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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최근 수면 과학의 발달로 인간의 뇌는 자는 동안에도 청각 자극을 통해 주변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하지만 함께 사는 사람의 목소리와 비 오는 소리 등 무해한 소리에 일일이 반응한다면 충분한 수면을 취할 수 없기 때문에, 뇌는 특정한 방법으로 '일어나야 할 소리'와 '일어나지 않아도 좋은 소리'를 구별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오스트리아와 스위스 공동 연구팀이 진행한 실험에서, 수면중 뇌는 '아는 사람의 목소리'와 '모르는 사람의 목소리'를 구별할 가능성이 있을 가능성이 제시됐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신경과학저널(Journal of Neuroscience)'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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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대학교 연구팀은 17명의 실험참여자를 대상으로 실험실에서 하룻밤 수면을 취하면서 뇌파를 기록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잠든 실험 참여자를 깨우지 않을 정도의 볼륨으로 반복해서 다양한 음성 데이터를 재생했다.

재생된 음성 데이터에는 참여자의 이름과 다른 사람의 이름을 부르는 음성이 포함됐다.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는 다양했으며, 그중에는 참여자의 부모 혹은 배우자 등의 친밀한 목소리와 익숙하지 않은 타인의 목소리도 있었다.

익숙한 사람의 목소리와 익숙하지 않은 사람의 목소리에 대한 뇌의 반응을 분석한 연구팀은 목소리의 친숙 정도에 따라 'K 복합파(K-complex)'와 '마이크로 각성'의 반응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K 복합파는 수면시 보이는 뇌파의 일종으로, 지각된 외부 자극이 무해할 가능성이 높을 때 발생하며, 각성을 방해하는 역할을 한다고 여겨지고 있다. 

기록 분석 결과, 익숙하지 않은 목소리를 들었을 때는 익숙한 목소리를 들었을 때보다 더 많은 K 복합파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익숙하지 않은 목소리가 사람을 각성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뇌가 몸의 각성을 막기 위해 더 많은 K 복합파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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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게도, 익숙한 목소리와 익숙하지 않은 목소리에 대한 K 복합파의 차이는 밤이 깊어질수록 줄어들었는데, 이는 목소리가 안전하다는 것을 뇌가 학습한 결과일 수 있다.

또, 익숙하지 않은 목소리는 익숙한 목소리보다 더 많은 마이크로 각성을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크로 각성은 각성 상태와 수면 상태가 섞인 뇌파에서 나타나는 활동이다. 몇 초 정도 이어되지만 일반적으로는 사람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마이크로 각성의 기능에 대해서는 아직 규명되지 않았지만, 환경 정보를 처리해 유해한지를 판단하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지적되고 있다.

이번 연구는 소규모로 진행됐지만 "인간의 뇌는 깊은 잠에 빠졌을 때도 주위의 사건을 파악하고, 정보를 취합해 위험 여부를 판단한다"는 설을 지지하는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런던 로열 홀로웨이 대학 제이크 태미넌(Jake Tamminen) 심리학 강사는 "호텔 등 새로운 환경에서 좀처럼 잠들지 못한다면 잠자는 동안 당신의 두뇌는 새로운 환경에 익숙해지기 위해 바쁘게 움직여, 더 많은 K 복합파와 마이크로 각성을 발생시키고 있다는 증거"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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