 발사 이후 수많은 인공위성이 우주를 향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미작동 인공위성 ▲로켓 본체나 로켓에서 분리된 페어링과 부스터 ▲부서진 우주선의 파편 등 수많은 우주 쓰레기가 생겨났다.

특히 인공위성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1957년 10월 4일 세계 최초 인공위성 스푸트니크1호 발사 이후 구소련과 미국의 우주개발 경쟁이 시작됐고, 그 후 2010년대까지 매년 10~60개의 인공위성 발사가 이루어졌다. 

미국 매사추세츠 대학 물리학 교수인 수푸리야 샤크라바티(Supriya Chakrabarti)는 2021년 9월 기준 7500대 이상의 인공위성이 지구 표면에서 고도 2000km 이하의 지구 저궤도(LEO)에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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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아마존과 스페이스X가 주도하는 인공위성 기반의 고속광대역 통신 구상으로 앞으로 양사에서만 총 10만대의 인공위성 발사가 계획되고 있다.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비용이 현격히 낮아지고 크기도 작아지면서 지금까지 우주개발에 진출하지 않았던 국가들도 인공위성의 발사에 나서고 있다. 

특히 위성 잔해 등의 우주 쓰레기들이 저궤도에서는 초당 7~8㎞, 정지궤도는 초당 3㎞의 총알보다 빠른 속도로 궤도를 돌고 있다는 사실은 큰 위협이다.

2012년 발사된 아리랑 3호에 이달 우주 쓰레기가 바짝 다가와 부딪힐뻔 했는데, 긴급히 고도를 높여 충돌은 피할 수 있었다. 2011년에도 러시아 위성과 한국 천리안 위성의 충돌 가능성이 제기돼 천리안이 회피 기동을 실시한 바 있다. 

지난해 5월에는 ISS 로봇팔 '캐나담2(Canadarm2)'를 정기 점검하는 과정에서 우주 쓰레기 파편에 의해 아래팔 부위 상단에 작은 구멍이 생긴 사실이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인공위성 파편이 재앙으로 다가오는 또다른 SF영화 ‘그래비티’(Gravity)가 현실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우주 파편과 위성의 연쇄적 충돌로 우주 쓰레기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케슬러 증후군(Kessler syndrome)’이 현실화된다면 끔찍한 악몽이 될 수 있다. 

◆ 세계 각국, '쓰레기 청소' 나선다 

우주 쓰레기기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세계 각국은 대처방안에 고심하고 있다. 영화 승리호 속 주인공들의 직업을 현실화하기 위한 기술 개발도 이루어지고 있다. 

향후 ‘우주쓰레기 청소’가 미래 유망 산업이 될 가능성이 나오는 가운데, 지금까지 ▲우주그물 ▲청소위성 ▲레이저빗자루 ▲우주 끈끈이 ▲전자기 밧줄 등 매우 다양한 처리방법이 제안되고 있다.  
 
실제로 영국 서레이대 우주 센터는 2018년 대형 그물을 이용해 우주 쓰레기를 수집하는 실험을 진행한 바 있으며, 이듬해인 2019년에는 위성에서 1.5m 길이의 작살로 우주 쓰레기를 맞춰 제거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민간업체들도 나서고 있다. 일본 우주 스타트업 아스트로스케일은 지난해 우주 청소부 위성을 쏘아 올렸고, 러시아 스타트업인 스타트로켓은 2023년 끈끈이 방식으로 우주 쓰레기가 부착되는 위성을 쏴 올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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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차원으로는 유럽우주국(ESA)이 2025을 목표로 4개의 로봇팔이 탑재된 우주선을 개발해 우주 쓰레기를 포획해 지구 대기에서 처리하는 로봇을 발사할 계획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역시 그물이나 레이저 빗자루 방식을 통해 쓰레기를 청소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레이저로 우주 쓰레기를 대기권으로 진입시킨 후 태우거나 녹여 지구대기권으로 떨어지게 하는 방식이다. 러시아 연방우주국(Roscosmos)과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역시 레이저를 이용해 우주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우주 산업에서 가장 앞서있고, 그만큼 우주 쓰레기 배출도 가장 많이한 미국과 러시아, 최근 우주강국으로 급부상한 중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행히 미국은 최근 민간 업체를 대상으로 우주 쓰레기 청소를 위한 아이디어 모집에 나서는 등 앞선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5일(현지시간) 미국 우주군(USSF)은 우주스레기 청소 및 재활용 아이디어를 모집하는 공고를 게시했다. USSF는 1차 상금으로 25만달러(약 3억원)을, 2차 상금으로 150만(약 18억원)을 내걸었다.

한편, 유럽우주국(ESA)은 2021년 1월 기준 우주쓰레기의 양은 10cm 크기 이상 3만4000개, 1cm~10cm 크기 90만개, 1mm~1cm 크기 1억2800만개 등이며 지구궤도에 위치하는 물체의 총무게가 이미 9200톤이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주 쓰레기 청소를 위해 전세계가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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